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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 도착한 첫 날 새벽, 일행이 잠 안 자고 본 것

[몽골여행기] 고대 유라시아 알타이 문화권을 지배한 샤마니즘

등록 2022.06.29 09:23수정 2022.06.29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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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조선 유적 답사 회원들과 함께 20일(6.3~6.23)간 지구상 마지막 오지 몽골 고비사막과 민족의 기원 알타이 산맥을 탐방하는 몽골 여행기를 싣습니다.[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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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조선유적답사단 일행이 울란바타르에 도착한 첫날. 밤 1시가 넘었는데도 일행의 안전한 여행을 기원해주기 위해 샤먼이 기도해주고 있는 장면 ⓒ 오문수

   
강한 바람 때문에 어렵사리 몽골 칭기즈칸 공항에 안착한 일행이 공항 인근 캠핑장에서 짐정리를 마친 시간은 밤 12시. 양고기에 반주를 곁들여 간단한 환영회를 마치고 난 일행을 기다리는 다음 차례는 몽골 샤먼의 안전여행 기원제였다.
 
여름인데도 바깥 날씨는 겨울처럼 추웠다. 배낭에서 두꺼운 잠바를 꺼내 걸치고 캠핑장 인근 정원으로 나가니 샤먼이 기다리고 있었다. 시간이 이미 오전 1시가 넘었기 때문에 투덜거릴 것 같았지만 아무도 불평하지 않았다.
 
TV와 사진으로만 보았던 샤먼의 등장에 다른 누구보다도 내가 흥분했던 이유가 있었다. 2년 전(2020.1.9.~2020.1.20.) 겨울 몽골 북쪽 홉스골 호수 인근 다르하드 지방에 사는 차탕족 샤먼을 만나러 갔다가 허탕을 치고 돌아왔던 기억이 생생했기 때문이다.
 
당시 영하 40도 되는 추위에 1m쯤 얼어붙은 호수를 가로질러 차탕족 마을에 도착했지만 날씨가 너무 추워 샤먼이 좀 더 따뜻한 아랫마을로 내려가 버렸다는 얘기만 듣고 돌아왔다. 덕분에 몽골의 진정한 겨울을 맛봤지만 씁쓸한 마음을 지울 수 없었다.
 
몽골 도착 첫날 샤먼이 일행의 안전기원제를 준비한 것은 2년 전 우리 일행을 안내했던 저리거씨의 특별한 요청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샤마니즘, 유라시아 알타이어 민족들의 자연법적 인식체계
 
흑해에서 유라시아 초원을 거쳐 한반도에 이르는 유라시아 알타이 문화권 지역은 역사적으로 독특한 이념을 가지고 있었다. 다음은 <고대 유라시아 알타이의 종교사상>의 저자인 박원길 교수가 내린 샤마니즘에 대한 정의이다.
 
"인류가 만든 시대 이념들 가운데 조화와 융합의 사상으로 주목받은 것이 헬레니즘과 팍스 몽골리카이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는 팍스몽골리카를 문명파괴 모델 정도로만 인식하고 있다. 돌궐비문에는 '시간의 신이 명령하면 인간은 죽게끔 창조되었다고 한다'라는 구절이 있다. 몽골비사는 ' 위 하늘에서 정해진 운명을 가지고 태어난'이라는 구절로부터 시작된다. 차원 아래 묶인 세계에서 전개되는 북방 유라시아 알타이 사람들의 자연법적 인식체계가 샤마니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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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샤먼이 빙의된 상태에서 일반인은 알아들을 수 없는 방언으로 이야기하면 옆에 있던 작은 무당이 몽골어로 통역하고 한국말을 잘하는 저리거씨가 한국말로 통역해줬다. 작은 무당은 아직 수련이 덜된 무당이라고 한다. ⓒ 오문수

 
샤마니즘은 몽골에서 가장 오래된 신앙이다. 샤마니즘은  인간과 신비한 힘을 가진 하늘과 해, 달, 별, 자연, 동물과의 관계에 기초를 둔 신앙이다. 흉노제국 시대에 가장 번성했으며 중앙아시아 몽골족과 기타 부족의 정치정책은 샤마니즘이었다. 

대몽골제국 시대 국가종교였던 샤마니즘은 원나라 시절 불교가 도입되고 발전되자 주로 몽골 유목민 가운데만 남게 되었다. 1920년부터 1989년까지 샤마니즘은 원칙적으로 사라졌지만 1990년 민주주의 혁명 영향으로 회복되었다.  

샤마니즘은 홉스골 아이막 다르하드족, 차탕족, 고비알타이 아이막, 홉드 아이막 일부의 솜과 오란하이족, 도르노드 아이막 부리야트족 가운데 일부가 남아 있다.   

샤마니즘이란 용어는 '흥분한 사람'이나 '미친 사람', 즉 신들린 사람(무당)을 뜻하는 에벤키족의 언어인 샤만(shaman)에서 유래됐다. 샤마니즘은 북방 민족들의 정치, 군사, 경제, 사회, 철학의 기본을 이루는 자연법적 인식체계이다.

