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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소재 대학 계약직 여직원 "상급직원이 성추행" 신고

"신고 후 2차피해" 주장도... 대학 측 "조사 진행 중"... 당사자 "진정 사실 몰라"

등록 2020.12.08 16:55수정 2020.12.08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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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의 모 대학교 상급 직원이 소속 계약직 여직원을 지속해서 성추행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해당 대학 측은 피해자의 성희롱 사건을 접수하고도 피해자 보호조치를 제대로 취하지 않아 2차 피해를 유발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1일 대전의 모 대학 부설기관에 계약직으로 일하는 A씨가 이 대학의 성희롱 고충상담창구 문을 두드렸다. A씨는 관련 업무 책임자를 만나 지난 10월 중순 무렵부터 한 달여 사이 3차례 이상 상급 직원 B씨로부터 지속적인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피해 호소 내용을 보면, 상급 직원은 지난 10월 중순께 이야기 도중 포옹하자고 요청했고, 엉덩이를 쓸어내리고 토닥거렸다. 또 다른 날에 A씨가 신체 접촉에 대한 거부 의사를 밝히자 "왜? 다리가 두꺼워서?"라는 말하며 치마를 무릎 위까지 들추기도 했다. 10월 말 무렵에는 손을 내밀게 한 후 손을 만지작거리거나 쓸어내렸고, 업무 보고를 하는 자리에서 자신의 손 위에 손을 올리라는 요구를 하기도 했다.

업무 지시를 받는 사람에게 위계 또는 위력으로써 추행하면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이 성립될 수 있다.

[쟁점 1] 학교 측, 행위자에게 '2차 피해' 금지 조치 알렸나?

A씨는 진정서를 제출한 후 피해자 보호조치를 요청하고 귀가했다. 귀가 후 곧바로 휴가를 신청했다. 하지만 이날 진정접수 몇 시간 후 행위자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전화를 받지 않자 행위자는 '뭐라 할말이 없다...식사는 잘 챙겨 먹고'라는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심리적 압박을 느낀 A씨는 거듭 학교 측 책임자에게 '2차 피해가 없도록(행위자가 연락하지 않도록)' 확실한 보호조치를 요청했다.


하지만 이날 오후 행위자는 2차례 더 전화를 걸어왔다. 전화를 받지 않자 A씨의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A에게 전화 좀 해보라'고 연락을 해왔다고 밝혔다.

A씨 측은 학교 측 관할 업무 책임자에게 또다시 '피해자 보호조치'를 요청했다. 하루 세 차례 보호조치를 요청한 것이다.

그런데도 행위자 B씨는 다음 날에도 A씨에게 업무 메일을 통해 '고생하셨습니다'는 글을 보냈다. A씨는 "세 차례 보호조치 요청에도 행위자는 아랑곳하지 않고 연락을 해왔고, 학교 측은 행위자에게 어떤 조처를 했는지에 대해서도 아무런 회신이 없었다"며 "행위자와 학교 당국으로부터 놀림을 받는 듯해 불쾌감이 들었다"고 말했다.

관련법에는 '신고접수 즉시 피해자 등 보호에 필요한 구체적 조치'를 하게 돼 있다. 또 행위자에게는 피해자에 대한 접근 및 통신 금지, 타인을 통한 피해자 연락 금지 등을 안내하게 돼 있다.

이에 대해 학교 측 관계자는 "조사를 진행 중인 사안이라 구체적으로 밝힐 수는 없지만 매뉴얼에 따라 조처를 했다"고 말했다. 반면 B씨는 기자에게 "당일 A씨가 출근을 하지 않아 전화했을 뿐 피해 진정 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B씨는 '그럼 학교 측으로부터 언제 연락을 받았냐'는 질문에는 "지금 심경이 복잡해 더는 통화가 어렵다"고 전화를 끊었다.

A씨는 "이미 휴가를 신청했고 B씨가 당일 문자메시지로 '뭐라 할 말이 없다'고 한 내용으로 보면 진정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학교 측이 '통신 금지'를 알렸는데도 B씨가 연락을 했다면 이는 중대한 비위행위에 해당하는 만큼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쟁점 2] 학교 측 피해자 보호 위해 무엇을 했나?

학교 측이 피해자 보호를 위해 무슨 일을 했는가도 의문이다. 진정서를 제출한 같은 날 오후 3시께 대학 상담조사원이 A씨에게 전화를 했다. '신고서에 자필 사인이 빠져 있어 신고 양식에 맞게 재작성해야 한다'며 학교로 나와 달라고 요구하는 전화였다.  이 전화를 마지막으로 학교 측은 A씨에게 아무런 연락을 하지 않고 있다.

관련법에는 '고충 상담원은 상담 과정에서 피해자 보호조치를 위해 필요한 부분을 구체적으로 파악해 조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피해자가 조사ㆍ심의 과정에서 다양한 조력 방식을 택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필요한 경우 근무 장소의 변경, 유급휴가 명령 등 적절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A씨는 "성추행 피해를 신고한 1일, 지난 4일까지 휴가를 요청했고 이후 다른 부서로 대기발령 시켜 달라고 요청했지만 8일 현재까지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할 수 없이 지난 3일 개인 연가를 사용하여 7일부터 11일까지 2차 유급 연차를 냈다"며 "신고 건에 대한 처리 과정도 전혀 알지 못한다"고 황당해했다.

관련업무처리 메뉴얼에도 '사건 처리 과정에서의 피해자 지원 등 필요한 조치를 다 하여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대학 관계자는 "현재 조사를 벌이고 있고 고충심의위원회에서 이를 다룰 계획"이라며 "진행 중인 사안으로 더는 얘기하기 어렵고 세부 내용은 A씨를 통해 안내하겠다"고 말했다.

A씨는 학교 측의 답변을 기다리다 아무런 연락이 없자 학교 당국의 일 처리방식에 실망, 지난 7일 관할 경찰서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성추행 #대전 #대학교 #2차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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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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