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앞에선 '작아지는' 법원... 뒤집힐 가능성 있나

[분석] 이재용 부회장 최종심, 판결 전망

등록 2018.02.25 20:26수정 2018.02.25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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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고 지난 5일 풀려났다. 항소심 재판부는 징역 5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이 부회장을 석방시켰다. '유전무죄 무전유죄' '정경유착 부활' '3.5 법칙의 재현' '국민의 법감정을 무시한 판결'이라는 비판이 일제히 일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과 이재용 측 변호인단은 판결 3일 만에 쌍방 상고를 했다.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특검법'에 따르면, 대법원 선고는 항소심 판결선고일로부터 2개월 안에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이는 훈시(권고)규정으로, 판결이 언제 나올지 정확히 알긴 어렵다. 

이재용 부회장의 재판은 박근혜 전 대통령, 최순실씨 재판과 얽혀 있어 단독으로 처리할 수 없다. 최씨 및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항소심 재판 결과가 먼저 나와야 한다. 최씨의 1심 재판 결과는 지난 13일에 나왔다.

비영리 사회단체인 '나눔문화'는 논평자료를 내고 "박 전 대통령의 1심은 빨라도 3월, 2심은 빨라도 8월에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며 "대법원이 최씨와 박 전 대통령 재판 결과를 검토하고 판결을 내리기까지 수 개월이 걸리기 때문에 이 부회장에 대한 대법원 선고는 10월을 넘길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서울지역 법무법인 대표변호사 ㄱ씨는 "웬만하면 올해 안에 판결이 나겠지만 내년으로 넘어갈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한다"고 답했다.

ㄱ씨는 대법원에서 재판이 시작되면 4개월 내에 재판을 끝내야 한다고도 지적했다. 그는 "이 부회장은 풀려났기 때문에 구속기간 제한을 안 받지만, 박 전 대통령과 최씨의 구속기간은 원칙적으로 2개월이고, 한 번 더 연장해서 총 4개월간 구속시킬 수 있다"면서 "대법원에서 4개월 내에 재판을 끝내야 한다. 안 그러면 석방시켜 놓고 재판을 해야 하는데 국민적 이목이 있기 때문에 풀어놓고 불구속 상태로 재판하는 것은 어렵다"고 설명했다. 

법조계는 대법원 내 소부(대법관 4명)와 전원합의체(대법관 13명) 중 이 부회장 재판을 전원합의체가 맡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장유식 변호사(참여연대 행정감시센터 소장)는 "사회적 중대성으로 볼 때 전원합의체로 보낼 걸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죄의 형량보다 사회적 파장 유무를 기준으로 전원합의체를 개최해왔다. 전원합의체는 대법원장을 포함한 대법관 13명으로 구성된다. 최종 결정은 대법관 3분의 2 이상 출석과 출석인원 과반수 찬성으로 이뤄진다.

그렇다면 대법원에선 무엇이 주요 쟁점이 될까. 일반적으로 대법원은 고등법원의 판결에 대해 법리 적용이 제대로 됐는지만 판단한다고 알려졌지만 ㄱ 변호사는 많은 사건에서 대법원도 사실관계를 심리한다고 밝혔다. 

"법엔 대법원이 법률심이라고 돼 있지만 현실에선 많은 사건에서 사실관계(사실 오인) 판단도 대법원에서 간섭한다. 하급심에서 증거법칙에 어긋나는 판결을 할 경우에 증거법을 어겼다고(증거 법칙 위반) 분류해서 사실관계를 제대로 판단했는지 따지는 거다. 안종범 수첩도 그 범주에 들어간다. 이재용 사건은 대법원이 법리만 따진다고 개입을 안하면 역사적인 의무를 다하지 못하는 거다." 

ㄱ씨는 "대법관이 어느 정부에서 임명된 사람인지, 사적인 성향도 판결에 영향을 미친다고 보냐"는 질문에 "당연히 영향을 미친다"면서 "하지만 영향을 주는 정도와 국민의 따가운 시선 중 어떤 게 더 크게 작용할 것이냐 하는 문제가 있다. 결론이 꼭 성향만 갖고 나오는 건 아니다. 설령 기본적으로 보수적인 시각을 가진 대법관이라고 하더라도 구체적인 사안에선 국민 기대에 맞는 결론을 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ㄱ씨는 "대법관들이 보수적 성향을 갖고 있는 사람이 다수인 상황이지만, 사법부 전체의 국민적 신뢰와 연관되는 문제라 대법원에서 뒤집어질 거라고 본다"고 조심스럽게 예측했다.

장 변호사는 사법부 독립이라는 중요한 가치가 훼손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대법관에게 정치적 선택을 하라고 하는 것도 사법부 독립이라는 헌법적 가치에 비춰봤을 때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여러 변수가 있고, 누가 임명했다고 해서 그의 생각대로 대법관이 판단하는 것은 아니다. 지금 일방적으로 누가 잘못했다고 말하는 것도, 누구한테 임명받았기 때문에 이런 판결밖에 할 수 없다고 하는 것도 모두 옳지 않다."

현재 대법관 13명 중 4명이 현 정부에서 임명된 사람이다. 4명 중 2명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제청하고,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했다. 오는 11월까지 대법관 4명이 교체된다. 그렇게 되면 전체 13명 중 김명수 현 대법원장이 제청한 대법관은 총 6명이 된다. 대법관 과반에 1명이 못 미치는 수다. 일각에선 양 전 대법원장이 제청한 조재연·박정화 대법관의 결정이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ㄱ씨와 장유식 변호사는 공통적으로 대법원에서 '안종범 수첩의 증거능력' 인정 여부가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국정농단 사건을 심리한 재판부 중 안종범 수첩을 증거로 인정하지 않은 곳은 이 부회장 항소심 재판부가 유일하다.

장 변호사는 안종범 수첩의 판단과 관련해 '파기 환송' 가능성도 언급했다. "안종범 수첩은 대법원에서 판단이 통일될 필요가 있다. 하급심에서 서로 엇갈리고 있기 때문에 대법원에서 판결의 통일성에 기해서 판단을 해줘야 한다. 그 과정에서 안종범 수첩의 증거능력을 부인하는 판단이 옳지 않으므로 파기 환송될 걸로 본다. 그렇게 되면 상당히 오랫동안 다시 공방할 것으로 보인다." 

ㄱ 변호사도 "다른 관계 사건과 비교해봐도 이재용 재판이 증거 판단에서 독단적인 판단을 했다"면서 "가장 두드러지는 것이 안종범 수첩의 증거능력 문제"라고 전했다.

최씨 재판과 이 부회장 재판에서 서로 엇갈린 판단도 대법원에서 정리해야 할 것들로 지적되고 있다. 최씨 사건 재판부는 승마 훈련비용 관련 뇌물액수를 72억9427만 원으로 확정했지만, 이 부회장 재판부는 코어스포츠에 지원된 36억3484만 원만 뇌물로 인정했다. 안종범 수첩의 증거능력도 최씨 재판에선 인정이 됐다. 

이에 대해 ㄱ변호사는 "최씨 재판도 쌍방 항소를 했다. 관계 사건들이 모두 2심까지 해야 한다"고 전제한 뒤 "2심에서도 안종범 수첩의 증거능력이 인정된다고 전제하면, 대법원에서 상고를 기각하고 확정이 된다. 그러면 이재용 사건은 항소심을 파기해야 한다"고 예상했다.
#이재용 #대법원 #삼성 #최순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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