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거리에 깃든 감성 깨워 꿈 찾는 길 열었습니다"

해남공공도서관, 새하늘지역아동센터와 협업해 지역 아이들 꿈 담은 책 출간

등록 2020.01.02 09:45수정 2020.01.02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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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새해를 어떻게 시작할까. 12월 31일과 1월 1일 사이에 눈에 보일 정도로 확실한 경계가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누군가는 해가 뜨는 동해로 가서 새해에 뜨는 해를 볼 것이다. 또 다른 이는 지인들에게 새해 축복이 깃든 문자 메시지를 보낼 것이다. 비록 방법은 다를지라도 우리 모두는 2020년을 좀 더 알차게 꾸리고 싶은 마음만은 같지 않을까.
  

책을 출간한 새하늘지역아동센터 친구들. ⓒ 김성훈

   
한 해를 돌아보고, 새해를 맞이한 친구들이 있다. 이 친구들 손에는 자신들이 한 해 동안 쓰고 편집한 책이 들려 있다. 제목은 '달빛 거리에 꿈을 긷는다'이다. 지도교사인 필자와 전남 해남군 현산면에 있는 새하늘지역아동센터 15명의 친구가 거의 10여 개월 동안 원고를 정리하고 편집을 함께한 책이다. "선생님, 어느 날 갑작스럽게 무언가 되는 것은 없어요. 미래는 오늘의 결과지요." 아이들은 수업 시간에 했던 말을 곧잘 따라 했다.
  
책 제목인 '달빛 거리에 꿈을 긷다'는 새하늘지역아동센터 아이들의 삶을 상상하며, 아이들과 지도교사가 머리를 맞대고 지었다. 해남군 현산면 신방리, 구시리, 학의리 등에 거주하는 아이들은 일평리에 있는 현산초등학교나 현산중학교에서 수학한다. 그리고 학교 일과가 끝나면 아이들은 현산면사무소가 있는 새하늘지역아동센터에 모여 저녁 한 끼를 두런두런 나누고 야간 프로그램 활동에 참여한다. 그때까지 축적된 시간과 거리, 그리고 아이들의 감성이 깃들 수 있는 적절한 말이 '달빛 거리'였다. 야간 프로그램 활동까지 끝내고 귀가할 때 가장 많이 보는 것이 '달'이었다는 아이들의 말에 착안한 것이다.
   
해남에는 지난 2019년 12월 31일 새벽녘에 올겨울 첫눈다운 눈을 볼 수 있었다. 해가 뜨자 언제 그랬냐는 듯 눈은 자취를 감췄지만, 그래도 겨울임을 실감케 한 눈이었다. 꼭 이맘때쯤에 한 번씩 눈이 내리는데 지난해 1월 8일, 첫 수업을 시작할 때도 싸락눈이 내렸다. 달이 여러 번 뜨고 진 밤이 지나, 어느덧 보리 싹이 피어오르고, 벼가 익고, 태풍을 세 번이나 맞은 9월이 지나갔다.

해남공공도서관 정선화 관장은 "도서관의 고유 기능이 책을 향유하는 것인데 그것을 단순히 수용자의 입장에서만 그치는 것이 아니고, 지역의 아이들이 직접 창작자가 돼 책을 만들어 보는 것 그 자체로 아이들한테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 길에서 아이들이 한 번쯤 해보아도 될 괜찮은 경험이라는 것, 그 경험을 실제로 가능케 해준 것은 해남공공도서관이었지만 더 멋진 것은 '지역의 어른들'이었다. 실제 수업은 1월부터 8월까지 매주 화요일 오후 7시부터 9시까지 했다. 8월에 아이들 원고가 마감됐다. 지역 어른들의 활약은 이때부터였다. 소셜네트워크 활용, 주최인 해남공공도서관의 적극적 동행, 새하늘지역아동센터 김창숙 선생님의 발품으로 지역 어른 약 60여 명이 책 출판 응원의 말을 남겨주었다.
 

지역 어른들의 응원 댓글 ⓒ 해남공공도서관

  
전라남도해남교육지원청 장성모 교육장은 "지금은 감성 시대, 미래도 감성시대입니다. 나도 알 수 없는 내 안의 세계를 글, 그림, 몸으로 표현해 봄으로써 내 감성을 깨워 보시기 바랍니다. 잘 깨운 내 감성 하나가 지금의 나와 미래를 행복하게 해 줄 것입니다"라는 말을 남겼다.
  
책을 출간하고 나서 아이들은 "그동안 마땅한 꿈을 찾을 수 없었는데 도서관 프로그램으로 책을 만들어 보니 무엇인가 되고 싶은 것이 생길 것 같은 기대감이 든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했을 때, 지역 어른들은 일말의 고민 없이 응원의 말을 남겨줬다. 애초에 응원 댓글을 책의 뒷면에 실으려고 했다. 그보다 아이들의 작품 원고와 융화되면 좋겠다는 판단이 들어 아이들과 의논 뒤, 아이들 작품 뒤에 각각 '응원 말'을 삽입하는 방식을 취했다.
 

책 표지 ⓒ 해남공공도서관

 

이번 수업은 해남공공도서관의 '감성톡톡 책 만들기 프로젝트' 일환으로 진행됐다. '달빛거리에 꿈을 긷다'는 전체 250권이 지난 12월 말에 출간됐다. 출간된 책은 올해 전남에 있는 공공도서관과 해남에 있는 각급 학교에 배포될 예정이다.
#해남공공도서관 #새하늘지역아동센터 #해남교육청 #달빛거리에 꿈을 긷다 #김성훈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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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년생. 전남대학교 일반대학원 문화재협동학 박사과정 목포대학교 교육대학원 국어교육학석사. 명지대 문예창작학과졸업. 융합예술교육강사 로컬문화콘텐츠기획기업, 문화마실<이야기>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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