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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썰전> 본질 짚었지만 여전히 갈 길 먼 이유

[TV리뷰] JTBC <뉴스룸>이 도랑 치고 <썰전>이 가재 잡고

16.11.04 16:01최종업데이트16.11.22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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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TBC


매주 월요일 녹화를 하는 <썰전>은 늘 시의성에 있어서는 한 발 밀릴 수밖에 없는 처지이다. "제발 화요일 이후에 사건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전원책 변호사의 볼멘소리처럼, 녹화가 있는 월요일 이후 급변하는 정세에 <썰전>은 '전스트라다무스'가 돼 예지력을 발휘하기도 하지만, 종종 뒷북이 되고 만다. 물론 대선 특집처럼 시의성을 살리기 위해 다시 녹화하기도 하지만, 불가피하게 '뉴스'가 지나간 후 '추수'를 해야 하는 처지가 언제나 <썰전>의 딜레마였다.

지난주 유시민 작가의 외유로 인해 두 패널의 활약이 적었던 <썰전>. 대신 김구라의 단독 진행으로 각계 의견을 듣는 형식으로 진행했다. 그 가운데 속 시원한 이재명 성남시장의 발언으로 화제가 됐다. 그랬기에 역설적으로 '특집'으로 마련된 지난 3일 자 <썰전> 두 패널의 어깨가 무거워질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과연 '특집' 썰전은 특집다웠을까? 아쉬움은 남지만, 그럼에도 저마다의 '프레임'으로 최순실 정국이 혼돈으로 빠져드는 상황에서 <썰전>은 정론으로서 제 몫은 해낸 것으로 보인다.

'가십성' 기사 속 본질 뚫은 JTBC

3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회의실에서는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기자협회, 한국PD연합회 등 12개 단체가 참여한 언론 단체 비상시국 대책회의(아래 대책회의)가 열렸다. 날마다 최순실과 관련된 수많은 기사들이 쏟아져 나오는데 왜 '비상'이라는 표현을 썼을까? 연일 계속되는 보도로 많은 기사가 쏟아져 나오지만, 지나치게 한 인물에 초점이 맞춰진 '가십성' 보도로 논점이 흐려지고 있다는 판단이 언론 단체들을 '비상 시국 대책회의'로 결집하게 만들었다. '개인'이라는 프레임에서 벗어나 사건의 본질인 대통령의 책임과 시민들의 삶에 대한 관점에서 현재의 사건이 다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바로 그 지점에서 특집 <썰전>의 평가도 이루어져야 한다.

JTBC <뉴스룸>의 보도로 시작된 만천하에 알려진 최순실이란 이름 석 자, 국민에게 '수치심'을 안겨준 국정 농단 사태. 이 사태를 둘러싼 각 정치 집단, 언론들은 각자의 입장에 따라 사태를 재해석하고 있다. 심하게는 주변의 불미스러운 일로 인해 '그 분'이 불쌍하다는 생각부터 '하야' 혹은 '탄핵'까지, 각 집단의 입장은 편차를 가진다. 하지만 '숨겨진 사실'들이 날로 드러나면서 그 '사실'은 흥미 위주의 가십성 기사로 포장돼 대중들의 시선을 빼앗는다. JTBC <뉴스룸>은 날마다 충격적인 사실들을 보도하지만, 그에 뒤질세라 종편을 위시한 각 언론이 연예인 신변잡기 다루듯 최순실을 훑어 내리고 있다.

ⓒ JTBC


이 상황에서 2주 만에 비로소 자리한 유시민 작가와 전원책 변호사는 범람하는 사실들 속에서 '최순실 게이트'(가십)가 아니라, '박근혜 게이트'(본질)라는 것을 정확하게 짚는다. '키맨' 고영태, 새로운 실세 차은택의 부각까지 다룬다. 그들은 또 태블릿PC가 입수된 배경에 의문을 제기하지만, 가십으로서가 아니라 최순실이란 인물의 비공식적인 인간관계, 그런 인물에 의지하는 대통령의 무능한 능력을 설명하기 위해서이다. 또한 최순실의 언니, 최순득이란 또 다른 배후 인물의 존재를 드러내며 이 사건이 최순실 한 사람만의 문제가 아님을 분명히 한다.

<썰전>은 가공할 만한 국정 농단이 가능토록 한 대통령이 책임을 피해갈 수 없음을 조목조목 짚었다. 즉, 최순실이든 최순득이든, 혹은 정유라든 정시호든, 그들이 국민을 우롱할 수 있었던 배경에 대통령 박근혜가 있다는 것이 이날의 결론이다. 또 그런 박근혜의 무능, 무지, 그리고 몰지각한 책임 전가에 대해 가급적 거리를 두려는 새누리당의 책임성도 결코 놓치지 않는다. 더불어 31시간을 자유로이 놔두는 등 조율된 행보를 보이는 검찰에 대한 예리한 분석도 빠지지 않았다.

남는 아쉬움

여기에 덧붙여 어떻게든 대통령과 거리감을 두려는 여당의 작태도 낱낱이 고발한다. 물론 아쉬움도 남는다. 대통령을 등에 업은 최순실의 국정 농단에 대해 문화, 경제, 그리고 국방에 이르기까지 사실을 조목조목 밝혀 주는 데 있어, 130분은 부족했던지, 그에 대한 설명이 많지 않아 아쉬웠다. 재판 과정에 따라 <특집 2>가 필요한 부분이라 생각했던 것일까? 아니면 보도의 공은 JTBC <뉴스룸>의 몫이라 여겼을까.

또 그토록 단두대를 소리높여 외쳤던 전원책 변호사, 특집의 마무리에서 여전히 호기롭게 '올단두대'라 외치는 전원책 변호사가 대통령의 행보와 관련된 언급에서 '문민정부'를 말하며 그간 모든 대통령들이 대통령을 할 만한 깜냥이 안될 만큼 무식했다는 '양비론' 식의 평가는 유시민 작가의 지적처럼 물타기였다. 목소리를 높인 데 반해, 전원책 변호사의 분석은 두루뭉술했고, 시스템의 지적은 박근혜의 책임 소재를 자칫 흩트릴 우려가 높았다. 그런 전원책 변호사의 물타기를 간파한 유시민 작가는 발군의 분석력과 위트로 현 상황의 본질을 정확히 짚어준다.

물론 이번에도 노스트라다무스의 도움은 없었다. 두 사람은 '과연 누가 박근혜 정부의 녹을 먹고자 하겠는가'라고 결론 내렸지만, 여전히 '권력'을 향한 세상의 욕망이 크다는 것까지 간파하지 못했다. 이는 서둘러 결정된 총리와, 비서진의 일방적 발표가 증명한다.

또 유시민 작가의 "'하야'라는 최악의 사태 대신 이제라도 주변 사람들과의 '소통'을 통해 남은 임기를 잘 해내시라"는 충고는 현실에서 여지없이 무기력지고 만다. 전지전능하지는 않지만, 각자의 프레임으로 최순실 정국 속 논점이 흐려지는 시점에서 <썰전>은 그 본질의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한 것만으로도 제 몫을 충분히 해냈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이정희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5252-jh.tistory.com)와 <미디어스>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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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부터 오마이뉴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 '말하는 몸'을 만들고, 동명의 책을 함께 썼어요. 제보는 이메일 (alreadyblues@gmail.com)로 주시면 끝까지 읽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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