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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로이드 살해한 백인 경찰 '유죄 평결'... "미 역사 전환점"

배심원단, 만장일치 유죄 평결... 최대 40년형 전망

등록 2021.04.21 13:35수정 2021.04.21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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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 살해 피의자 데릭 쇼빈에 대한 평결을 생중계하는 NBC 방송 ⓒ NBC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의 목을 짓눌러 살해한 미국의 백인 전 경찰관이 재판에서 살인 혐의로 유죄 평결을 받았다.

미국 미네소타주 헤너핀 카운티 배심원단은 20일(현지시간) 열린 플로이드 사망 사건 피의자 데릭 쇼빈의 2급 살인, 2급 우발적 살인, 3급 살인 등 모든 혐의에 대해 유죄 평결을 내렸다. 

백인 6명과 흑인을 포함해 다인종 6명으로 구성된 배심원단은 지난 3주간 재판 과정을 지켜봤고, 최근 이틀간 약 10시간에 걸쳐 심리한 끝에 이 같은 결정에 합의했다. 

쇼빈은 지난해 5월 20달러짜리 위조지폐를 사용한 혐의로 플로이드를 체포하는 과정에서 그의 목을 무릎으로 짓눌렀다. 그는 "숨을 쉴 수 없다"라는 플로이드의 호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9분 29초간 짓눌러 결국 사망에 이르게 했다.

당시 영상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퍼지면서 플로이드의 죽음은 미국을 넘어 전 세계적으로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BLM)라는 대규모 인종차별 항의 시위를 촉발했다. 

재판에 출석한 쇼빈은 마스크를 쓴 채로 평결을 들으며 고개만 끄덕일 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유죄 평결로 인해 보석이 즉각 취소된 쇼빈은 수갑을 차고 경찰에 의해 구금 시설로 옮겨졌다.

판사가 구체적인 형량을 선고하는 재판은 약 2개월 후 다시 열리며, 로이터통신은 미네소타주 양형 규정에 따라 최대 징역 40년형이 전망된다고 보도했다. 


이날 법원 주변에는 흑인을 비롯해 수많은 시민이 몰려들었고, 만약 무죄 평결이 내려질 경우 큰 혼란이 벌어질 것을 우려해 경찰과 주 방위군이 배치되는 등 긴장이 감돌았다. 그러나 유죄 평결이 내려지자 시민들은 서로 얼싸안고 환호했다.

바이든·오바마 "아직 충분하지 않다"
 

조지 플로이드의 유족을 인터뷰하는 CNN 방송 갈무리. ⓒ CNN

 
플로이드의 유족을 대리한 크럼프 변호사는 성명을 내고 "이번 평결은 부당한 공권력에 책임을 묻는 미국 역사의 전환점"이라며 "고통스럽게 획득한 정의가 마침내 플로이드의 가족에게 도달했다"라고 평결을 환영했다.

플로이드의 동생 필로니스도 기자회견에서 눈물을 흘리면서 "우리는 다시 숨을 쉴 수 있게 됐다"라며 "기념비적이고 역사적인 평결"이라고 밝혔다.

이날 평결은 NBC, CNN 등 현지 방송을 통해 미국 전역에 생중계됐고, 조 바이든 대통령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도 함께 지켜봤다. 유죄 평결이 나오자 바이든 대통령은 플로이드의 유족에게 전화를 걸어 축하와 위로를 건넸다.

바이든 대통령은 기자회견을 열어 "이번 평결로는 충분하지 않다"라며 "조직적 인종차별은 이 나라의 영혼을 더럽힌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국의 정의를 위한 행진에서 중요한 걸음이고, 누구도 법 위에 있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라며 "이제는 함께 단결할 때이며, 미국에 증오가 설 자리는 없다"라고 강조했다.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인 버락 오바마도 부인 미셸 오바마와 공동으로 낸 성명에서 "이번 평결이 인종차별 철폐를 위한 길에 필요하지만, 충분하지 않다"라며 "형사·사법제도의 인종 편향을 궁극적으로 제거할 개혁을 완수하려면 쉴 틈이 없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여전히 흑인을 비롯한 유색인종은 (백인과) 다르게 대우받고 있다는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라며 "오랫동안 소외당했던 유색인종들을 위해 경제·사회적 기회를 확대하려는 노력도 함께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조지 플로이드 #데릭 쇼빈 #인종차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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