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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신문이 파헤친 국제입양 문제... 누구 책임인가

'다겐스 뉘헤테르'의 입양특집 '그들은 입양에 관한 진실을 알고 싶다'

등록 2021.03.15 17:44수정 2021.03.15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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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20일 자 스웨덴 최대 일간지 〈다겐스 뉘헤테르〉의 표지 '그들은 입양에 관한 진실을 알고 싶다' ⓒ 다겐스 뉘헤테르

 
최근 스웨덴에서는 1950년대 초부터 시작된 국제입양이 큰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었다. 발단은 스웨덴 최대 일간지 〈다겐스 뉘헤테르〉(Dagens Nyheter, 이하 DN)의 기사였다. 2월 20일부터 사흘에 걸쳐 3명의 기자가 1면 머릿기사를 필두로 무려 28쪽 전면을 할애해 "그들은 입양에 관한 진실을 알고 싶다: 무슨 희생을 치르더라도 아이"라는 제하의 입양특집 기사를 연재했다.

20일 자 제1 특집은 "한국에서 온 카롤라, 칠레에서 온 다니엘, 에디오피아에서 온 한나: 그들은 스웨덴이 입양에 책임지기를 원한다", 21일 자 제2 특집은 "아이들을 칠레의 엄마들로부터 뺏어 스웨덴으로 날려 보냈다: 나의 삶은 하나의 커다란 거짓이었다", 22일 자 제3 특집은 "입양을 조사하는 스웨덴 기관: 우리는 (입양이) 합법적으로 윤리적으로 잘 이뤄졌다고 보증할 수 없다"라는 제목을 달았다.

DN은 이 3개의 특집기사 외에도 관련 기사를 3개 더 실었다. 2월 23일 사민당 사회부장관 인터뷰, 27일 야당 보수당 당수 인터뷰, 그리고 3월 7일에는 스웨덴이 어떻게 해서 세계에서 입양을 가장 많이 받는 나라가 됐는지에 대한 역사적 분석으로 마무리했다. 이러한 특집은 사회 문제를 '조사하고 파헤치는' 스웨덴 언론의 전형이라 할 수 있다.

제1야당인 보수당 당수는 인터뷰에서 스웨덴 입양의 심각한 과오를 가감 없이 파헤친 '입양백서'를 요구했고 사민당 사회부장관은 인터뷰에서 그리고 이어진 3월 2일 의회 토론에서 196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스웨덴의 국제입양에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스웨덴의 역할은 무엇이었는지 밑바닥까지 조사하고 입양아들을 돕겠다고 했다. 의회의 다른 정당들도 정부가 위원회 형태로 연구·조사해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DN의 특집 기사 이후 여러 매체를 통하여 입양에 관한 논의는 계속되었고 3월 10일 자 'DN 토론란'에서는 한국 입양아단체 셋을 포함하여 스웨덴의 모든 입양아단체 대표 12명이 입양 과정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스웨덴 사람들의 수요 때문에 국제입양이 형성·발전되었고 동시에 입양 비리가 발생했으며,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입양은 거의 영구적으로 정착되어 결국 세계 입양사업에 엄청난 돈이 오가는 것 아니냐?"

이들은 나아가 스웨덴도 네덜란드의 선례를 따라 국가 차원에서 연구·조사해야 하지만 네덜란드처럼 입양아를 보낸 나라를 제한하지 말고 조사 기간도 최대한 확장하여 2010년대 말까지로 할 것을 요구했다. 또 입양기관이 위원회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하여 독립적이고 공정한 연구·조사로 스웨덴 국가의 개입과 역할을 파헤칠 것을 요구한 토론문을 기고했다.


DN 특집에서 보여준 통계를 종합하면 스웨덴의 국제입양은 1970~1980년대에 절정을 이루며 1950년대부터 오늘날까지 한국(8937명), 인도(6969명), 콜롬비아(5498명), 중국(4166명) 등 100개국이 넘는 나라들로부터 약 6만 명을 입양했는데 한국에서 가장 많은 입양아를 받아들였다.