험난한 여행 걱정했던 일행, 안도감을 갖다
 
샤먼 앞에 모닥불이 불타고 원통형으로 생긴 가면을 쓴 샤먼이 북을 치며 뭐라고 외치는 소리가 빨라진 후 샤먼이 접신 상태에 빠졌다. 일행은 샤먼과 샤먼을 보조해주는 작은 무당의 행동을 주시했다.
 
샤먼이 가면을 쓰는 이유는 신들린 상태의 샤먼이 하늘 높이 또는 땅속 깊이 자유자재로 뛰어다니면서 선령·악령과 교제하는데, 이때 악령이 얼굴을 알아보지 못하도록 가면을 사용했다고 한다.
 
작은 무당이 샤먼에게 담뱃불을 물려주고 알아들을 수 없는 방언같은 언어를 말하자 작은 무당이 몽골어로 통역했다. 작은 무당이 전하는 몽골어는 한국말을 잘하는 저리거씨가 한국어로 설명해줬다. 저리거씨의 설명에 의하면 작은 무당은 아직 수련을 덜 쌓은 무당이라고 한다.
 
일행의 리더인 고조선유적답사단의 안동립 단장이 샤먼에게 "우리 여행이 무사하게 잘 돌아올 수 있을까요?"라고 물었더니 "비가 오니 조심해라! 그 다음엔 좋다"고 했다. 샤먼의 목소리가 이상해 안동립 단장이 샤먼에게 묻자 "600년된 할아버지가 빙의되어 내린 말씀이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몽골 샤먼과의 만남이 처음인 안동립 단장의 얘기다.
 
"무당의 행위에 대해 믿고 안 믿고를 떠나서 샤먼이 하늘과 교신하고 접신하는 과정을 보았습니다. 척박한 몽골에 사는 사람들이 하늘을 존중하고 경천하는 과정을 보고 들었던 것은 경이로운 체험이었습니다."

샤먼에게 관심이 많은 내가 "왜 몽골에 네 번이나 오게 됐는지"를 묻자 "일행 중에 샤먼의 피가 흐르는 사람이 있다"고 대답했다. 내 조상 중에는 없어 캠핑장에 돌아와 그 이야기를 했더니 일행 중 한 분이 "자신의 피속에 샤먼의 피가 흐른다"고 설명해줬다.
 
샤먼의 기도가 끝날 무렵 샤먼이 일행에게 "어머니 노래를 불러달라"고 요청해 모두들 '어머님 은혜'를 목청껏 불렀다. 몽골 밤하늘에 별이 총총 빛나고 "나실제 괴로움 다 잊으시고오~"라는 노래 소리가 울려퍼졌다.  나도 15년 전에 돌아가신 어머니를 생각하며 큰 소리로 노래를 불렀다.
 
우연한 기회에 샤먼을 두번이나 만날 수 있었던 행운

내게는 이번 몽골 여행이 행운인가 보다. 전혀 뜻밖의 장소에서 또다시 샤먼을 만날 기회가 왔다. 그것도 몽골 샤먼 중에서도 정통파로 알려진 부리야트 샤먼을 만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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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여행 12일째 몽골 성산인 타왕복드 프레지던트 오보에 부리야트 샤먼이 기도를 드리고 있었다. ⓒ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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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리야트 샤먼의 친척이 샤먼이 사용하는 무구를 촬영하도록 허락해줬다. 그녀는 울란바타르 한국식당과 한국에서도 일한 경험이 있어 한국말을 제법했다. ⓒ 오문수

 
몽골여행 12일이 지난 6월 14일 타왕복드 오보에서 말친봉(4050m) 빙하 트레킹에 나선 등반대가 안전하게 하산하기를 기다리는 데 프레지던트 오보 인근에서 북소리가 나서 돌아보니 샤먼이 북을 치며 기원하고 있었다.
 
카메라를 들이대며 사진을 찍어도 괜찮은지를 묻는 시늉을 하자 고개를 끄덕인다. 샤먼이 접신하는 과정을 자세히 관찰하고 조수에게 영어로 "Korea"를 말하자 "안녕하세요?"라는 한국어 인사를 받고 깜짝 놀라 "어떻게 한국말을 알아요?" 하고 묻자 그녀가 한국어를 하게 된 연유를 설명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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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행의 몽골여행 가이드 저리거씨가 부리야트 샤먼에게 점괘를 묻고 앞에 앉은 조수가 몽골어로 통역해줬다. ⓒ 오문수

 
에룬인터거이스(40)는 2002년에 울란바타르에 있는 한국식당에서 일했고 그 후 한국에 입국해 식당에서 3년 3개월 동안 일한 경험이 있다고 했다. "지금도 제육볶음과 감자탕, 잡채, 김치찌개, 양곱창을 해먹는다"고 말한 그녀는 기도를 끝낸 샤먼의 무구까지 촬영하도록 허락해줬다.
 
모든 문명은 신화를 바탕으로 하며 신화는 그 문명의 영혼을 보여준다. 오랜만에 우리 문화속에 자리잡았던 샤마니즘을 경험한 것은 몽골 여행이 준 또 다른 즐거움이었다.
덧붙이는 글 여수넷통뉴스에도 송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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