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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기본소득 받은 초등학생 "봄을 선물했어요"

파출소에 화초 선물 등 소비 체험 수기 눈길... 경제관념, 행정 배우는 '1석2조' 효과

등록 2021.03.03 16:29수정 2021.03.03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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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원(남양주 도농초등학교 5학년) 양이 2월 27일 오후 남양주남부경찰서 다산파출소를 방문, 제2차 경기도 재난기본소득으로 구입한 화초(몬스테라)를 송선아 순경에게 전달하고 찍은 기념사진 ⓒ 김혜원

 
"새 학기 학용품을 살까, 아니면 평소 가지고 싶었던 장난감을 살까, 친구랑 맛있는 치킨을 사 먹을까?"

경기도 남양주시 도농초등학교 5학년인 김혜원 양은 '재난기본소득 10만 원'을 어디에 쓸지를 두고 며칠 동안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경기도(도지사 이재명)는 코로나19로 위축된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소득, 나이에 상관없이 모든 도민에게 1인당 10만 원씩 2차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하고 있다. 초등학생인 김 양도 "어른들도 받는" 그 10만 원을 받았다.

김혜원 양은 고민 끝에 10만 원 중 일부를 의미 있는 곳에 쓰기로 하고, 지난달 27일 동네 꽃가게로 향했다. 김 양이 지난해 4월 경기도에서 받은 1차 재난기본소득으로 할머니께 드릴 꽃을 산 곳이다. 김 양은 이번에는 하트모양의 잎이 예쁜 몬스테라 화초를 2만 원에 구매하고, 덤으로 얻은 손 카드에 직접 편지도 썼다.
 
"경찰 아저씨들에게
안녕하세요. 저는 도농초등학교 5학년 김혜원입니다. 경기도 재난지원금을 받아서 화초를 샀습니다. 우리 다산동을 위해 밤낮없이 고생하시는 경찰관 아저씨. 경찰관들을 위해서 준비한 작은 선물입니다.
우리 동네 꽃집도 살리고 우리 동네 경찰관님들도 기분 좋게 하기 위해서 저의 재난기본소득으로(일부) 기분 좋은 봄날 보내세요.
감사하고 고맙습니다.
2021. 2. 27. 김혜원 올림."

김혜원 양은 2차 재난기본소득으로 "우리 동네를 지켜주시는 경찰관에게 봄을 선물하기로" 한 것이다. 김 양은 화초를 들고 엄마, 친구와 함께 "용기를 내서" 남양주남부경찰서 다산파출소를 방문했다. 평소 동네를 순찰하는 경찰차는 많이 봤지만, 파출소에 들어가는 것은 처음이라 많이 떨리고 무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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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원(남양주 도농초등학교 5학년) 양이 남양주시 미금로에 있는 우리 동네 꽃집 <청자다방&플라워>에서 2차 재난기본소득으로 구입한 몬스테라 화분과 꽃집 사장님이 공짜로 주신 카드에 직접 쓴 감사의 손편지. ⓒ 김혜원

 
화초 선물을 받은 "눈이 큰 언니경찰관"이 궁금한 것이나 어려운 점이 있으면 언제든 파출소에 오라고 했지만, 많이 긴장한 김혜원 양은 "개미 같은 목소리"로 "네"라고 답하고는 후다닥 파출소를 나왔다.

김혜원 양은 이 이야기를 기사로 써서 '경기도 꿈나무기자단'에 제출했다. 기사의 제목은 <재난기본소득으로 봄을 선물했어요>였다. 김 양은 기사에서 "경찰관들이 내가 제2차 재난기본소득으로 선물한 화초를 보고 봄 기분을 내고 바쁜 파출소에서 근무하면서 조금은 위안이 됐으면 좋겠다"면서 "오늘은 재난기본소득으로 우리 동네 꽃집도 살리고, 파출소에 봄도 선물해서 정말 특별하고, 떨리고, 뿌듯한 하루를 보냈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혜원 양의 기사는 경기도 재난기본소득을 초등학생 나름의 방식으로 의미 있게 소비한 체험 수기로 눈길을 끌었다. 화초를 선물하기 위해 경찰서를 처음 방문하면서 느낀 떨림과 긴장감도 생생하게 전달됐다. 김 양은 재난기본소득을 직접 동네에서 사용함으로써 정부 예산(세금)이 지역경제를 위해서 사용된다는 경제관념과 행정을 동시에 배우는 1석2조의 효과를 얻은 셈이다.