DN은 첫 번째 특집에서 20명의 입양아 인터뷰와 사진을 실었다. 이들은 모두 성인이 되어 자신을 낳아준 나라로 돌아가 부모나 친척을 만났으며 자신의 입양 서류에 나와 있는 내용이 부모·친척들의 증언과 완전히 다른 것을 보여준다. 이들 입양아들의 증언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서류에는 엄마가 출산 중 사망, 가난, 질병, 교통사고, 미혼모 등의 이유로 자신들을 키울 수 없어 보육원 등에 버렸고 다시 입양기관으로 넘겨져 해외로 입양시켰다고 되어있으나 이들 부모의 증언은 달랐다. 노상, 병원, 아동돌봄집 등에서 아이들을 유괴하거나 훔쳐 팔아넘기거나 가족 중 누군가가 강제로 입양시키거나 엄마 혹은 부모 몰래 또는 동의 없이 입양시켰다는 것이다. 즉 유괴, 강탈, 아동 매매, 아동 신분 세탁, 서류 조작 등을 통해 국제입양이 이뤄진 것이다.

'헤이그협약을 위배하고 있다'는 입양아들의 증언

DN에 실린 20명 입양아 중 한국에서 입양된 두 명은 다음과 같이 증언했다.
 
안정미라는 한국 이름을 가진 카롤라는 1977년에 태어났고 태어난 지 6개월 만에 입양되었는데 서류에는 '나의 부모는 동거를 했고 아버지가 다른 도시에 직장을 얻게 되었다. 엄마가 임신한 걸 알고 아버지를 찾았지만 찾지 못했고 어머니는 나를 혼자 키울 수 없었다.' 카롤라가 성인이 되어 자신의 생모를 다시 만났을 때 생모는 다음과 같이 얘기했다. '엄마는 옆집 젊은이와 짧은 관계를 가졌고 외할머니가 나를 입양시켜버렸다. 엄마는 말할 권리도 없었다...' 카롤라는 현재 경찰기관에서 일하고 있으며 '우리 입양아들에 대해 좀 더 이해해주기를 바란다. 우리가 이 사회에서 기능적으로는 잘 살아도 우리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1983년에 태어난 마델레인은 한국 이름이 심인영이고 한 살 반에 스웨덴으로 입양되었다. 서류에는 '나의 엄마는 혈액병에 걸렸고 아버지는 입대했다. 날 키우려고 한 할아버지는 교통사고로 몸이 마비되었다'고 기록되어 있다. 그런데 그게 사실이 아니란 것을 30년이 지나서야 알게 되었다. 엄마가 나를 버린 게 아니고 나는 유괴를 당했고 입양 당시 또 다른 입양아와 신분이 바뀌어 미국으로 가야 할 내가 다른 아이의 서류를 들고 스웨덴으로 온 것이다. 30년 후 나는 페이스북을 통해 이모와 연결이 되어 프랑스 파리에서 만났고 엄마도 파리로 날아와 우리는 만나게 되었다. 엄마는 나에게 '용서해달라'고 빌었다며 마델레인은 스웨덴이 이 문제에 책임을 지기를 바란다고 했다.

DN은 한국의 스웨덴 입양에 대해 상당한 지면을 할애하며 국제입양 문제를 논하고 있다. 입양 역사를 논하며 한국 사례를 드는 것은 어쩌면 한국이 한국전쟁이 끝난 1953년부터 오늘날까지 스웨덴에 가장 많은 입양아를 보냈으니 당연하리라. 역사적 논의뿐 아니라 입양에 얽힌 불법, 비리 등도 한국과 관련하여 많이 언급하고 있다.

1970년대 말 스웨덴에서 두 번째 큰 입양기관의 한 책임자는 한국 입양아 중 매년 50~60명이 서류에는 '버려진 아이'라고 기록되어 있으나 사실은 '길을 잃은 아이'를 입양했다며 불법으로 입양한 것을 신문에 인정했다.

입양을 감사하는 스웨덴의 국가기관인 가정권리와 부모지원청(이하 Mfof) 직원은 2014년 한국 출장에서 '한국이 입양 부모를 찾으려고 노력했는가'라는 질문에 한국 관리로부터 확실한 대답을 듣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또 한국의 입양기관이 입양 대상 부모에게 입양에 관한 조언을 준다고 했는데 그것이 '중립적'인지에 대한 확신도 없었다고 했다.

