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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시법 '무죄' 용혜인의 유감 "윽박지른 검사, 아직도 생생"

[스팟 인터뷰] 집시법 위헌 이끈 당사자 "11조 살려낸 국회... 21대서 삭제해야"

등록 2020.05.29 07:36수정 2020.05.29 0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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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있을 수 없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 추모와 무책임한 정부를 규탄하는 시민들이 3일 오후 마포구 홍대입구역 부근에서 '가만히 있으라'가 적힌 손피켓과 국화꽃을 들고 침묵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 시위를 제안한 용혜인씨를 비롯한 참석자들은 "권력자와 기득권자들이 가만히 있으라고 말하는 것을 따를 수 없다"며 "가만히 있으면 안된다"는 뜻을 알리기위해 '가만히 있으라'는 구호를 들고 나왔다고 밝혔다. ⓒ 권우성


"2014년 4월 30일 첫 행진이 끝나고 집에 가는 길이었다. 스타렉스에서 등산복을 입은 남성 두 명이 한 사람은 운전, 나머지는 촬영을 하며 쫓아왔다. 지금도 누군지 모르겠다. 기소 직전 검찰 수사를 받을 땐 당시 검사가 '당신 때문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전과자가 되는 줄 아느냐'고 하더라. 전과자는 검찰이 무리하게 기소해서 만든 거지, 내가 어떻게 만드느냐고 따진 기억이 난다."
 

6년 만에 대법원에서 사실상 무죄 판결을 받은 용혜인 기본소득당 당선자는 세월호 추모 침묵 행진인 '가만히 있으라' 진행 당시 자신에게 가해졌던 공권력을 생생하게 기억했다. 자신을 쫓아오던 차량의 번호판부터 수사 초기 자신에게 윽박을 지르던 검사의 이름까지. 그는 2014년 6월 10일 청와대를 향해 '가만히 있으라' 행진 시위를 이어가다 국무총리 공관 100m 이내 집회 금지 규정을 어겼다는 이유로 참가자들과 함께 연행, 기소된 바 있다.

용 당선인은 28일 무죄 선고를 통해 침묵 행진으로 받은 1심과 2심의 벌금형을 씻게 됐다. 세월호 참사 당시 수많은 시민의 발을 묶었던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아래 집시법)과 일반교통방해죄를 모두 적용받았던 그였다. 집시법은 무죄 취지로 하급심에 파기 환송됐고, 일반교통방해 혐의는 검찰 상고가 기각됐다.

"카카오톡 압수수색으로 점심메뉴까지 탈탈... 무죄 판결, 마음 무겁다"

용 당선인은 이날 <오마이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저 말고도 연행되거나 벌금, 심지어 구속된 분도 많아 마음이 무겁다"고 말했다. 당시 시위를 이유로 우후죽순 기소된 이들이 재심을 진행 중이지만, 검찰이 잇따라 항소를 하고 있어 고민이 많다고도 했다. 그는 "당시 투쟁한 친구들도 1심에선 무죄판결이 나왔지만, 검찰이 또 항소를 해서 내달 항소심이 진행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더 큰 고민은 인권단체로부터 '개악'으로 지탄 받는 집시법 11조 개정안이 지난 2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사실에 있다. 국회의사당과 국무총리 공관, 각급 법원과 헌법재판소 등 '집회 시위 금지 구역'을 설정, 헌법재판소마저 헌법 불합치 결정으로 위헌 결론을 내린 해당 조항을 국회가 되살렸기 때문이다. 

"예외적으로 허용한다"는 문구를 넣어 조문을 보완했지만, '예외'의 기준을 정하는 공권력의 잣대를 더 확대시켰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용 당선인은 집시법 11조 위반을 적용받은 당사자이기도 하다. 

용 당선인은 "국회가 거꾸로 시계를 돌려 굉장히 유감이다. 집회와 시위는 국민의 정치적 의사 표현 수단인데, '절대 불가능'이라는 것이 존재할 수 있나"라면서 "해당 조항이 없어진다고 하더라도 한국 공권력 체계에선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 이 조항을 다시 삭제하는 활동도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아래는 용 당선인과 나눈 대화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한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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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대 국회 용혜인 당선인이 지난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원 소속 정당인 기본소득당 복당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남소연

 
- 6년 만의 결론이다. 소감은?
"실감이 안 난다. 마지막 선고를 받으러 가면서 세월호 투쟁을 하며 만난 분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저 말고도 연행되거나 벌금형, 심지어 구속된 분들도 많다. 그래서 마음이 무거웠다. 전 무죄를 최종적으로 받았지만, 그렇지 않은 분들도 있다. 이번 판결이 그분들에게 위로가 됐으면 좋겠다."

- 상고장에는 어떤 내용을 담았나.
"1심에선 일반교통방해로 유죄였고, 2심은 집시법이 유죄였다. 사실 집시법 유죄는 잘 안 나오는 판결이다. 이 때문에 이명박 정권부터 집시법 대신 일반교통방해라는 죄명으로 집회 참가자들을 기소하기 시작했다. 2심 판결은 그래서 예상 외의 결과였다. 헌법재판소에서도 집회 시위의 자유는 지켜야할 권리로 자주 거론된다. 변호사님과 함께 그 부분을 강조했다."

