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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 재개봉이 반갑다

[리뷰] 운명적 사랑을 믿는 이들을 위한 송가

17.01.01 11:15최종업데이트17.01.01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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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개봉한 <시애틀의 잠 못이루는 밤> ⓒ 콜럼비아 트라이스타


톰 행크스와 멕 라이언 주연의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이 무려 23년 만에 재개봉했다. 제작비 2100만 달러가 투여된 이 영화는 1993년 6월 25일 북미에서 개봉하여 북미에서만 1억 2668만 달러를 벌어들이며 그해 박스오피스 5위에 올랐다. 국내엔 1993년 12월 18일에 개봉해 서울관객 23만 명을 동원하며, 꽤 괜찮은 흥행기록을 세웠다. 이 영화의 전 세계 박스오피스 기록은 2억 2779만 달러로 제작비의 10배가 넘는 수준이었다.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의 각본가로 이름을 떨친 노라 에프론이 연출을 맡았다.

행복한 가정을 꾸리던 건축가 샘 볼드윈(톰 행크스)은 아내를 잃은 슬픔에서 벗어나기 위해 8살짜리 아들과 함께 시카고를 떠나 시애틀로 이주한다. 그러나 이곳에서도 과거를 잊지 못해 하얗게 밤을 새우는 날이 지속된다.

크리스마스 이브. 아들 조나는 실의에 빠진 아버지가 새로운 여자를 만나야 한다며 심야 라디오 인생 상담 프로에 전화를 걸고, 진행자는 샘에게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이란 별명을 붙여준다. 미국 반대편에서 볼드윈 부자의 안타까운 사연을 듣게 된 신문 기자 애니(멕 라이언)는 이상적인 약혼자 월터(빌 풀만)를 두고도 목소리밖에 모르는 시애틀에 사는 남자에게 빠져들고 그가 운명적인 사람이 아닐까란 생각을 하게 된다.

영화는 유선전화시절의 향수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 콜럼비아 트라이스타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의 시나리오를 쓰며 '남녀가 정말 친구가 될 수 있을까?'라는 보편적 질문을 던진 노라 에프론은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의 각본과 연출을 맡아 운명적 사랑에 대해 말한다. 감독은 운명적인 사랑을 표현하기 위해 상당히 많은 복선들을 사용한다. 애니가 약혼을 발표한 날 엄마로부터 받은 웨딩드레스가 찢어지며 파경을 예고하기도 하며, 샘이 나오는 라디오를 들으며 샘과 같은 말을 동시에 하기도 한다. 또 볼티모어 공항에서 서로 만날 사람이 달랐던 애니와 샘이 우연하게 마주치는 장면이 나온다.

영화에는 오해와 엇갈림 등 상투적인 장치가 배치되어 있지만. 특이한 점이 하나 있다 로맨틱 코미디임에도 두 주인공이 함께하는 시간은 러닝타임 중 고작 2분밖에 되질 않는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영화는 로맨틱한 분위기를 잃지 않는다. 죽은 아내에 대한 지고지순한 사랑과 그리움 속에서 살아가는 샘의 모습만으로도 로맨틱함을 한껏 끌어올린다. 여기에 약혼자가 있음에도 운명적인 사랑에 고민하고 찾아가는 애니의 모습을 통해 순정만화 같은 사랑의 판타지를 건드린다.

결혼한 오빠 데니스가 결혼을 앞두고 혼란스러워하는 애니에게 하는 대한 대사가 인상적이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건 무의식과 무의식의 교감이야 운명은 본능의 산물이고." 

영화를 보다 보면 이번에 함께 재개봉한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가 떠오르게 된다. 두 작품 모두 노라 에프론이 시나리오를 썼으며 멕 라이언이 여주인공을 맡았다.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의 감독 롭 라이너가 이 영화에선 주인공 샘의 친한 동료로 등장한다. 단순히 만든 사람들이 같다는 점을 넘어 영화 자체가 유사하다. 여자 주인공은 두 작품에서 모두 기자이며, 남자 주인공을 만나기전에 결혼을 결심했던 남자친구와 헤어진다. 물론 이혼과 사별이란 차이가 있긴 하다. 남자 주인공 역시 부인과 이별했으며, 계속 전 부인을 그리워하며 살아간다.

또한 두 작품 모두 전개시점이 겨울이며, 남녀주인공들이 모두 공항에서 우연히 마주친다. 뉴욕을 배경으로 사랑을 나눈다는 점이다. 등장인물들이 고전 로맨스 영화, 즉 <카사블랑카>나 <러브 어페어> 등을 보고 대화를 나눈다는 점도 공통점이다.

실로 놀라운 멕 라이언의 사과깍기 ⓒ 콜럼비아 트라이스타


특기할 점은 멕 라이언이 라디오를 들으며 형편없는 사과 깎기 실력을 보이는 장면이다. 라디오에서 "그런데 왜 함께 살죠?"라고 말하는 덴버의 한 청취자 목소리는 바로 감독 노라 에프론이다.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은 크게 성공했다. 그런데 정작 이 애니 역의 캐스팅 자체는 쉽지 않았다. 줄리아 로버츠를 시작으로 데미 무어, 니콜 키드먼, 킴 베이싱어, 미셀 파이퍼, 조디포스터를 거쳐서야 멕 라이언에게 넘어간 작품이다. 샘 역할로 처음에 데니스 퀘이드가 거론되기도 했는데 만약 그가 되었다면 부부가 한 작품을 할 뻔했었다. 물론 지금 두 사람은 부부가 아니지만 말이다.

한편, 톰 행크스과 멕 라이언 그리고 노라 에프론 감독은 1998년 다시 뭉쳐 <유브 갓 메일>을 내놓기도 했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구건우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blog.naver.com/zig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시애틀의잠못이루는밤 멕라이언 톰행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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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아이의 아빠이자 영화 좋아하는 네이버 파워지식iN이며, 2018년에 중소기업 혁신대전에서 대통령상을 받은 보안쟁이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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