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병 환자의 범죄, 강제 입원이 답?

등록 2020.12.14 13:38수정 2020.12.14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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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이 창밖을 바라보고 있다. ⓒ freeimages

 
지난해 진주의 한 아파트에 불을 질러 이웃 주민을 숨지게 하거나 다치게 한 방화살인범이 있었다. 그의 이름 안인득. 안씨는 2020년 10월 무기징역이 최종 확정됐다.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1심에서 사형이 선고됐지만, 2심에서는 당시 안씨가 앓던 조현병이 심신미약으로 인정돼 무기징역으로 감형된 것이다.

이 사건 이후 사회 전반에는 조현병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지배적이다. 범죄를 예방하려 정신질환이 호전될 때까지 강제 입원을 주장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그 방법이 과연 불완전한 사회를 다독여줄 최선책일까? 모든 조현병 환자가 범행을 저지르는 것은 아니기에 신중해야 할 문제인 것만은 분명하다. 의료계에서는 강제 입원은 결코 해답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미친 게 아니라 아픈 것"

'조현병 환자의 강제 입원' 질문에 안병은 정신건강과 전문의는 역으로 되물었다. "한 번이라도 조현병 환자를 직접 만난 적 있나요?". "없다"라고 대답하자, "조현병 환자는 일반인과 똑같아 구분하지 못했을 뿐"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그들은 미치지 않았다. 단지 조금 아픈 것. 병원에 가두려고 할수록 음지로 숨어 범죄율은 더 늘어난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조현병은 약만 잘 먹으면 정상생활이 가능한 질병이다. 그런데도 환자가 약을 처방받지 않는 것은 '정신병원에 대한 사회의 편견'이라고 의료계는 입을 모은다. 정신병원 하면 대중은 흔히 '어둡고 무서운 곳'을 떠올린다. 대개는 내원 기록이 남는 것조차 꺼린다. 그 영향 탓에 조현병 환자들은 자신의 병을 인정 않으려 한다. 이런 악순환이 환자들이 내원을 거부하게 만든다는 게 그들의 설명이다.

즉 대중의 인식변화 없이 오로지 조현병 환자의 강제 입원만 요구하는 것은 '벼룩잡다 초가삼간 다 태우는 격'이라는 해석이다. 안 전문의는 "감기에 걸리면 가정의학과에 가는 것과 정신질환자가 정신병원에 가는 것은 같은 맥락"이라고 말했다.

정신질환자 범죄, 비중은 낮지만 강력범죄 발생 비율 높아


하지만 정신병원에 대한 인식 개선은 한순간에 이뤄지지 않는다. 그 사이 정신질환자의 범행으로 인해 누군가 희생되고 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지난해 충주의 한 원룸에서 조현병 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경찰관 2명이 다치는 사건이 있었다. 정신병원 치료를 거부한다는 신고에 출동한 경찰이 환자를 설득하는 과정에서 생긴 일이었다.

범죄심리 전문가들은 범행 이력이 있는 환자를 국가적 차원에서 따로 관리할 것을 주장한다. 최근 이춘재와 고유정을 면담한 이진숙 프로파일러는 "조현병 환자의 범죄는 극단적으로 이어진다. 폭력·상해가 아니라 살인 등이다. 환자의 인권도 중요하기에 강제 입원시켜야 한다는 입장은 아니다. 다만 현장에 있는 수사관들이 그들로 인해 위협을 느끼는 건 분명하다. 현재 정신과에서 조현병 환자가 원하면 퇴원 가능한데, 그게 맞는 건지 고민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김민주 서울의대 의료관리학교실 교수팀이 조현병 환자 범죄율을 분석한 결과 국내 전체 범죄 중 차지하는 비중은 0.1%에 불과했지만, 2016년 기준으로 살인 등 강력범죄 발생 비율은 0.5%로 일반인(0.1%)의 5배에 달했다.

현재 조현병 환자의 입·퇴원 관리는 2017년 정신건강복지법 개정안에 따른다. 해당 법은 ▲ 자의입원(제41조) ▲ 동의입원(제42조) ▲ 보호 의무자에 의한 입원(제43조) ▲ 행정입원(제44조) 등이 골자다. 동의입원과 보호 의무자에 의한 입원은 지금까지 환자 본인이 원할 때 입·퇴원이 가능한 현실을 보완했다. 동의입원은 환자가 퇴원 희망 시 정신과 전문의 진단이 필요하며, 최대 72시간 제한할 수 있다. 보호 의무자에 의한 입원은 보호 의무자 2인이 신청한 뒤 정신과 전문의 2명의 소견이 일치되면 환자 입원이 가능하다. 퇴원 또한 보호 의무자 동의가 없으면 불가하다, 하지만 해당 법으로 실제 입원 조치가 된 경우는 드물다. 애초에 환자가 병원 방문을 거절하면 입원 절차가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정신질환자의 범죄는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만국 공통이 겪고 있는 보편적인 문제이기도 하다. 미국의 경우 '사법입원' 제도를 통해 정신질환자 범죄를 예방하고 있다. 사법입원은 후견인을 내세워 사법부가 입원을 결정하는 것을 말한다. 세계보건기구(WHO)의 '정신장애인 보호와 정신보건의료 향상을 위한 원칙(MI 원칙)'에 근거해 사법기관이 입원을 판단하겠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사법입원 도입을 주장하는 움직임이 관측된다. 이규영 대한조현병학회 홍보이사 겸 노원을지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학회의 기본 논조도 사법입원을 지향하는 추세다. 의료진은 사법부에 의학적 지식과 소견만 전달함으로써 정당성이 확보되고 책임 소재도 명확하다. 이 같은 방안이 공론화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현병 #임세원법 #안인득 #정실질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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