 - 침묵시위를 이어갔을 당시 대학교 4학년이었다. 경찰의 카카오톡 압수수색 등 당시 공권력으로부터 많은 제약을 당했다. 기억에 남는 일화가 있다면?
"아직도 생생하다. 2014년 4월 30일 첫 행진이 끝나고 집에 돌아가는 길에, 1120이라는 번호판을 단 스타렉스에서 등산복을 입은 남성 두 명이 한 명은 운전하고, 한 명은 촬영하면서 나를 따라왔다. 지금도 그분들이 누군지 모른다. 처음 당하는 일이니 너무 놀라서 '이게 뭐지?' 생각만 하고 있었다. 지금이었다면 '누구시냐' 따졌을 텐데.

카카오톡 압수수색으로 학교 후배들이랑 점심 메뉴를 정한 내용까지 싹 털렸다. 기소 직전 검찰 수사를 받을 때도 잊을 수 없다. 당시 A검사(현재 인천지검 부장검사)가 그랬다. '당신 때문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전과자가 되겠느냐'고. 처음 검찰 조사를 받아 엄청 위축됐는데, 그 말은 너무 황당했다. 전과자는 검찰이 무리하게 기소해서 만드는 거지 내가 무슨 전과자를 만드냐고 따진 기억이 난다."

"집시법 11조로 처벌 받은 사람 너무 많아... 국회가 시계 거꾸로 돌렸다"

 - 1심과 2심 각각 일반교통방해죄와 집시법 유죄였다. 최종 선고에서 뒤집힌 이유는 뭐라고 보나.
"상식적인 판단이다. 집시법 위반의 경우 대법원까지 가서 무죄가 나오는 경우가 더러 있다. 징역 2년을 구형받았는데, 민주화 이후 이렇게 크게 때리는 건 흔한 일이 아니라고 했다. 일반교통방해도, 사실 다리를 끊거나 표지판을 없애는 수준의 조항인데, 집시법에서 유죄가 잘 안 나오니 단순 참가도 처벌이 가능하도록 검찰이 허용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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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있을 수 없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 추모와 무책임한 정부를 규탄하는 시민들이 3일 오후 마포구 홍대입구역 부근에서 '가만히 있으라'가 적힌 손피켓과 국화꽃을 들고 침묵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 시위를 제안한 용혜인씨를 비롯한 참석자들은 "권력자와 기득권자들이 가만히 있으라고 말하는 것을 따를 수 없다"며 "가만히 있으면 안된다"는 뜻을 알리기위해 '가만히 있으라'는 구호를 들고 나왔다고 밝혔다. ⓒ 권우성

 
- 헌법재판소가 집시법 11조를 위헌이라고 결론을 내렸음에도, 국회가 이를 다시 되살리는 개정안을 지난 20일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시민사회의 비판도 거세다. 집회 시위의 자유를 국회가 가로막는 상황, 어떻게 보나.
"저 또한 당사자이고, 당시 '가만히 있으라' 투쟁을 했던 친구들도 (집시법 위반 판결에 대해) 재심을 청구하고 있다. 11조로 처벌받은 사람들이 굉장히 많다. 헌법재판소 결정 이후 인권단체를 통해 재심을 진행 중이다. 검찰 스스로 개별 재심 사안에 항소를 포기해야 하는데... 재심 1심에선 이미 무죄 판결이 나왔다. 그런데 또 검찰이 항소를 해서, 다음 달 항소심이 진행될 예정이다.

한국에서 집회 시위의 자유는 신고제지만 사실상 허가제로 운영되고 있다. 헌법재판소가 특히 국회와 법원 등 절대금지구역을 정하는 건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했는데, 국회가 거꾸로 시계를 돌린 것은 굉장히 유감이다. 이 자유에 성역이 있나. 집회와 시위는 국민의 정치적 의사 표현 수단인데, '절대 불가능'이라는 것이 존재할 수 있을까. 없어져야 하는 게 맞고, 없다고 하더라도 현재 한국 공권력 체계에선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

- 대응을 고민하고 있는 게 있나.
"관련 인권 단체 분들과 앞으로 만나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사실은 20대 국회에서 이 법안을 처리하지 않았으면, 조항 자체가 없어지는 거였다. 별도의 입법 활동 없이도, 자연스럽게 사라졌을 거다. 그러다가 다시 등장했다. 이 조항을 삭제하는 활동도 해야 할 것 같다."

- 21대 국회에서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 활동 기한 연장과 순직 기간제 교사 피해 인정, 대통령 지정 기록물 공개 등 세월호 관련 사안을 계속 주목하겠다고 했다.
"전부 국회에서 다뤄야 하는 내용이다. 참사 당일 대통령의 문서들이 공개되고 나면, 사참위 활동 기한 연장도 더 힘을 받을 수 있다. 기록물 비공개 해제가 선행돼야 한다. 코로나19 여파로 제약을 받고 있는 사참위의 충분한 조사를 위해선 올해 연말까지의 기한을 최소 1년 정도 더 연장해야 한다. 20대 국회에서 '김관홍법(세월호 참사 민간 잠수사 피해지원법)'은 통과됐지만, 기간제 교사 순직 인정에 대한 차별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문제다. 이 문제도 꼭 다루고 싶다."

[관련 기사]
세월호 추모로 결국 '유죄', 끝까지 싸울 겁니다 (http://omn.kr/m3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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