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법무팀 얘기에... 기억과 다르게 진술"

[14차 공판] 승마협회·빙상연맹 관여한 이영국 상무의 오락가락한 진술

등록 2017.05.17 20:25수정 2017.05.17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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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서초사옥(자료사진) ⓒ 연합뉴스


"그럼 법무팀에서 다른 사람들한테도 다 사실관계 확인해보니 2015년 7월 22일 직전 같다고 한 거죠?"

17일 오후 서울중앙지방법원 417호 대법정, 김영철 검사의 질문을 받은 이영국 제일기획 상무는 한참 뜸들이다 어렵게 입을 열어 "예"라고 답했다. 이어 "틀릴 수도 있다는 생각에 제 기억과 다르게 7월 25일 이후가 아닌 7월 22일로 진술했다"고 말했다. 이날 그는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 심리로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의 14차 공판에 나온 주요 증인이었다.

이 상무는 삼성전자 소속이던 2014년 11월 말부터 이듬해 7월 말까지 대한승마협회 부회장으로 일했다. 그는 당시 승마협회 회장이던 박상진 전 삼성전자 대외협력사장과 '비선실세' 최순실씨 측근 박원오씨를 연결하는 등 삼성의 최씨 딸 정유라 선수 승마지원에 관여했다. 하지만 2015년 7월 25일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이 제대로 일하지 않는다'는 박근혜 전 대통령 질책을 받은 뒤 승마협회에서 물러났다.

승마협회 임원 교체, 박근혜 요구로 이뤄졌지만...

그런데 이 상무는 지난해 11월 검찰 조사에선 박 전 사장에게 '빙상연맹으로 가라'는 지시를 받은 시점이 2015년 7월 22일 전이라고 했다.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독대와 무관함을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그 배경에 박 전 대통령의 요구가 있었음이 드러나자 이 상무는 진술을 바꿨다. 그는 '국정농단의혹 특별검사팀' 조사 때 "검찰 조사를 받기로 한 2016년 11월 20일 전날 또는 당일에 법무팀 직원이 교체 시점을 7월 22일 직전으로 진술하라고 조언했다"고 말했다.

17일 특검은 이 부분을 거듭 따졌다. 김 검사는 "그룹 관계자 지시에 따라 허위진술한 것 아니냐"며 '입 맞추기'를 의심했다. 이 상무는 "허위진술을 지시받은 적은 없다"고 반박했지만 해명은 어딘가 허술했다.

그는 승마협회 임원진 교체시점뿐 아니라 최순실씨가 만든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후원문제를 두고 말을 바꾼 이유 역시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다. 삼성은 2015년 10월과 이듬해 2월 두 차례에 걸쳐 영재센터에 약 16억 원을 보냈다. 그런데 2차 후원은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차장이 이영국 상무에게 지시한 일이었다. 이 상무는 검찰 조사 때 이 사실을 감췄지만 특검에선 "법무팀 직원들이 진술하지 말아달랬다"며 인정했다.


하지만 17일 법정에선 진술을 번복하며 "조서를 제대로 못 봤다"고 했다. 비슷한 내용들을 제시하며 '검사가 임의로 적었냐'는 특검 물음에는 "저런 취지로 말씀드리지 않았다"고 했다. 김 검사는 "조사받을 때 변호사가 계속 입회했고, 조서 확인할 때 같이 읽었는데 왜 본인이 답변하지 않은 진술이 있다고 하지 않았냐"고 지적했다. 이 상무는 "(독감으로) 상태가 너무 안 좋아서... 그냥 쭉 읽어본 다음 집에 가고 싶은 마음뿐이었다"고만 답했다.

특검은 그가 최순실씨 존재를 언제부터 알았는지도 거듭 확인했다. 삼성은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 등이 2015년 7월 25일 박 전 대통령과 이재용 부회장 독대 후 '비선실세 최순실'을 알았고, 이 부회장은 지난해 여름 국정농단의혹 보도가 나온 뒤에야 파악했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이 상무는 검찰과 특검 조사에서 승마협회 부회장을 맡을 때부터 최씨가 실세란 얘기를 들었다는 취지로 말했다.

"최순실이 대통령과 친분으로 실세라는 얘기를 들었고, 김종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뒤에 최순실이 있다는 것도 공공연하게 접하는 얘기였다."
"(위 진술을 확인하는 물음에) 예 그렇다. (승마협회) 부회장으로 있을 때부터 김종찬 전무이사 등 주변사람에게 정윤회가 정권 실세라고 들었고, 김종 차관 배후에 최순실이 있다고 들었는데, 누구로부터 들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체육계에선 2014년까지는 정윤회가 실세고, 최순실도 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그러나 문건 파동 후 정윤회가 힘을 잃고 최씨가 전면에 등장했으며 그가 바로 김종 배후라는 소문이 널리 알려져 체육계에서 알만한 사람은 다 김종과 최순실 관계를 알았다."

이 상무는 법정에서 이 진술들을 번복했다. 그는 '김종 배후는 최순실'이란 사실은 지난해 9~10월에야 알았고, 자신은 저런 내용을 알만한 위치도 아니었다고 했다. 또 "조사를 처음 받아서 (답변 내용이) 조리 없으면 검사님이 정리했다"며 "제가 (조서를) 세밀하게 보고 수정할 건 수정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고 했다.

2015년 6월 '올림픽 플랜' 얘기가 나온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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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마장의 정유라 사진은 2014년 아시안게임 승마 마장마술 단체전에 출전해 경기를 펼치는 정유라 씨의 모습. ⓒ 연합뉴스


특검은 이 상무가 박상진 전 사장에게 2015년 6월 1일 '박원오씨와 만나기로 했다', 6월 5일 '박원오씨가 올림픽 플랜은 김(종찬) 전무를 통해 계획 짜서 알려주겠다고 했다'고 문자보고한 경위도 물었다. 이 부회장이 2014년 9월 15일 박 전 대통령과 첫 독대한 뒤부터 원활한 경영권 승계를 위해 정유라 선수 올림픽 준비를 지원했고 그 연장선상에서 '올림픽 플랜'이란 얘기가 나온 것 아니냐는 이유였다.

그러나 이 상무는 "박씨가 (계획을) 짜서 보내주겠다고 했다, 제가 요청한 적 없다"고 말했다. 특검은 그에게 "지금 답변하는 태도는 검찰에서 답변한 것을 정면으로 부정하고, 하필이면 피고인들의 주장과 정확히 일치한다"며 위증 가능성을 지적했다. 변호인단은 "검사가 위증까지 판단하는 건 부적절하다"며 반발했지만 김진동 부장판사는 "검사 입장에선 수사기관과 법정 진술이 다르다면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정리했다.

이 상무는 자신의 승마협회 부회장 취임이 그룹차원에서 이뤄졌음은 인정했다. 그는 2015년 1월 <한겨레> 문의에 "그룹과 관계없다"고 답했으나 17일에는 "삼성전자 홍보팀 의견을 듣고 얘기했다"고 했다. 다만 '비선실세 정윤회 또는 최순실' 때문에 승마협회를 맡은 게 드러날까봐 거짓인터뷰를 한 것은 아니며 장충기 전 차장 등 윗선 지시는 없었다고 덧붙였다(관련 기사 : 그의 문자에는 왜 정유라 기사가 있었을까).
#이재용 #박근혜 #최순실 #정유라 #뇌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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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정치부. sost38@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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