한편 지난달 1일부터 25일 23시까지 2차 경기도 재난기본소득 신청을 한 경기도민은 1,035만8,074명으로, 이는 경기도 전체 인구 1,343만8,238명의 77.1%에 해당한다. 경기도는 앞으로 하루평균 4만~5만 명씩 온라인 신청 시 3월 31일까지 1,100만 명 이상 신청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한, 경기도민 10명 중 7명은 '제2차 재난기본소득' 지급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도가 지난달 6일 도민 1,000명을 대상으로 벌인 여론조사(신뢰수준 95%, 표본오차 ±3.1%p)에서 응답자의 73%가 '제2차 경기도 재난기본소득' 지급에 대해 '잘했다'고 답했다

도민들은 또 이번 2차 재난기본소득을 ▲슈퍼마켓(52%) ▲일반음식점(37%) ▲전통시장(33%) 등에서 사용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이어 ▲편의점(14%) ▲병·의·한의원, 약국, 산후조리원(14%) 순으로 높았다(1+2순위 중복응답). 도민 4명 중 3명(75%)은 제2차 재난기본소득 지급이 코로나19로 위축된 소비를 촉진해 경제를 활성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앞서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지난 1월 28일 제2차 재난기본소득 지급 기자회견에서 "코로나19 위기의 어두운 터널은 길고 경제 불황의 골은 깊은 위중한 상황"이라며 "경기도는 앞으로도 철저한 보건방역으로 도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고, 과감한 경제방역으로 침체된 지역경제를 되살려내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다음은 김혜원 양이 작성한 기사 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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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재난기본소득을 받은 김혜원 양(남양주 도농초등학교 5학년)이 경찰관에게 선물할 화초를 구입한 우리 동네 꽃집 <청자다방&플라워>. ⓒ 김혜원

 
재난기본소득으로 봄을 선물했어요

나도 드디어 어른들도 받는 제2차 경기도 재난기본소득을 받았다.
새 학기 학용품을 살까, 아니면 평소 가지고 싶었던 장난감을 살까, 친구랑 맛있는 치킨을 사 먹을까 행복한 고민을 며칠 동안 했다. 고민고민하다가 10만 원 중에서 일부를 나름 의미 있는 곳에 사용하자고 결정했다.

나는 우리 동네를 지켜주시는 경찰관에게 봄을 선물하기로 했다. 그래서 동네 꽃집으로 향했다.

2월 27일 토요일 오후, 엄마와 함께 할머니네 아파트 앞에 위치한 <청자다방&플라워> 가게로 갔다. 이 꽃집은 예쁜 꽃도 팔지만 맛있는 커피와 음료도 저렴하게 파는 곳이다. 꽃집 사장님은 친절하게 화초 이름과 종류를 친절하게 설명해주셨고 손 카드는 공짜로 주셨다.

많은 꽃과 화초 중에서 하트모양의 꽃잎에 예쁜 몬스테라 화초(2만 원)를 구매하고 우리 동네 경찰관들에게 손편지를 직접 썼다. 그리고 좀 쑥스럽지만, 엄마, 친구 채원이랑 함께 용기를 내서 남양주남부경찰서 다산파출소를 갔다.

평소 우리 아파트와 우리 동네를 순찰하는 경찰차를 많이 봤는데 정작 파출소에 들어간 것은 처음이라 가슴이 떨리고 무서웠다. 마치 도둑이 제 발로 경찰서를 가는 기분이 들었다.

방명록을 쓰고 열 체크 후 파출소에 들어가자 경찰관 3명이 근무를 하고 있었는데 눈이 큰 언니 경찰관이 무슨 일이냐고 물어봤다. 그래서 나는 재난기본소득 중에서 일부를 우리 동네를 위해 밤낮없이 고생하는 경찰관들을 위해 작은 화초를 사서 선물하고 싶어서 왔다고 작은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다른 경찰 2명은 신고를 접수하고 처리하느라 정신이 없었는데 송선아 순경님이 친절하게 나의 화분을 받아주셨고 사진도 같이 찍는 것을 허락해주셨다. 그러면서 궁금한 것이나 어려운 점이 있으면 언제든지 파출소에 오라고 하셨다. 나는 너무 긴장해서 개미 같은 목소리로 "네"라고 대답하고 후다닥 파출소를 나왔다.

오늘은 아주 특별한 날이다. 동네 꽃집에 가서 화분을 사서 우리 동네 파출소에 가서 봄을 선물했기 때문이다. 경찰관들이 내가 제2차 재난기본소득으로 선물한 화초를 보고 봄 기분을 내고 바쁜 파출소에서 근무하면서 조금은 위안이 됐으면 좋겠다.

오늘은 재난기본소득으로 우리 동네 꽃집도 살리고, 파출소에 봄도 선물해서 정말 특별하고, 떨리고 뿌듯한 하루를 보냈다. 참, 경찰관들이 몬스테라를 잘 키워서 다음에 혹시 다산파출소에 갈 일이 있으면 키가 얼마나 컸을지 꼭 확인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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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을 넘어 진실을 보겠습니다. / 저서 <이재명과 기본소득>(오마이북,2021) * 2010 오마이뉴스 미국(뉴욕) 특파원 * 2015 오마이뉴스 뉴스게릴라본부장(편집국장) * 2018 ~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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