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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화이바 32살 직원은 왜 극단적 선택을 했을까?

김아무개씨, 지난 9일 아침 기숙사에서 사망... 유가족 "직장갑질 때문" 주장

등록 2019.12.17 16:33수정 2019.12.17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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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화이바 직원 김아무개(32)씨의 유가족들은 17일 경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직장갑질에 희생된 젊은 자식의 억울한을 풀어달라"고 호소했다. ⓒ 윤성효

 
32살 한국화이바 직원은 왜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까. 한국화이바 특수선사업부 고(故) 김아무개(32)씨가 기숙사에서 죽은 채 발견된 가운데, 부모들은 "직장갑질에 희생된 젊은 자식의 억울함을 풀어달라"며 호소하고 나섰다.

2013년 한국화이바에 입사한 고인은 철도사업부에서 일하다 2017년 특수선사업부로 이동했다. 지난 9일 오전 8시경 기숙사에서 사망했고, 경찰은 '자살'로 보고 있다.

고인은 지난 4일 자신의 휴대전화 메모장에 "책임질 수 없어 떠납니다. 죄송합니다. 너무 힘들었어요. 마지막까지 죽기 싫은데 어쩔 수 없는 선택인 거 같아요. 가족들, 여자친구한테 미안해지네요"라는 내용의 유서를 남겼다.

이어 고인은 "◇◇◇ 과장 차 좀 타고 다니세요. 업무 스트레스도 많이 주고 …. 하, 이 글을 적고 있는데도 무서워서 죽을 용기는 안나네요. 몇 번 시도해 보면 되겠죠"라고 써놓았다.

유족들은 고인이 직장갑질을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유족들은 고인이 같은 부서 과장(◇◇◇)의 출퇴근 때 차량을 태워주고, 업무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했다.

김아무개씨는 김해에 있는 부모 집을 나와 기숙사에서 생활했다. 과장은 부산에 집을 두고 기차로 출퇴근 하면서 밀양역이나 삼랑진역에 내려 차량을 이용했다.

유족들은 고인이 남긴 카카오톡 메시지를 통해 고인이 차량으로 같은 부서 과장을 역에서 공장 사이 출퇴근을 자주 해주었다고 주장했다.


과장과 고인이 나눈 카카오톡 대화를 보면, 과장은 오후 10~11시 전후, 혹은 오전 6~7시께 문자를 보내 출퇴근길에 차를 태워 달라고 했다.

과장은 "미안한데 내일 회사 좀 일찍 가자"거나 "역으로 좀 태워줘", "조금만 일찍 나와라. 부장님 보고 때문에", "내일 밀양역에 일찍 올 수 있나? 본부장님이 일찍 출근하라네", "삼랑진으로 오는 거 맞지", "오늘도 역으로 좀 부탁", "주말 잘 보냈나? 혹시 밀양에 있음?" 등의 메시지를 보냈다. 

그러면 김씨는 "네 밀양역으로 갈까요?"라거나 "7시 5분까지 가면 될까요?", "과장님 내일 밀양역으로 오시면 됩니다", "15분 안으로 가겠습니다", "예 아침에 가겠습니다"라고 답변했다.

유족들은 "유서와 문자메시지, 메신저 대화 등에 나온 내용을 보면 직장갑질이 도를 넘어 극심한 스트레스로 되었음이 명백하다"라며 "그런데도 어느 누구 하나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고 했다.

또 유족들은 고인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 하루 전날인 12월 8일, 회사 관계자로 추정되는 사람으로부터 전화를 받고 극도로 불안해 했다고 밝혔다.

이날은 일요일로, 고인은 김해 부모님 집에 와 있었다. 이날 오전 11시 40분경 고인이 모친과 함께 차량 블랙박스 수리를 위해 대리점을 찾았고, 이때 고인이 회사 관계자로 추정되는 사람과 전화통화를 길게 했다는 것이다.

고인의 어머니는 "아들은 블랙박스 수리보다는 전화 통화에만 신경을 썼고, 매우 겁이나 있었다. 누구와 왜 전화 통화했는지는 모르지만 아들은 '수요일까지 어떤 일이 있어도 해결하겠다'고 하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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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화이바 직원 김아무개(32)씨가 휴대전화 메모장에 남긴 유서. ⓒ 윤성효

 
고인은 이날 저녁 기숙사로 갔다. 아버지는 "월요일 아침 일찍 김해 집에서 가도 되는데, 과장 출근 때 차를 태워주어야 하기에 기숙사에서 가는 게 거리가 가까워 갔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런데 유족들은 "고인이 죽은 뒤에 받은 휴대전화기의 통화목록에서 '12월 8일 오전 11시 40분경' 통화했던 전화번호 목록이 사라져 있었다"고 했다.

"마치 주인이 종부리듯이 내 소중한 자식을 부려 먹고"

유족들은 고인 죽음의 진상규명을 촉구하며 장례를 치르지 못하고 있다. 유족들은 "주검으로 발견된 지 1주일이 지나고, 여전히 차가운 냉동고 안에 있지만, 진실은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다"며 "한을 풀기 위해서라도 잘못을 바로 잡아야 한다"고 했다.

