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의 CT 조영제 부작용... 뛰쳐나가고만 싶었다

[암~ 난 행복하지!⑥] 실감이 난다

등록 2015.04.24 17:21수정 2015.04.24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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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둘 갑작스런 '갑상샘암' 선고와 투병생활로 망가진 몸. 그로 인해 바뀌어버린 삶의 가치와 행복의 조건. "갑상샘암은 암도 아니잖아"라며, 가족조차도 공감하지 못하는 우리들의 이야기. 죽음의 문턱에서 깨달았다. '오늘은 어제 죽은 이가 그토록 갈망하던 내일'이란 것을. 꿈이 있다면 당장 시작하라! '내일'이면 늦어버릴지도 모른다. - 기자 말


2013년 10월 4일 내분비내과에서 조직검사 결과 '갑상샘유두암' 판정을 받았다. 종양의 크기는 약 3.4cm. 근래에 보기 힘들 만큼 종양의 크기가 크다고 한다. 의사는 수술하면 괜찮아질 거라며 나에게 가벼운 위로의 말을 전했지만 이제서야 덜컥 겁이 났다. 사실 이전까지 걱정은 했지만 '실감'이 나질 않았었는데 오늘에서야 실감이 나기 시작했고 겁이 나기 시작했다.

"갑상샘은 알다시피 목에 있기 때문에 나중에라도 술은 어느 정도 마셔도 괜찮지만 담배는 정말 해로우니 피우지 마세요."

열일곱 고등학교 시절부터 피워온 담배를 서른둘 암 선고를 받던 이날이 돼서야 끊었다. 나처럼 금연에 동기가 확실한 사람이 또 있을까? 금연한 뒤 검사받고 수술받고 정신이 없어서 그런지 난 한 번의 금단증상도 없이 현재 2년째 금연 중이다. 그렇게 참기 힘들다는 술자리에서도 담배 피우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갑상샘암을 경험하면서 생긴 나의 첫 번째 행복이 바로 이 금연이다.

진단서를 발급받으면서 건강보험공단에 '중증환자' 등록을 했다. '큰병' 걸린 사람들의 병원비 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제도로, 일반 환자들보다 본인부담금이 훨씬 적다. 분명 큰 도움이 되긴 하지만 제도가 많이 개선돼야 할 필요도 있다. 큰병에 걸리면 주로 대학병원에서 진료를 받는 게 대부분인데 대학병원 영수증을 보면 '비급여' 항목이 많다. 그 항목들에 대한 비용은 모두 '중증환자' 적용대상 제외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꼴. 하지만 이 마저도 없었다면 병원비가 더 큰 짐이 됐을 것은 분명하다.

며칠 뒤 수술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외과'로 옮겨 진료를 받았다. 10월 8일이 외과 첫 진료였고 같은 달 22일 수술을 받았다. 첫 진료를 받은 8일부터 수술을 받은 22일 사이가 투병생활을 하던 중 가장 힘들고 두려운 날이었다.


수술 전에 받아야 하는 검사들이 많다. 건강검진을 하는 것처럼 체혈, X-ray 촬영, 심전도 검사, CT 촬영 등이다. 외과 진료를 받은 첫 날 CT 촬영을 제외한 나머지 검사를 모두 받았다. CT 촬영은 예약 대기자가 많아서 약 10일이 지난 17일이 돼서야 할 수 있었다.

CT 촬영을 하려면 '동의서'를 써야 한다. 검사를 위해서는 조영제 주사를 맞고 촬영을 해야하는데 그 조영제의 부작용에 대한 동의서였다. 그럴 일은 거의 없다고 하지만 '쇼크사' 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나에겐 선택권이 없다. 그 검사를 받아야만 이후 수술과 치료를 진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동의서에 사인을 하는 그 순간부터 약 10일가량 뒤에 있을 CT 촬영 하는 날까지 계속 CT 촬영에 대한 부작용 사례들을 검색하면서 두려움에 떨었다.

"온몸이 불타는 기분"... 공포는 커져만 갔다

조영제 부작용에 시달린 사람들의 후기를 읽어보니 더 무서워졌다. 심지어 어떤 사람은 조영제를 맞는 순간 온몸이 불타는 기분이 들었다고 했다. 소리를 지르고 뛰쳐나가고만 싶었다는 사람도 있었다. 경험해보지 못한 두려움. 시간이 지날수록 내 공포는 커져만 갔다.

그렇게 두려움에 떨며 D-DAY가 되었고 CT검사실로 들어갔다. 오른팔을 걷어 평소보다 굵은 주사바늘을 찔러넣었다. 이 관을 통해 촬영 도중 조영제가 투약될 거라고 한다. 심장이 쿵쾅거려서 간호사의 말이 잘 들리지 않을 정도로 긴장됐다. 순식간에 내 차례가 됐고, 나는 CT 장비에 누웠다.

검사는 약 3분 정도 걸린다고 한다. 그 짧은 시간에 얼마나 괴롭길래 많은 사람들이 후기를 그렇게들 남겨놓은 건지 무서워 검사실을 뛰쳐나가고만 싶었다. 하지만 목 주변에 갑상샘암이 전이됐는지를 확인하는 검사이기 때문에 아주 중요하다. 이 악물고 버텨야만 한다. 촬영이 시작되고 약 1분 후 조영제가 들어갈 거라는 이야기가 들렸다.

검사실에 들어오기 전에 내 오른팔에 꽂아놓은 굵은 주사관을 통해 조영제가 내 몸으로 들어갔다. 그리고는 몸에 열이 올랐다. 숨을 내쉴 때 코에서 뜨거운 바람이 나오는 느낌이 들었다. 감기 몸살로 온몸에 열이 날 때의 느낌. 그리고 내가 본 후기에서처럼 생식기 부위가 특히 더 뜨겁게 느껴졌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금세 온몸에 열은 사그라들었고 그간 두려워한 마음이 부끄러울 만큼이나 싱겁게 검사는 끝이 났다.

사람의 체질에 따라 조영제의 부작용도 다르게 나타난다. 하지만 나처럼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너무 크게 걱정하고 두려워하는 게 검사를 하고 치료를 받는 데 있어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것만은 분명하다. 그냥 침착하게 현실을 잘 받아들이고 그때 그때 최선을 다하면 그걸로 된 거다.

촬영을 마치고 몇 시간 뒤 진료실로 올라갔다. 전에 받은 혈액검사, X-ray 촬영 결과, CT 촬영 결과를 종합해보고는 역시나 수술하면 괜찮을 거라는 말을 해왔다. 수술을 하기 위해 약 일주일간을 입원해야 하고 임파선 전이 여부에 따라 수술이 좀 더 커질 수도 있다고 한다. 전이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CT 촬영을 한 걸로 알고 있는데 그걸로는 정확히 알 수는 없다고 했다. 10일간 CT 조영제의 공포에 떨었는데 정확히 알 수 없다고 하니 조금은 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수술까지는 5일이 남았다. 하지만 아직도 가족들에게는 말을 못했다.
#갑상샘 #CT #조영제 #부작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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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콘텐츠 대표 문화기획과 콘텐츠 제작을 주로 하고 있는 롯데자이언츠의 팬이자 히어로 영화 매니아, 자유로운 여행자입니다. <언제나 너일께> <보태준거 있어?> '힙합' 싱글앨범 발매 <오늘 창업했습니다> <나는 고졸사원이다> <갑상선암 투병일기> 저서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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