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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와 바람피운 남자들을 죽이려는 남편... 그는 불행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행복도시>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된 한 남자

19.07.26 15:47최종업데이트20.10.21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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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행복도시> 포스터. ⓒ 넷플릭스

  
미래의 어느 날, 중년 남자 장둥링은 어딘가로 향한다. 사람들이 둘러싼 가운데 두 중년 남녀가 춤을 추고 있다. 장은 그중 남자에게 다가가 얼굴에 주먹을 날린다. 상대 여자는 다름 아닌 아내 위팡이다. 장은 쫓겨나 환락가로 향한다. 그곳에서 몰래 권총을 구입한다. 이제 복수의 시간이다. 현재 그리고 과거에 아내와 바람을 피웠던 남자들을 처단하려고 한다.

그는 딸 아이도 만난다. 딸은 버젓이 좋은 회사를 다니고 있고, 결혼할 남자친구도 있으며, 가망없는 이 나라를 떠나려 한다. 특별할 것 없는 대화를 나누고 헤어지는 그들, 영영 헤어질 것 같은 분위기를 풍긴다. 장은 환락가에서 젊은 유럽 여성도 만난다. 그녀가 그의 젊었을 적 사랑했던 이와 닮았기 때문이다. 장은 그녀에게서 추억을 사려 하지만, 그녀는 장을 미친놈 취급할 뿐이다. 

넷플릭스에서 제작한 대만 영화 <행복도시>는 미래에서 현재, 현재에서 과거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다. 장둥링의 한때로, 결혼해 아이까지 있는 20대 형사 장둥링과 고아로 커서 아무것도 없이 좀도둑으로 커가고 있는 10대 소년 장둥링의 이야기이다. 미래, 중년의 장둥링이 왜 극단적인 일을 벌이게 되었는지 그 근원을 알게 된다. 슬픈 이야기와 슬픈 근원이다. 

복수를 감행한 한 남자의 근원
 

영화 <행복도시> 스틸 컷 ⓒ Netflix

 
<행복도시>는 극단적인 복수를 감행한 한 남자의 근원을 들여다보는 이야기이다. 현재에서 시작해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는 게 아니라, 미래에서 시작해 현재를 거쳐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는 기법을 택했다. 이미 실험적인 색채가 살짝 엿보인다. 그것도 모자라 감독은 세 가지 이야기에 다른 색채와 분위기와 장르를 입혔다. 이쯤 되면 매우 실험적이라 할 만하다. 

덕분에 우린 <행복도시>라는 하나의 영화에서 완연히 다른 세 가지 이야기를 볼 수 있다. 이 독립적으로 봐도 이상할 것 없는 세 이야기를 이어주는 끈은 장둥링이다. 이 이야기들은 따로 생각하고 봐도 무방하다. 영화를 볼 때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전체적인 분위기와 색감이지만, 가장 공을 들인 것은 스토리 라인이 아닐까 싶다.

우린 이 영화 내내 장둥링을 만나고, 또 장둥링을 만나며, 다시 장둥링을 만난다. 장둥링이라는 한 개인은 영화 속에서 환경에 휘둘리는 가엾은 존재일 뿐이다. 이렇게 휩쓸리고 저렇게 휩쓸리는 우연의 길을 지나, 결국 막다른 골목에 이르게 되는 필연 말이다. 운명 앞에서 한낱 인간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하는 것 같다. 

영화 포스터는 제89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수상했던 영화 <문라이트>가 떠오른다. 제목처럼 달빛을 형상화시킨 듯 아름다운 <문라이트> 포스터와 대비되어, <행복도시> 포스터는 제목과는 달리 행복과는 거리가 먼 장둥링의 인생을 형상화시킨 듯하다. 

장둥링 인생을 결정한 시절들은 행복과는 거리가 멀었을지 모르지만, 당시에 만났던 세 여자(딸, 여자친구, 엄마)와 보낸 찰나의 순간은 아마도 행복했을 것이다. 비록 그들과 장둥링의 관계는 보편적이지 않은데다, 슬픔의 근원이 자리하고 있었지만 말이다. 장둥링은 그 순간의 기억으로 꾸역꾸역 살아왔던 게 아닐까. 우리라고 다를 바 없을 것이다. 순간의 행복하고 슬프고 아픈 기억이 시간이 지나면 뿌옇게 채색되어 아련해진다. '시간이 약이다'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여운이 남는 영화
 

영화 <행복도시> 스틸 컷 ⓒ Netflix

 
영화에는 장둥링 삶이 불행해지는 과정, 그리고 사회가 점점 불행을 만드는 모습이 함께 담겨 있다. 이는 자연스럽게 관객의 공감을 산다. 개인의 삶이 하나의 모습만 띄고 있는 게 아니라는 걸 장둥링의 면면에서 새삼 깨달을 수 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이 점점 더 좋은 세상이 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는 영화에서 여지없이 무너진다. 미래의 장둥링은 분명 첨단기술 세상에 살고 있지만, 과거와 현재의 장둥링과는 비교할 바 없이 불행해 보인다.

영화 <행복도시>, 미래에서 시작해 현재를 거슬러 과거까지 올라가면 가슴 한 편이 저릿저릿하다. 영화의 막이 오르고 나서도 한참 동안 여운에 시달린다. 그러나 영화 초반부에서 다소 불친절한 전개는 조금 아쉬운 대목이다. 그럼에도 보고 싶다면 추천하고 싶은 선택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형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singenv.tistory.com에도 실립니다.
행복도시 미래와 현재와 과거 복수 여운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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冊으로 策하다. 책으로 일을 꾸미거나 꾀하다. 책으로 세상을 바꿔 보겠습니다. 책에 관련된 어떤 거라도 환영해요^^ 영화는 더 환영하구요. singenv@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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