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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아닌 '죽음 이후'를 걱정하는 1인가구 노인들

장례 치를 가족 없어 고민... "피해 안 주고 조용히 죽고싶은데"

등록 2020.11.30 15:55수정 2020.11.30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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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를 위해 장기기증을 신청했는데 가족 동의가 필요하다고 안 된대요."

지난 10월 31일 종로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박상순(가명)씨는 사후에 장례를 치러줄 가족이 없어 장기기증을 신청하려 했다. 그러나 병원 측은 보호자의 동의가 있어야 장기기증을 진행할 수 있고, 보호자는 호적에 등록된 가족이어야 한다고 답했다. 

그는 호적상 가족이 있지만, 개인사로 인해 어디 사는지 모르며, 연락처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장례를 위해 힘들게 찾아간 병원에서 들은 답변에 어쩔 수 없이 다른 방법을 알아볼 수밖에 없었다. 삶을 홀로 살아가는 것도 어려운 박씨는 죽음 뒤의 장례도 혼자 준비해야 하는 어려움을 겪었다.

2009년 보건복지부는 '장기 기증 활성화를 위한 제도 개선'이라는 이름으로 장기 기증을 본인이 사전에 동의한 경우, 가족 또는 유족의 동의를 받는 절차를 폐지하려고 했다. 하지만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해 현행이 유지되고 있다. 

"아픈 곳이 있어도 수술을 못 해."

박상순씨는 눈과 허리가 편치 않다. 수술할 때마다 보호자가 필요해 불편을 겪고 있다. 가족이 없어 혼자 살고 있고, 주변에 같이 갈 만한 사람이 없다. 박씨는 수술을 위해 보호자 역할을 해줄 사람을 수소문했지만 교류가 많지 않아 쉽지 않았다.

복지부는 2007년 무렵 보호자 없는 환자에 대해 '보호자 수술동의서'를 제출하지 않았다고 수술을 지연하거나 거부하는 행위는 의료법 제15조 제1항의 진료거부행위에 해당된다고 지적했다. 

남은 물건이 없다 

"죽어도 혼자 죽지. 내가 언제 죽을지 어떻게 죽을지 모르잖아요."

지난 1일에 만나 뵌 김옥순씨(90)가 하신 말씀이다. 자녀를 뒀지만, 그들도 형편이 넉넉지 않아 장례를 책임질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장례와 사후 처리 등으로 몇 년간 걱정이 앞섰던 어르신이다. 이런 와중에 구청 사회복지사의 제안으로 장례결연 프로그램에 대해 알게 됐고 신청했다. 

특히 사후에 살던 곳과 본인의 물품 정리에 대한 고민이 많았던 김옥순씨에겐 좋은 소식이 아닐 수 없었다. 장례지원을 받기로 한 후부터 무연고자 장례지원단체 '나눔과나눔' 활동가가 정기적으로 어르신 집으로 방문해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뭐가 있어야 남겨놓고 가지. 먹고 자는 것밖엔 아무것도 없는데." 

본인의 장례 때 남기고 싶은 소중한 물건에 대한 질문에 대한 어르신의 대답이다. 남길 수 있는 물건 자체가 없고, 혼자 살다 보니 생계 문제에 신경 쓰느라 소중한 물건을 살 여유가 없었다는 것이다.

"일이야 말도 못 하게 많이 하고 살았지."

장례 지원을 받기 전부터 혼자 살아왔던 김씨는 17살에 첫 남편과 결혼을 했지만 한국전쟁으로 인해 강제 이별을 당했다. 24살에 홀로 서울로 올라와 어르신은 고무나 폐지를 줍고 여러 일을 하면서 생계를 유지하며 어렵게 살아왔다. 하지만 낙상 사고, 버스 교통사고 등을 겪으면서 일조차 못 하게 됐다. 김씨에게는 자녀들이 있지만 형편이 어려워 멀리 떨어져 지내고 간간히 연락만 한다. 지금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이화동의 한 임대주택에 혼자 살고 있다. 

존엄한 마무리가 필요하다

겪은 생을 말씀해주신 어르신 두 분은 사회에서 흔히 말하는 '독거노인'이자 '취약계층'이다. 그들은 역사의 폭력에 그 삶을 선택하고 노력할 기회조차 갖기 어려웠다. 심지어 죽음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남과 다름없는 이름이 호적에 존재한다는 이유로 삶의 마지막 순간을 예측할 수 없다. 결연 장례를 신청한 한 어르신은 존엄한 삶의 마무리에 대해 담담하고 분명하게 말한다. 

"이 사회에, 주변에 피해 안 주고 조용히 죽고 싶은데, 호적의 낯선 이름 때문에 마무리도 내가 선택할 수 없네요." 

사실 1인 가구에서 "존엄한 마무리"를 떠올리는 것은 영 어색하고 불편하다. 한 사회가 죽음을 대하는 태도는 결국 존엄한 삶의 의미와 범위를 생각하는 의식 수준과 관련돼있다. 존엄한 삶의 마무리에 대해 진지한 고민과 대화를 시작해야 할 때가 아닐까. 

친족 중심의 장례 법규 개선과 공영 장례 서비스 확대를 통해 우리사회의 이웃들이 존엄하게 삶을 마무리 할 수 있는 '선택권'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제는 '무연고 노인'이 아닌 어르신의 삶에 귀 기울여야 한다.
덧붙이는 글 서울장학재단 서울희망공익인재 8기 동고동락팀(대학생 7명) 취재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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