2019년 8월 한국 주재 스웨덴 대사관에서 Mfof에 보낸 정보에는 한국의 입양기관들이 입양 부모들을 직접 만난다며 한국의 스웨덴 입양에 잘못이 있는 것이 한국에서는 널리 알려진 사실이라고 했다. 필자의 조사에 의하면 사실 지금도 한국의 각 지역에 있는 미혼모 및 한부모 가족 지원시설에 입양기관 직원들이 방문하여 미혼모들에게 자신과 아이들에게 최선이라며 국제입양을 종용한다고 한다.

스웨덴의 입양 과정은 이렇다. 한 가정이 지자체에 입양을 원한다고 신청하면 지자체는 그 가정의 입양 조건을 조사하고, 입양 부모는 스웨덴 입양단체에 돈을 지불하며, 입양단체는 입양하는 나라와 접촉해 입양을 주선한다. 입양이 성사되면 입양 받는 나라의 입양단체가 입양하는 나라의 입양단체에 돈을 지불한다. Mfof는 이 과정에서 입양이 합법적으로 이뤄졌는지 조사하고 정부에 보고한다. 하지만 Mfof는 '출생에서 입양까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 수 없으며, 입양이 법적으로 윤리적으로 옳게 이뤄졌다고 보증할 수 없다'고 했다.

법적 문제뿐 아니라 국제입양에는 많은 돈이 오간다. 한국에서 입양된 마델레인은 인터뷰에서 '스웨덴에서 돈이 가고 한국에서는 아이가 온다'며 입양에 아주 냉소적이었다. 스웨덴 부모들이 지불하는 입양 비용은 어느 나라로부터 입양 받는가에 따라 다르지만 약 10~20만 크로나(약 1300~2600만 원) 정도 지불한다고 한다. 적지 않은 돈이 지구 반대편으로 가고 그 대가로 한 명의 아이가 이곳으로 오는 것이다. 양 국가의 입양기관들은 자신의 존속을 위하여 입양과 그에 따른 금전적 거래가 필수적인 것이다.

입양 문제를 국제적으로 관리·규정하는 헤이그 국제아동 입양협약(이하 헤이그협약)에 의하면 국제입양은 언제나 아이를 위한 최선이어야 한다. 국내입양을 우선적으로 고려한 뒤 국제입양을 하고 입양아 가족과 국가 기관이 입양을 승인해야 한다. 그에 앞서 생모의 승인이 먼저 있어야 한다. 입양에서 어느 누구도 경제적 이익을 누려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위 신문에서 언급된 20명의 입양아들은 한마디로 자신들의 입양이 헤이그협약을 위배하고 있다는 것을 증언하는 것이다. 1980년대까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입양아를 해외로 입양시킨 한국은 2013년 헤이그협약에 서명했으나 아직도 국내법(민법, 입양특례법)을 협약 수준으로 정비하지 못해 비준을 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무얼 했는지 어떻게 할 것인지 냉철하게 자문해야

DN의 입양 특집은 한국 사회에 많은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첫째, 스웨덴 신문이 밝혔듯이 입양 받는 나라는 사실 출생에서 입양까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른다고 했다. 이는 전적으로 입양하는 나라의 책임이다. 1970~80년대에 절정을 이뤘던 한국의 국제입양은 1990년 2962명, 1995년 2180명, 2000년 2360명으로 2009년 이전에 16만 명 이상을 입양시켰고 그 후로는 차츰 줄어 2010년 1000명대, 2015년 이후 현재는 매년 300명대에 머물고 있다.

DN에서 언급한 것처럼 한국의 국제입양이 아직도 헤이그협약을 위배하는 사례가 있는지 정부는 엄밀한 감사와 책임을 져야 하고 또 왜 한국은 아직도 헤이그협약에 비준하지 못하는지 그 이유를 밝혀야 할 것이다.

둘째, 2020년 5월 한 보도자료에서 보건복지부가 "입양, 세상을 바꿀 순 없지만 한 아이의 세상은 바꿀 수 있습니다!"라고 외치며 아직도 국제입양을 권장하는 나라임에도 입양에 관한 연구는 활발하지 않다. 특히 입양되지 않고 한국에서 성장하는 경우, 국내입양의 경우, 해외입양의 경우를 사례 중심으로 비교 연구한 것은 보이지 않는다.

