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예술위 심사위원 "문재인 지지연설 때문에..."

[블랙리스트 7차 공판] "받아들이면 을사 5적이라며 거부"... 김기춘측 "그렇게 안 했다"

등록 2017.04.26 19:19수정 2017.04.26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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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계 지원 배제명단(블랙리스트)' 피해 예술인인 하응백씨가 26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문화체육부관광부 장관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하고 있다. ⓒ 연합뉴스


"누가 장난치는지 모르겠는데, 정권 바뀌면 (이 사람들) 분명히 감옥 갈 것으로 생각했다."

26일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 등의 7차 공판(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30부, 부장판사 황병헌)에 증인으로 나온 하응백 문학평론가가 말했다. 그는 전 한국예술위원회 문학부문 책임심사위원으로 아르코창작기금지원사업 선정과정에서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블랙리스트(문화예술계 지원배제명단) 실행을 압박받은 인물이다.

이날 하 평론가는 문체부의 외압을 상세하게 증언했다. 그는 "102명을 선정했는데, 문체부 강력 지시사항이라며 18명을 빼달라고 했다"며 "18명은 빼야 한다고 해서 그게 누구냐니까 예술위 직원이 명단을 꺼내려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보지 않겠다면서 한 사람만 알려달라고 했더니 이윤택 연출가였다"고 했다.

이윤택 연출가는 당시 희곡분야 심사 결과 1위였다. 하 평론가는 그를 배제해야 하는 이유를 물었다. 돌아온 답은 '문재인 지지 연설 때문'이었다. 이 연출가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고교동창으로 2012년 대선 당시 그를 지지하는 연설을 했다. 하 평론가는 "(예술위 직원에게서) '문체부의 강력지시사항인데, 위에 청와대가 있는 거 같다'는 말도 들었다"고 덧붙였다.

책임심의위원 5명은 18명을 배제할 수 없다고 버텼다. 하 평론가는 "2015년 6월 5일 마지막 심의를 마치며 예술위에 '한 명이라도 문학 외적인 이유로 선정에서 배제 받는다면, 도장 찍을 수 없다'고 했다"며 "신임 문예위원장이 문체부와 청와대까지 가서 부탁했는데 8명은 도저히 어떻게 할 수 없다고 배제해달라고 했다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그는 "우리가 도장을 찍으면 을사5적이 된다"며 "책임심의위원은 열심히 정직하게 하는 자리인데 엉뚱한 문학 외적인 기준으로 배제하는거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예술위는 심사위원들의 동의 없이 이사회를 열어 지원대상자 70명을 발표했다. 매년 선정 대상자와 심사위원을 홈페이지에 공개했지만 2015년에는 그마저도 하지 않았다. 책임심의위원제도는 아예 없앴다. 하 평론가는 "말을 안 들으니까 폐지한 것"이라며 "책임심의위원이 없으면 (지원사업을 두고) 어떤 장난을 쳐도 알 수 없다"고 했다.

김기춘 전 실장 변호인 김경종 변호사는 "(외압을 지시한 이들은) 감옥에 갈 것"이란 하 평론가 발언이 "심한 표현 아니냐"고 따졌다. "심의위원들이 외압에 의해 결정을 했으면 몰라도 그렇게 하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하 평론가는 "지금 질문이 굉장히 교묘하다"라며 물러서지 않았다. 그는 "우리 결정과 상관없이 18명을 배제한 명단에 도장을 찍으라 한 일은 죄를 강요한 것"이라며 "그렇게 한 사람들이 감옥에 가는 것은 마땅하다"고 잘라 말했다. 또 '정부 기준에 부적절해 지원 안 하는 것도 검열이냐'는 질문에는 "모든 절차에 따라 심사한 뒤 100명을 뽑았는데 이들을 문학 외적인 이유로 지원 안 한다면 당연히 검열"이라고 받아쳤다.
#블랙리스트 #김기춘 #조윤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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