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위 68도 21분, 이곳은 아비스코입니다

북극권 한계선을 넘어선 곳, 스웨덴 스키 트레킹 이야기

등록 2017.05.17 12:40수정 2017.05.17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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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도 66도 33분' 북극권 한계선. 이곳을 넘어서면 북극권 진입을 의미합니다. 6~7월은 해가 24시간 지지 않는 백야, 12~1월은 해가 뜨지 않는 극야를 체험할 수도 있습니다. 1위도는 111km. 스웨덴 북쪽 마을 아비스코는 68도에 위치해 있으니 2도가 높아 북극권에 더 깊이 들어와 있는 것입니다.

무엇보다 초록빛 찬란한 빛을 내며 하늘에서 빛의 물결이 춤을 추는 오로라, 노던 라이트를 보는 건 평생에 잊지 못할 추억을 선사합니다. 아비스코에서 시작해 남쪽 해마반까지 이르는 '왕의 길', '쿵스레덴'이라고 불리는 트레킹을 하기 위해 왔습니다. 숙소가 오픈하는 2월 말부터 4월 중순이 겨울 시즌입니다. 계획이 변경돼 원래 예정한 440km 풀코스는 할 수 없었지만 일주일간 110km '피엘라벤 클래식'으로 불리는 아비스코에서 니칼루옥타까지 걸었던 이야기가 될 것입니다. - 기자 말


# 트레킹 준비하기

행복지수 높은 나라, 1인당 국민소득이 높은 나라, 디자인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나라, 복지국가 순위에 항상 상위권을 지키는 나라, 그러나 나에겐 이것이 트레킹을 준비함에 있어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3월에 떠나는 트레킹이지만 북극권으로 들어가야 하는 혹독한 추위와 눈에 대비해야만 했다. 이미 다녀온 해외 트레커들의 정보를 바탕으로 트레킹 장비를 준비했다. 가장 중요했던 세 가지 장비가 있었다.

스키, 설피, 썰매. 이 세 가지 중 스키만 준비할 수 있었다, 그러나 실제 쿵스레덴 길을 걸으며 나는 썰매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고 돌아왔다. 설피는 선택사항이었지만 다음 누군가가 겨울에 떠난다면 꼭 필요한 장비라고 말해주고 싶다. 이 세 가지 장비는 있고 없고에 따라 걷지 못할 상황도 생기니 이 내용은 차후에 풀어갈 예정이다.

텐트, 침낭, 매트리스, 스키, 폴, 고글, 장갑, 랜턴, 물병, 비상약, 털신, 코펠, 지도, 나침반, 카메라, 노트, 펜, 스키복, 핫팩, 의류, 그리고 가끔씩 한식이 그리울 때 먹을 한국 식량을 챙겼다. 현지에서 추가로 10일 치 현지식과, 눈삽을 구매했다. 배낭 무게는 대략 25kg 전후.

항공권은 러시아 항공을 선택했다. 수화물 분실 내용이 걱정스럽긴 했지만 팔자려니 생각해서 개의치 않았고 스톡홀름에서 아비스코까지 갈 기차표, 아비스코에서 하루 투숙할 숙소 예약을 끝마쳤다. 왕복항공권, 기차, 숙박으로 대략 100만 원이 들었다. 기차의 경우 일반 좌석, 슬리핑 좌석, 옵션, 그리고 날짜에 따라 가격이 상이하니 예약을 미리 하는 게 좋다. 기차를 타면 18시간을 가야 하기 때문에 가급적 슬리핑 좌석을 추천한다. (6인실, 3인실, 2인실이 있습니다. 키루나까지 비행기 이동도 가능하며 키루나에서 아비스코로 가는 버스를 타도 됩니다.)


스웨덴으로 출발하기 전 해결해야 할 일이 하나 남아 있었다. 바로 스키다. 알파인 스키도 아닌 크로스컨트리 스키를 타며 80리터 배낭을 짊어지고 과연 제대로 갈 수나 있을까. 아비스코에서 대여하려면 상당한 금액을 지불해야 했다. 한국에서 꼭 가지고 가야 할 장비였고 배워야 했다. 출발 2달 전 스키장 리조트 근처 장비 샵에서 두 달간 일하며 크로스컨트리 스키와 알파인스키 연습에 시간이 날 때마다 매달렸다. 사장님의 도움으로 장비를 저렴한 가격에 대여할 수 있었고 스키복 뿐 아니라 보온의 필요한 많은 의류를 지원받을 수 있었다.

