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패싱' 포토라인 논쟁 가열…"낙인찍기"vs"알권리 상징"

등록 2019.01.15 18:19수정 2019.01.15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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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협·법조언론인클럽, '포토라인, 이대로 좋은가' 토론회

"무죄추정 원칙 반해 위헌 소지"…"수사 감시·알권리 공익성 커"

(서울=연합뉴스) 송진원 기자 = 수사 기관에 소환되는 피의자를 '포토라인'에 세워 언론에 노출하는 관행을 두고 법조계와 언론계가 한자리에 모여 문제점과 대안을 모색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지난 11일 검찰 출석 당시 포토라인에 서지 않고 그대로 지나치면서 포토라인을 둘러싼 갑론을박이 다시 활발해지는 모양새다.

대한변협(회장 김현)은 15일 법조언론인클럽(회장 박재현)과 공동으로 '포토라인, 이대로 좋은가'라는 주제의 토론회를 열었다.

대검찰청 후원으로 열리는 이번 토론회는 개인의 인권과 국민의 알 권리가 상충하는 지점에 서 있는 포토라인 제도의 합리적 개선안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언론계에서는 1993년 정주영 당시 현대그룹 회장이 검찰에 출석하는 과정에서 취재 경쟁 과열로 카메라에 찍히면서 포토라인 설치 논의가 시작됐다. 이후 포토라인 시행준칙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검찰은 2010년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법무부 훈령으로 '인권 보호를 위한 수사공보준칙'을 마련해 관련 규정을 정리했다. 피의자 소환, 압수수색 등 일체의 수사 과정에서 사건 관계인에 대한 촬영을 금지하되, 예외적으로 '공인'의 소환이나 조사 사실이 알려져 촬영 경쟁으로 인한 물리적 충돌이 예상되고 본인이 동의한 경우만 촬영을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법적인 근거가 없는 데다 헌법상 무죄 추정의 원칙에 반하고 개인의 인격권이 침해된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이날 토론회에서도 포토라인의 필요성과 문제점에 대한 각계 의견이 부딪혔다.

변호인인 대한변협 송해연 공보이사는 포토라인 제도가 위헌 소지를 안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공소가 제기되기 전 피의자를 포토라인에 세우고 혐의사실을 일부라도 공개하는 것은 일반 국민에게 유죄 심증을 안겨줄 뿐 아니라 이를 지켜보는 법관의 심증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공인' 피의자에 대한 촬영을 허용하는 것에 대해서도 "공인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불명확하다"며 "공인이기 때문에 범죄혐의가 있는 경우 포토라인에 설 수 있다는 인식 자체를 검증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안형준 방송기자 협회장은 "검찰에 소환된 재벌총수가 지하 주차장의 비밀 승강기로 조사실로 올라간다면, 비리를 저지른 전직 대통령이 검사들을 자택에 불러 조사받는다면 검찰 수사에 대한 신뢰도가 어떻게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이두걸 서울신문 논설위원 역시 "포토라인은 국민의 알 권리 보장의 '상징'이자 수사 감시 효과를 지니고 있다"며 "포토라인의 순기능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수사기관을 대표해 토론회에 참석한 김후곤 전 대검찰청 대변인(현 대검 공판송무부장)은 포토라인이 안고 있는 문제점에 공감하면서 피의자의 인격권 침해를 최소화할 방안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피의자를 포토라인에 세워 사실상 '낙인찍기', '인격살인' 대상으로 삼고 있다"며 "지금까지는 관행적으로 언론의 촬영이 허용됐지만, 수사공보준칙의 기본 취지에 따라 피의자의 동의 의사를 실질적으로 확인하고 존중하는 게 중요하다"고 제안했다. 검찰 중심의 취재에서 공개재판 중심의 취재로 패턴이 바뀔 필요도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 등 외국의 경우엔 공인이라 해도 소환일정을 공개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이에 대해서도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는 게 김 전 대변인 입장이다.

김창룡 인제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도 포토라인 자체가 갖는 공공성과 공익성을 무시할 순 없지만 "사회적 형벌로서의 '모욕주기'라는 새로운 함의가 부여되고 있다"며 "언론사 차원에서 질서유지를 위해, 취재 협조를 위해 포토라인에 대한 규정을 세분화·명문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s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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