한국의 보육원에서 자랐을 때 결국 어떤 삶을 영위하게 되는지, 국내입양의 경우 어떤 가정 및 사회적 갈등 속에서 성장하는지 그리고 한 개인에게 더 좋은 삶을 제공하기 위하여 국제입양을 한다고 하는데 사실이 그런지, 이런 문제에 대한 심층적 연구 및 비교연구들이 절실하다. 특히 최근에 일어난 양부모, 계모, 계부들의 아동학대 사건들은 혈연 중심의 보수적, 가부장적 '정상 가정'의 이념에 매몰된 역시대적 행위로 국내입양에 대한 인식에 아직도 문제가 많음을 드러내고 있다.

그렇다고 '한국은 아동수출국이다' 또는 '한국인으로서 창피하다' 등의 감정적 접근이 최선인 것도 아니다. 한 개인, 특히 어느 한 사회에서 버려진 아이의 시각에서 어느 경우가 최선인지 과학적으로 접근하지 않으면 안 된다. 입양기관들의 존재 이유와 필요에서가 아니라 과학적 연구에 기초하여 입양 정책을 세워야 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스웨덴의 입양단체들이 요구했듯이 한국도 총체적이고 객관적인 국가 차원의 조사가 필요하다. 나아가 한때는 어쩔 수 없이 아이들을 해외로 입양시켰지만 이제는 세계 10대 경제국답게 그들의 모국 방문, 친부모 찾기, 귀화 그리고 자란 나라에서의 지원 등 여러 형태로 입양아들에 대한 성원과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때이다.

지난 10년 간 1500명 이상의 아이들이 베이비박스에 버려졌고 다른 형태로도 많은 아이들이 버려지고 있다. 출생률 0.84로 세계 최저 출생국에서 왜 이렇게 많은 아이들이 버림을 받는지, 어떻게 하면 정상 가정의 이념을 극복할 것인지 전 사회가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으면 안 된다.

끝으로 원하지 않는 임신을 예방하기 위하여 현재 학교에서 이뤄지고 있는 성교육은 정말 제대로 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하고 개선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최근 여성가족부의 어린이 성교육·성평등 교육 추천 도서가 보수사회의 심한 비난 때문에 수거되는 일이 벌어졌다. 덴마크에서 50년 전에 사용된 성교육 그림책 <아기는 어떻게 태어날까?> 등 일부 추천 도서가 동성애를 미화하고 조기 성애화를 부추기고 남녀 성관계를 노골적으로 표현한다는 이유에서다.

일련의 이런 사건들이 우리 사회에 원하지 않는 임신 및 출산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하고 성교육을 오늘날의 청소년들의 실태에 맞게 실질적이고 적극적으로 해야 할 것이다. 여러 형태로 미혼모 및 한부모 가정에 대한 경제적 지원은 상당히 증가했음에도 이들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변함없이 부정적이라 아이를 버리지 않고 키우기 힘든 상황인데, 이런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기 위하여 정부는 뭘 했는지 어떻게 할 것인지 냉철하게 자문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참고자료]
Dagens Nyheter 2/20 – 3/10
https://www.dn.se/sverige/de-vill-veta-sanningen-om-sina-adoptioner/ 
https://www.dn.se/varlden/barnen-stals-fran-chile-och-fordes-till-sverige/
https://www.dn.se/sverige/kusinerna-adopterades-fran-tva-kontinenter-badas-dokument-var-forfalskade/
https://www.dn.se/sverige/svenska-tjansteman-har-larmat-om-misstankta-oegentligheter/
https://www.dn.se/sverige/adoptionscentrum-valkomnar-en-oberoende-utredning/
https://www.dn.se/sverige/regeringen-vill-se-over-adoptionsformedlingen-under-1960-till-1990-talen/
https://www.dn.se/sverige/ulf-kristersson-jag-vill-se-en-vitbok-over-adoptionerna/
https://www.dn.se/sverige/sa-blev-sverige-storst-pa-adoptioner/
https://www.dn.se/debatt/sa-vill-vi-adopterade-att-utlandsadoptionerna-utreds/
#스웨덴 #입양 #다겐스 뉘헤테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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