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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과 시민 100만명이 함께 "범죄자 박근혜 끌어내리자"

[현장] 집회 '2.0' 시대를 범국민대회 문화제

16.11.13 00:40최종업데이트16.11.22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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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퇴진하라! 12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민중총궐기 대회에서 시민들이 '박근혜 하야'를 촉구하고 있다. ⓒ 이정민


▲ 내려와 박근혜! 12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민중총궐기 대회에서 시민들이 '박근혜 하야'를 촉구하고 있다. ⓒ 이정민


축제였다. 박근혜 대통령을 끌어내리겠다는 결기, 불통의 권력을 향한 분노, 현 시국에 대한 안타까움 등이 뒤범벅되어 있었지만 분명한 '축제'였다. 결연한 민중가요 일변도의 구성에 거친 투쟁의 언어만 반복하던 문화제가 아니었다. 민중가요와 대중가요가 함께하고, 웃음과 분노가 교차했다. 노동자와 시민, 대학생과 청소년 등의 경계가 모두 허물어지며 모두가 하나되는 '투쟁의 축제'였다.

기묘한 라인업, 그래서 좋았다

12일 오후 2시, 서울 광화문 광장. 밴드 요술당나귀의 공연을 시작으로 김제동과 함께하는 '만민공동회'가 그 축제의 시작이었다. 사전행사였음에도 방송인 김제동 특유의 입담은 시민들의 뜨거운 반응을 이끌었다. 이후 오후 4시께부터 잠깐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던 축제는, 오후 4시 40분께부터 1부 행사가 열리면서 본격적으로 타오르기 시작했다.

모세, 전범선과 양반들, 크라잉넛이 함께 하는 기묘한 라인업이었다. 퍼포먼스가 있는가 하면, 김미화의 '사이다' 발언도 있었고, 편곡된 '님을 위한 행진곡'도 어우러졌다. 힙합과 발라드, 댄스와 록, 그러면서도 간간이 나오는 민중가요. 이날 몰려든 각계각층의 시민만큼이나 다양한 무대가 준비되어 있었다. 이들을 모두 아우르려는 주최 측의 고민이 돋보였다.

오후 7시부터 시작된 2부 무대도 콘셉트는 똑같았다. 스카웨이커스의 빠른 비트를 시작으로 김제동과 도올 김용옥 선생의 시원한 일갈이 이어졌다.

▲ 김제동, '박근혜 하야' 촉구 방송인 김제동이 12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민중총궐기 대회에서 '박근혜 하야'를 촉구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 이정민


▲ 김용옥 시국발언 김용옥 교수가 12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민중총궐기 대회에서 시국발언을 하고 있다. ⓒ 이정민


이날 도올은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는 불확실의 회오리바람에 들어서고 있어"라는 말로 말문을 열었다. 그는 미국의 대선 상황을 언급하면서 트럼프가 "미국의 도덕적 열망을 구현하는 인물이 아니"라고 비판했다. 또 역사국정화, 사드 배치, 위안부 문제 합의, 최순실 국정 농단 등 박근혜 정권의 실책을 하나하나 언급하면서 박근혜 정권과 부정세력은 더 이상 국가를 끌어갈 수 없다고 주장했다.

문화노동자 연영석이 개사해 부른 노래가 울려퍼지고, 조PD의 '시대유감 2016'의 박자에 맞춰 촛불이 앞뒤로 흔들렸다. 정태춘의 묵직한 감성이 무대를 휘어잡는가 싶더니 우리나라가 부른 '다시 광화문에서'로 포기하지 않고 싸움의 의지를 다지는 시간도 있었다.

이날 행사는 참가자의 발언과 예술가의 무대가 교차하며 진행됐다. 예술가의 무대가 다양했던 것처럼, 발언자의 구성 역시 박근혜 대통령의 실정을 여러 각도에서 조망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박근혜 대통령의 모교 후배들의 선배 비판이 있었고, 윤미향 한국정신대문제대책위원회 대표 발언을 통해 자연스레 박근혜 정부의 위안부 졸속 합의 문제를 건드렸다.또, 박경득 서울대병원 분회장을 통해 성과제를 통한 노동 파괴 현상도 지적했다.

"국정농단 알려지는 순간, 대구는 박근혜 포기했다"

특히 오규섭 대구참여연대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의 콘크리트 지지율을 견인했던 대구의 민심 변화를 소개했다.

"대구와 경북은 박정희 시대부터 박근혜 시대까지 무너지지 않은 강고한 그들의 아성이었지만 국정농단 일부분의 진실이 알려지는 순간 박근혜 대통령을 포기했습니다... 대구경북에서 반란의 불꽃 저항의 불꽃 일으킬 것입니다... 당신의 사과는, 당신이 하야했을 때 비로소 그 진정성이 조금이나마 감안될 수 있습니다. 자유롭고 정의로운 대한민국의 무궁한 영광을 위하여, 민주주의여 만세!"

