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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보도, 100년 전 '스페인 독감' 보도와 묘하게 닮았다

<매일신보> 보도와 비교해 <팬데믹과 언론보도> 출간... 보도에 책임지지 않는 태도도 비슷

등록 2021.12.10 11:00수정 2021.12.10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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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 관청 직원 거의 휴업"(10월 25일)
"안성에도 발생, 만연되는 중"(10월 25일)
"경찰 조사로만 7000명, 관내에만 4500여 명"(10월 26일)
"사망자 매일 700명, 인도 붐베이에서"(10월 27일)
"종로에만 2만 6000명"(10월 31일)


코로나19 상황을 전하는 소식이 아니다. 스페인 독감 뉴스를 전한 <매일신보>의 100년 전(1918년) 기사 제목이다.

팬데믹(전염병 대유행)으로 불리는 코로나19와 최초의 팬데믹이라 할 수 있는 최악의 전염병인 '스페인 독감'의 언론 보도를 비교 분석한 저서가 출간됐다. 

신간 <팬데믹과 언론 보도, 코로나19와 스페인 독감 - 100년의 기록>(출판사 봄 인터랙티브)이다. 각각 대전충남민주언론시민연합 대표를 역임한 김영호 우석대 명예교수와 우희창 언론정보학 박사가 쓴 이 책은 1918년 대유행한 스페인 독감 보도 기사를 소환해 지금의 코로나19 언론 보도와 비교했다.

제1차 세계대전 와중에 대유행한 스페인 독감으로 적게는 2000만 명, 많게는 1억 명(세계 인구 약 18억)이 사망했다. 이후 독감은 전 세계로 확산됐다.

조선도 예외는 아니었다. 당시 조선총독부 통계에 의하면 대략 750만여 명이 감염됐고, 그중 14만여 명이 사망했다. 인구 1705만 명의 약 44%가 감염됐고, 전 인구의 0.8%(1000명 중 8명)이 사망한 것이다. 전파력과 감염경로, 증상까지 코로나19와 유사하다.

당시 언론 보도는 어땠을까? 연구자는 일제강점기 당시 조선인들을 대상으로 유일하게 한글로 발행한 <매일신보>를 분석 대상으로 1918년부터 1921년까지 모든 기사 중 스페인 독감 관련기사를 분석했다. 연구자들은 100년의 시차를 넘어 보도 양상까지 닮아 있다고 결론 내렸다.


- "조선인 사망자가 많은 이유는 치료를 잘 못 하는 까닭이다" <매일신보> 11월 3일 3면
- "먼저 맞는 대통령은 봤어도 만든 거 구경만 하는 대통령은 처음" <월간조선> 2021년 2월 27일


기사 제목에서처럼 <매일신보>는 방역 대책에서도 조선인에 대해 차별적이거나 편향적 시각을 드러냈다. 연구자들은 "조선총독부 기관지인 당시 신문 보도가 조선인에게 화살을 향한 반면 오늘날에는 정치적 편향성에 따라 편 가르는 묘하게 닮은 보도"라고 평했다.

- "독감이 산출한 비극, 네 식구가 죽고 가장은 미쳤다" <매일신보> 12월 3일 3면
- "백신 사지마비, 간호조무사의 눈물... 국가 있긴 한 건가" <중앙일보> 2021년 4월 10일

 

<팬데믹과 언론보도, 코로나 19와 스페인독감 100년의 기록> (김영호, 우희창,봄인터랙티브) ⓒ 봄인터랙티브

 
선정적으로 보도하면서도 결과를 고려하거나 책임지지 않는 태도도 닮은 점으로 꼽혔다.

혐오 표현도 공통점으로 지적됐다. '조선인은 비위생적이어서 일본인에 비해 독감이 더 많이 걸린다'는 보도로 조선인을 비하거나 '의원 집도 독감에 걸렸다'는 희화화된 보도가 그것이다.

연구자들은 "코로나19 보도 또한 중국 혐오 분위기에 편승해 코로나19 발생 장소가 아닌 대림동 차이나타운에 대한 혐오성 기사나 이태원 클럽 발 집단 감염을 게이 클럽 발 감염으로 변질시킨 보도 등은 특정 집단에 대한 비하와 혐오하는 측면에서 다를 바 없다"라고 지적했다.

이 밖에도 매일 환자 발생 현황을 중계하듯 보도한 <매일신보>의 보도와 매일 코로나19 발생자 수를 경쟁적으로 전하는 경마식 보도 행태도 유사한 점으로 꼽았다.

270쪽 남짓한 이 책은 문제점을 지적하는 데 그치지 않고 오보와 가짜 뉴스 나아가 언론 윤리를 회복할 방안까지 제시하고 있다.

이 책을 기획한 대전·충남민주언론시민연합은 "언론인에게는 교훈이 되고, 언론학을 공부하는 사람들에게는 감염병 보도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지표가, 시민들에게는 감염병 언론 보도를 비판적으로 볼 수 있게 하는 길잡이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팬데믹과 언론보도, 코로나19와 스페인 독감 - 100년의 기록

김영호, 우희창 (지은이),
봄인터랙티브미디어(BOM), 2021


#스페인독감 #언론보도 #코로나19 #문제점 #신간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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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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