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군사주권을 미국에게 맡기고 있다? 사실과 다르다

[주장] 전작권 전환과 상관없이 전작권 행사는 한미 대통령의 공동 승인 필요

등록 2022.01.03 15:09수정 2022.01.03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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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30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토론회에서 기조발언을 하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지난달 30일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토론회에서 "세계에서 독립 주권국가가 군사 작전권을 다른 나라에 맡기고 있는 예가 없지 않느냐"며 "주권의 핵심 요소 중에서 핵심이 군사주권, 그중에서 작전권 아니겠느냐. 이걸 맡겨뒀다는 것도 상식밖의 일이고 예외적인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이 후보는 이어 "당연히 전작권(전시작전통제권)은 최대한 신속하게 빠르게 환수해야 한다"며 "최대한 신속하게 환수할 수 있도록 하고, 이미 합의된 절차에 의해서 검증을 빨리 끝내는 게 중요하겠다"며 전작권의 신속한 환수를 강조했다.

전작권은 미국이 아닌 한미연합사가 지니고 있어

그런데 한국의 전시작전통제권이 다른 나라, 즉 미국이 지니고 있다는 이 후보의 말은 사실일까. 정확히는 한미연합군사령부(한미연합사)가 지니고 있다. 한미연합사령부는 한미연합방위체제를 수행하는 지휘기구로 현재 한미연합사의 참모는 한미가 동수로 운영되고 한미연합사령관은 미군 4성장군이 맡는다. 한미연합사령관은 한국을 포함한 18개국의 유엔군사령관과 주한미군사령관을 겸직한다.

그렇다면 전작권을 지닌 한미연합사의 사령관이 미군 장성이니 미국이 전작권을 지닌 게 아니냐는 의문이 들 수 있다. 하지만 한미연합사령관이 작전통제권을 마음대로 행사할 수 없다. 한미연합사령관은 한미 양국 국방장관의 협의체인 한미안보협의회의(SCM)와 한미 양국 합참의장의 협의체인 한미군사위원회(MCM)으로부터 전략·작전상 지침을 받는다.

한미 양국의 국방장관과 합참의장은 당연히 각국의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지침을 결정한다. 즉 전작권을 지닌 한미연합사령관이라도 해도 한국 대통령의 지시에 반하는 작전은 결코 실행할 수 없다는 얘기다.

한미연합사령관은 한미 양국 합참의장, 국방장관, 대통령의 지시를 공동으로 받는 "연합" 사령관이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현재 한국의 전작권은 실질적으로 한미 양국 지휘계통을 공동으로 따르는 전시 지휘구조 하에서 한미 대통령이 공동으로 소유하고 있다고 봐야 마땅하다. 버원 벨 한미연합사령관도 재직 중이던 2006년 9월의 강연에서 "미국은 전시에 한국군을 지휘하지 않으며 한미연합군사령부에 대한 지휘는 한미 양국이 책임을 가지고 있습니다"라고 설명한 바 있다.


전작권이 전환되더라도 현재의 연합지휘구조는 동일

전작권이 한국으로 전환되면 어떻게 될까. 사실상 바뀌는 것은 단 하나밖에 없다. 바로 한미연합사령관이 미군이 아니라 한국군으로 바뀌게 된다는 점이다. 그 외에는 현재와 동일한 지휘구조를 유지한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17년 4월 27일 한국방송기자클럽 초청토론회에서 "한국군이 사령관, 미군이 부사령관을 맡는 주부(主副)만 바꾸면서 연합 체제를 유지해 나가면 독자적 전작권 행사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발언에 기초한 것이다.

지난 2018년 11월 1일 한미 국방장관은 제50차 SCM 직후 연합방위지침에 서명했다. 8개 항의 연합방위지침은 전작권 전환 후에도 주한미군은 철수하지 않고, 지금의 한미연합군사령부 형태의 지휘구조를 유지하며, 연합사의 사령관을 한국군 장성, 부사령관을 미군 장성이 맡는다는 내용을 핵심으로 하고 있다.
 

2019년 국방부가 발간한 2018 국방백서에실린 '전작권 전환 이후 연합지휘구조(안)'. 전작권이 전환되더라도 지휘구조는 동일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 국방부

 
다음은 2018 국방백서에 실린 '전작권 전환 이후 연합지휘구조(안)'으로 위의 연합방위지침에 따른 안이다. 이처럼 전작권이 전환되더라도 한미연합사는 유지되고 한미연합사령관이 SCM과 MCM의 지휘 하에 있는 것은 동일하다. 물론 한미연합사령관이 한국군이라는 의의는 있지만 그렇다해서 한국 대통령이 독단적으로 전작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한미연합사령관이 전작권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지금과 마찬가지로 한국 대통령과 미국 대통령 모두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이렇듯 전작권 전환을 하고 안 하고의 차이는 단지 사령관이 한국군 장성으로 바뀐다는 것뿐이다. 전작권 전환과 상관없이 한미연합사의 지휘 구조는 동일하기 때문에 한국군이 미국 대통령의 지시에 따를 수도, 반대로 미군이 한국 대통령의 지시에 따를 수도 있다. 한국이 군사주권을 미국에 맡기고 있다는 이 후보의 주장대로라면 미국 역시 한국에게 군사 주권을 맡기고 있는 셈이다.
#이재명 #전작권 #한미연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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