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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기만 했는데 기분이 상쾌... '시티팝'에 마음을 빼앗기다

[이끼녀 리뷰] 나미, ‘가까이 하고 싶은 그대’

19.06.04 17:05최종업데이트19.06.04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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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폰 끼고 사는 여자, '이끼녀' 리뷰입니다. 바쁜 일상 속, 이어폰을 끼는 것만으로도 마음에 여백이 생깁니다. 이 글들이 당신에게 짧은 여행이 되길 바랍니다.[편집자말]
지난 달, 가수 김현철의 인터뷰 중에 중심 주제가 된 시티팝에 대해 사전적 정의를 찾아봤다. 대체 시티팝이 무엇이기에 근래 몇 년간 복고열풍처럼 일고 있는 건지, 무슨 매력이 있기에 젊은이들이 30년이 지난 음악을 다시 꺼내 듣는지, 어떤 장르이기에 음악을 접은 '시티팝 대표' 김현철을 무려 13년 만에 다시 음악의 길로 돌아오게 만든 건지.

 

▲ 김현철 김현철의 데뷔 음반 자켓 ⓒ 케이앤씨뮤직퍼블리싱컴퍼니


"시티팝[City Pop]: 시티팝은 장르라기 보단 스타일에 가깝다. 1970년대 중후반부터 1980년대까지 중흥했던 음악 스타일로 이름 그대로 도회적인 분위기를 담고 있다. 팝, 스무드 재즈, 펑크(funk), 소울 등 다양한 장르 음악이 시티팝의 범주에 들어간다." (네이버 지식백과)

사전적 뜻을 찾아본 후에 나는 그 스타일의 음악들을 한 번 들어봤다. 아리송했다. 그러다가 몇 주 후에 가수 이하이의 인터뷰에 갔는데 그가 노래 하나를 추천해줬다. 나미의 '가까이 하고 싶은 그대'였다. 본인이 가장 좋아하고 즐겨듣는 노래라면서 "들어도 계속 듣고 싶은 노래"라고 했다. 그리고는 한 마디 덧붙이길 "요즘 다시 재조명되는 시티팝 계열의 노래"라고 설명하는 것이었다. 앗, 시티팝? 그 세 글자에 구미가 당긴 나는 인터뷰 후에 돌아가는 길에 곧장 그 노래를 찾아들었다.

맙소사! 진짜로 좋은데? 1992년에 나온 노래인데 옛날 노래를 듣고 있단 생각이 안 들었다. 요즘 노래의 감성이나 스타일에 뒤지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더 세련되고 시원시원한 매력이 느껴졌달까? 나도 계속 듣고 싶었다. 유재하, 김광석 말고 내가 옛날 가수 노래를 이렇게 자연스럽게 듣게 될 줄이야.
 

▲ 나미 나미의 베스트 앨범인 < Nami Best 'My Story And... 45' >의 자켓. ⓒ RIAK


시티팝이 왜 다시 유행이야? 하고 아리송해하던 내가 유튜브에 들어가서 시티팝 노래 모음을 반복해서 듣고 있었다. 개인적인 감상이지만, 시티팝 계열의 노래를 들으면 홀가분하고 상쾌한 기분이 들어서 좋았다. 햇볕과 바람이 좋은 날에 마음이 뽀송뽀송해지거나, 비 오는 날에 초록 잎사귀를 보면서 촉촉해지는 것처럼 선명한 감각이 귀로 전해져왔다.

"그대 눈빛만 보아도 나는 느낄 수 있어요/ 나를 좋아하고 있다는 걸/ 처음부터 난 알 수 있었어요/ 이젠 두렵지 않아요 내게 다가온다 해도/ 나도 그댈 좋아한다는 걸/ 알고부터 모든 게 꿈만 같아

내 곁에 있는 그대 모습을 보면서 오오오오/ 사랑에 빠진 나의 마음을 알았네/ 가까이 하고 싶은 그대 자꾸만 가슴이 떨려/ 오 그대여 오늘밤 이대로/ 단둘이 그대와 있고만 싶어요" - 나미, '가까이 하고 싶은 그대' 가사 중


노랫말은 단순하고 솔직하다. 사랑에 빠져 쿵쾅대는 화자의 마음이 생생하게 전해지는 듯하다. 상대도 나를 좋아한다는 걸 알고부터 모든 게 꿈 같고 행복하다는 고백과, 가까이 하고 싶다는 말, 그리고 단둘이 있고 싶다는 말에서 사랑 앞에서 당당하고 순수하게 마음을 여는 여성의 모습이 그려진다. 사랑을 한 지 오래된 사람이 듣는다면 사랑하고 싶어지는, 설레는 노래다.

나미 노래 외에도 앞서 언급한 김현철의 곡들이 시티팝 스타일의 대표격이다. 1989년에 김현철이 발표한 데뷔 음반은 '한국 시티팝'의 명작으로 꼽히면서 재조명되고 있다. 이 음반에 실린 '춘천 가는 기차'를 얼마 전 태연이 '월간 윤종신 2019년 5월호' 수록곡으로 리메이크하기도 했다. 지금 들어도 여전히 마음 차분해지면서 동시에 기분이 붕 뜨게 만드는 명곡이다.

유행은 돌고 돈다는 말이 있지만, 그렇다고 지구가 돌거나 사계절이 돌고 도는 것처럼 당연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지금 들어도 마음을 건드는 매력이 있고, 시대를 넘어 현재의 청자들과도 공감할 수 있는 공통된 감성이 있어야 그 유행이 다시 돌아올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요즘 어떤 음악을 자주 듣는지 묻는 질문에 "나미의 '가까이 하고 싶은 그대' 많이 들어"라고 말하는 내가 아직도 신기하지만, 그렇게 대답할 때면 '시티팝스러운' 사람이 된 것 같아 묘하게 뿌듯해진다.
나미 김현철 가까이하고싶은그대 시티팝 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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