유족들은 "고인이 부서를 옮기기 전에는 업무 스트레스나 상사의 차량 출퇴근 요청이 없었다"고 했다. 이들은 "철도사업부에 있을 때는 아무 말 없었지만, 특수선사업부로 가고 나서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로 회사를 그만두어야 할 정도로 심하게 받아왔다"고 했다.

부모들은 "자식의 문자메시지를 보면 더 기가 차서 말이 안 나온다. 마치 주인이 종부리듯이 내 소중한 자식을 부려 먹고 있었다"고 했다.

실제 고인은 올해 8월 사표를 썼다가 회사에서 반려해 다시 다녔다. 유족들은 "카카오톡 문자 등 2년 넘게 집요하게 갑질을 당하였고, 자기 업무를 끝내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상사를 퇴근시켜주고, 아침에 일찍 나가 태워 와야 했다"고 밝혔다.

유족들은 경찰과 고용노동부에 대해서도 불만이다. 밀양경찰서는 고인의 죽음에 대해 자살로 보고 '사건종결 처리'하려고 했다는 것이다. 유족들은 경남지방경찰청에 재조사를 요구했다.

고인의 형은 "동생이 그렇게 된 날 경찰서에 가서 6시간 정도 조사를 받기도 하면서 있었다. 휴대전화 메모장에 남겨진 유서도 경찰이 아닌 제가 발견했다"며 "제대로 조사를 하지 않고 자살로 사건종결 처리 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또 부모들은 고용노동부 양산지청에 '직장갑질 피해 신고'했다.

유족들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경남경찰청에 감찰과 재조사 진정을 넣었고, 노동부에 직장갑질 조사 진정을 했다"며 "그러나 아직 노동부의 제대로 된 현장조사도 없다. 이 또한 작은 외침이 될까 두렵기까지 하다"고 했다.

부모들은 "부모된 심정으로 자식을 이렇게 억울한 죽음으로 보낼 수 없다. 진실이 규명되고, 명백한 사과가 있고, 재발방지가 되어야 다른 희생자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며 "아무 것도 모르고 두려운 마음 가득하지만 억울한 죽음을 알려야겠다는 생각에 나서게 되었다"고 했다.

부모를 비롯한 유가족들은 기자회견 내내 울먹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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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울함 풀어주세요" 한국화이바 직원 김아무개(32)씨의 유가족들은 17일 경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직장갑질에 희생된 젊은 자식의 억울한을 풀어달라"고 호소했다. ⓒ 윤성효

한국화이바 "유족이 하는 말은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

회사는 유족과 다른 주장을 하고 있다. 한국화이바 관계자는 "유족이 하는 말은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며 "과장(◇◇◇) 이야기로는 고인을 괴롭히기 위해 한 것이 아니라고 한다. 이야기를 들어보면 갑질이 맞는지 의문이 든다"고 했다.

부서 이동에 대해 그는 "철도사업부는 민수 쪽이라 사업이 원활하게 돌아가지 않았고, 구조조정 해야 하는 단계에서 특수선사업 쪽에서 인원이 필요해 고인과 함께 2명이 부서 이동을 했다"고 설명했다.

과장의 출퇴근 차량 제공에 대해, 그는 "과장과 카풀을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고인이 상사이기에 어쩔 수 없이 했다고 하나, 과장과 주위 이야기를 들어보면, 기숙사에서 2공장으로 가려면 지나가는 길에 태워 주거나 중간이 길목까지 걸어와서 타고 간 것으로 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과장은 다른 사람의 차를 탄 적도 있고, 고인의 차를 타면서 미안하기도 해서 유류비를 몇 번 입금시켜주거나 현금으로 준 적도 있다고 한다"며 "힘들며 안해도 된다고 했지만 괜찮다고 해서 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이에 대해 고인의 형은 "동생이 여자친구에게 '과장이 유류비라도 주면 괜찮을 건데 그런 게 없었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며 '카풀'의 유류비 지불을 부인했다.

또 한국화이바 관계자는 "유족들이 유서라고도 하는데 이해가 안되는 부분도 있다"며 "업무적으로 스트레스가 있었다고 하나 고인이 업무 진행을 못해서 생긴 것이고, 면담을 통해 힘들면 원래 부서로 보내줄 수 있다는 제안도 했다"고 주장했다.

밀양경찰서 관계자는 "고인의 사망은 타살 흔적이 없어 자살이고, 사건종결처리는 아직 하지 않았으며, 검사 지휘를 받아 처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고용노동부 양산지청 관계자는 "우편으로 출석요구서를 보냈고, 유족들이 빨리 조사를 해달라고 해서 어제 왔을 때 진정인 조사를 했다"며 "회사에는 출석 요구서를 보냈다. 직장갑질 여부는 아직 알 수 없고 조사 중이다"고 했다.
#한국화이바 #직장갑질 #밀양경찰서 #고용노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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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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