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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람이 한국말로 하는 오페라 만들고 싶어요"

[김연정의 엣지 인터뷰] 김숙영 연출 인터뷰 ②

등록 2019.10.20 17:02수정 2019.10.20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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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 <이중섭> 연습 사진 ⓒ 김숙영


(①편에서 이어집니다)

그녀가 연출한 작품은 수도권의 대극장뿐만 아니라, 해마다 전국을 돌면서 순회할 정도로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어떻게 생각하면 모든 오페라인들의 꿈 아닌가요? 1년에 몇 번하고 마는 공연도 있는데, 제가 참여한 작품은 '우수작'으로 선정돼 지방에서도 활발히 공연되고 있거든요. 어떤 사람들은 그게 바로 오페라의 헤게모니를 깨버리는 것이라는 이야기도 하는데, 저는 오페라의 헤게모니는 관객석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믿거든요.

제가 <카르멘>을 연출했을 때, 공연 끝나고 한 할머니 관객 분이 어떻게 그렇게 여주인공을 잔인하게 죽이냐고 연출가를 만나고 싶다고 찾아오신 적이 있어요. 그런데 또 다른 할머니 관객 분은 '그이는 그렇게 죽어도 싸!'라고 뒤에서 반박을 하시는 거예요. 속으로 '그래, 이거구나!' 싶더라고요. <마술피리>를 했을 때는 작품이 재밌었다고 고등학생들이 막후에 저를 찾아온 적도 있었어요.

한때 저도 오페라를 싫어하던 시절이 있었어요. 그랬던 제가 지금은 이렇게 오페라를 사랑하게 됐잖아요? 제 목표는 다른 관객들도 저처럼 똑같이 느끼게끔 만드는 거예요. 1부 끝나고, 2부 시작했을 때 관객들이 꽉 차 있으면, 성공인 거잖아요. 재미없다면, 인터미션 때 다 가버리고 말았겠죠. 이제는 관객들이 뭘 좋아하는지 딱 알겠어요. 관객들이 통상적으로 느낄 수 있는 지루함을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도 알겠고요. 그만큼 자신 있어요."


"슬픈 생각하면 슬퍼져요, 그렇게 시간을 소모하지 말아요"

연출가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성신여대 융합문화예술대학에서 겸임교수로 재직하며 후학 양성에도 열심인 그는 현장에서 쌓은 생생한 경험을 학생들에게 들려주는 한편, 학생들이 자신감을 갖고 자신의 꿈을 향해 도전할 수 있도록 격려하고 있다.

"자신감을 가지라는 말들을 많이 하잖아요. 저는 그 전에 자존감을 가지라고 이야기해요. 지금은 누구를 따라갈 것이 아니라, 내 이름이 브랜드가 될 수 있을 정도로 스스로의 가치를 높여야 할 때라고 생각해요. 노력도 안 해보고, 세상 탓하고 운 타령하는 건 너무 손해 보는 행동이라는 말을 많이 해요.

예전에는 배가 고파서 힘들었다면, 요즘은 배가 아파서 힘든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요. 학생들이 경쟁과 비교 속에서 많이 위축되어 있다는 것을 느껴요. 남들과 비교하면서 소중한 하루를 소모할 필요가 뭐가 있어요? 자꾸 그렇게 생각하면 슬퍼져요. 저는 학생들에게 내가 가르치는 것을 무조건적으로 배우라는 것이 아니라, '같이 판을 짜자!'고 해요. 학생들이 자신의 끼와 재능을 맘껏 펼칠 수 있는 무대를 열어주는 게 제 역할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학교 밖에서 공연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주려고 하죠.
"

두 딸에게 자랑스러운 엄마로, 학생들에게 멋진 롤 모델로 다가가기 위해 그녀는 꾸준히 도전의 문을 노크하고 있다. 나이나 직함에 구애받지 않고, 꾸준히 자신의 영역을 넓혀가는 것이 김 연출의 최대 장점이다. 특히 올해는 그토록 소원했던 작가로서 등단의 꿈을 이룬 만큼, 더 큰 기쁨을 만끽하고 있는 중이다.

'공연예술창작산실 창작오페라발굴지원' 사업에서 직접 쓴 작품 <가버나움>이 선정됐기 때문이다.

"연출은 정식으로 등단하는 절차가 있는 게 아니지만, 작가는 등단이라는 게 있잖아요. 저는 창작에 관심이 많은 편이에요. 우리나라 사람이 우리나라 언어로 하는 오페라를 많이 만들고 싶거든요. 함께 공감할 수 있는 소재를 가지고, 친근한 대본, 문제의식을 다루는 대본을 완성해낸다면, 대중들도 오페라를 더 친근하게 느낄 수 있지 않을까요? 사실 대본가와 연출가가 작업하면서 많이 싸우기도 하거든요. 그런데 한 사람이 두 가지 역할을 다 해낼 수 있으면, 굳이 안 싸워도 되잖아요? 과감하게 필요 없는 장면은 삭제도 할 수 있고, 연출도 더 섬세하게 해낼 수 있고요. 저는 향후에도 계속 그렇게 작업을 이어가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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