# 34시간 걸려 도착한 아비스코

스웨덴 알란다 공항엔 저녁 9시에 도착했다. 경유지 대기시간을 포함해 13시간이 걸렸다. 신선한 공기가 필요해 출국장을 빠져나와 스웨덴의 밤공기를 깊이 마셨다. 춥지 않았던 3월의 날씨는 막연히 떠올린 북유럽의 추위와는 달랐다. 반팔 반바지 차림의 스웨덴 사람도 보였다. 어쩌면 그곳에 있던 사람 중 나만 유일하게 추위에 대비한 복장을 갖추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자정이 될 무렵 아비스코행 기차를 탔을 때, 6인실 슬리핑 좌석엔 내 자리를 제외한 다른 사람들은 자고 있었다. 소리에 깰까 조심스럽게 침대에 누웠지만 잠은 오지 않았고 뜬눈으로 밤을 샜다. 다음날 오후 보덴에서 기차를 갈아 탄 후 오후 4시에 아비스코 투어리스트 역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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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란다 국제공항에서 기차 타기위해 대기하고 있을 때 ⓒ 정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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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덴역 아비스코 투어리스트 역으로 가기 위해 기차를 갈아타야 한다. ⓒ 정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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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비스코 투어리스트 스테이션 국립공원과 숙소로 가기 위해선 아비스코 역이 아닌 아비스코 투어리스트 역에서 내려야 한다. ⓒ 정웅원


# 오로라

차가운 바람이 불었다. 한국의 강렬한 한파와 비교를 하면 엇비슷했지만 그 정도의 추위까진 아닌 견딜 만한 추위였다. 북극권 안에 속해 있는 작은 마을 '아비스코'에 도착했다. 아비스코 투어리스트 센터에 도착해 방을 배정받고 트레킹에 필요한 물품을 구매했다. 투어리스트 센터 안에는 겨울 액티비티를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으며 오로라 스테이션으로 가는 리프트 티켓도 판매하고 있었다. 레스토랑도 있지만 미리 예약해야 하며 북유럽 물가답게 저렴하지 않았다.

숙소는 6인실 도미토리. 프랑스, 벨기에, 영국 친구들이 있었고 그들은 스키를 타기 위해 이곳에 왔다고 했다. 나는 이번 트레킹 계획을 얘기했고 친구들은 멋진 트레킹이 될 거라며 꼭 성공하길 바란다고 말해줬다. 여독을 풀기 위해 우리는 맥주를 마시며 오로라가 나타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사람들이 나가기 시작한다. 오로라가 나타나고 있는 게다. 오로라는 레벨 1부터 5까지 구분할 수 있지만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다. 밤 9시 밖으로 나갔다. 우리는 오로라가 나타나기를 기도했고 곧 하늘에선 빛이 춤을 추기 시작했다. 빈틈없이 하늘에 떠있는 별과 은하수를 땅바닥에 누워 감상하는 것도 이루 말할 수 없는 감흥을 주는 정적인 감동이라면. 오로라는 그저 넋 놓고 바라보고 눈물을 훔치며 살아 움직이는 빛을 감상하는 동적인 감동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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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라 환상이었다. 글로는 표현하기 힘들었던 환상적인 자태를 보여줬던 노던 라이트 ⓒ 정웅원


(구형 똑딱이 카메라로는 오로라를 담을 수 없어 벨기에 친구가 촬영한 사진을 제 휴대폰으로 다시 담은 사진입니다. 오로라 레벨 2~3 정도입니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오로라를 감상했다. 트레킹이 끝나는 날까지 오로라는 더 이상 볼 수 없었다. 이제 스키를 벗어 던져버리고 싶었던 순간, 화이트아웃에 몹시도 긴장과 두려움의 연속이었던 순간, 이곳에 왜 왔을까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던 순간, 살아있음에 감사하고 밋밋한 풍경에 압도되었던 순간, 사람과의 만남에서 따뜻함을 느꼈던 순간을 풀어갈 예정이다.
덧붙이는 글 2016년 3월 10일부터 3월 20일까지 여행한 이야기입니다.
이 글은 '브런치'에도 송고합니다.
#스웨덴 #쿵스레덴 #스키트레킹 #북극권 #오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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