이어서 공주교대 총학생회장이나 부산대 학생을 통해서 20대에서 0%의 지지율이라는 '역대급' 민의를 표출할 수 있었고, 정세영 416연대 상임운영위원의 발언을 통해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세월호 문제도 상기시켰다. 특히나 백미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특위 간사인 민변 김종보 변호사가 마이크를 잡은 시간이었다.

김 변호사는 무대에 올라 핏대를 높였다. 그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본질적인 몸통은 재벌이며, '직권 남용 '과 '사기 미수'라는 혐의가 검찰 수사가 재벌을 피해자로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변호사는 "이런 수사는 몸통을 가리고 정경유착이라는 본질을 왜곡하는 것이다"라고 언급했다.

그는 이런 프레임을 만든 사람이 박근혜 대통령이라고 지적하며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뇌물죄 등 박근혜 대통령의 혐의를 하나하나 열거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범죄자 박근혜가 청와대에 앉아있다"며 "끌어내려야 하지 않겠습니까"라고 외쳤다. 광화문 광장에 모인 시민들은 "그렇다"고 큰 소리로 그의 외침에 응답했다.

▲ 박근혜 퇴진하라! 12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민중총궐기 대회에서 시민들이 '박근혜 하야'를 촉구하고 있다. ⓒ 이정민


연예인과 노동자 100만명이 함께 외친 "하야하라 박근혜"

발언의 하이라이트가 김 변호사의 힘 있는 목소리였다면, 무대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이승환이었다. 오후 9시 30분 경 등장한 가수 이승환은 자신을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에 오르지 못해 창피한 그래서 요즘 더욱 분발하고 있는 가수 이승환이다"라고 소개했다. 그는 마이크를 잡고 "요즘 정신적인 폭력을 당하고 있는 기분"이라고 심경을 밝힌 후 "'불량배' 우병우 차은택 최순실 그리고 몸통인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너무 많은 폭행을 당하고 있다"고 말을 이었다.

▲ 이승환의 주문, "박근혜 하야하라하야하라" 12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민중총궐기 대회에서 가수 이승환이 '박근혜 하야'를 촉구하며 공연을 하고 있다. ⓒ 이정민


그는 무대 바로 아래 와있는 표창원 국회의원을 보고 "동생이 왔다"고 웃으며 말한 뒤 "혹시나 내가 야당 정치인의 편이라며 좋아하지 말아라. 나는 정치인의 편이 아니라 시민들의 편이다"라고 언급했다. 이승환은 표창원 의원과 악수를 나눈 뒤, 큰 목소리로 그의 대표곡 '덩크슛'과 '가족' '어떻게 사랑이 그래요' 등을 부르고 무대 아래로 내려갔다. 특히 '덩크슛'의 주문 부분을 "하야하라 박근혜"로 바꿔 불러 시민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이날 오후 10시가 넘어서 마지막 순서로 무대에 오른 최종직 민주노총 위원장 직무대행은 "많은 사람들이 기어이 100만 민중 총궐기를 성사시켜 주었다"고 말한 뒤 "우리는 남녀노소 영남과 호남이 따로 없이 하나 아니냐"고 소리쳤다. 이어 "95%가 불신임하고 100만 민중항쟁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사퇴하지 않고 버티는 박근혜 정권을 민주노총이 끝장내겠다"고 외쳤다.

이날 행사에는 주최측 집계 총 100만 명이 넘는 시민이 참여했다. 발 디딜 틈조차 없이 빽빽하게 들어찬 덕분에 이동 자체가 거의 불가능할 정도였다. 광화문 광장을 가득 채운 이들은 서울 시청을 넘어서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도로를 메웠다. 출근길 지하철보다도 사람이 몰렸지만, 불평을 입밖으로 내뱉는 이들은 많지 않았다. 조바심 내지 않고 조금씩 자리를 만들며 끝까지 집회에 함께했다.

이날 시민들은 다음주 토요일인 19일 그리고 그 다음주 토요일인 26일에도 함께 모여서 촛불을 밝힐 것을 다짐하며 헤어졌다. 이날 행사를 완전히 마치면서 무대에는 '대한민국 헌법 1조'가 울려 퍼졌다. 시민들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외치며 발길을 돌렸다.

일부 시민들은 오후 11시 30분 현재까지도 자리에 남아서 자유발언대를 이어가거나 문화예술계 농성장에 들려 연대의 손길을 내밀고 있다.

민중총궐기 문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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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2016년부터 오마이뉴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 '말하는 몸'을 만들고, 동명의 책을 함께 썼어요. 제보는 이메일 (alreadyblues@gmail.com)로 주시면 끝까지 읽어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23년차 직원. 시민기자들과 일 벌이는 걸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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