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은 서북청년단 현수막 지킴이인가

세월호 농성 중단 요구... 집회 요건 안되고 참석자 없어도 철저 보호

등록 2015.02.14 21:15수정 2015.02.14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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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 건너편 교보생명 앞에 서북청년단 정함철씨가 친 세월호 농성중단 현수막. 오후 5시 33분부터 6시 25분까지 집회 참가자는 정씨 혼자였고 그뒤로 정씨는 자리를 떴지만 경찰은 폴리스라인을 지키며 현수막을 보호했다. ⓒ 안홍기


'행동하는 양심 실천운동본부' 대표이자 서북청년단 구국결사대장인 정함철씨의 광화문 세월호 농성 중단 요구 현수막은 경찰의 철저한 보호를 받았다. 집회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도 경찰이 현수막을 지켜줬다.

14일 오후 5시 33분 사다리와 현수막을 들고 나타난 정씨는 광화문광장 건너편 교보생명 앞 인도에 차도 방향으로 현수막 2개를 쳤다. 현장에 대기하고 있던 경찰들은 정씨가 친 첫 현수막을 떼어냈다. 집회신고가 안 돼 있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정씨는 집회신고가 돼 있고 현수막도 신고했다고 항의했다. 무전으로 집회신고 여부를 확인한 경찰은 정씨가 현수막을 치도록 허용했다. 현수막은 "세월호 유가족 여러분 국론분열의 중심에서 속히 벗어나세요", "세월호 거짓선동가들은 더 이상 희생자들의 넋을 욕되게 말라"고 적혀 있었다. 광화문 농성을 그만두라는 요구다. 

그러나 이 현수막을 본 세월호 농성장 사람들 5~6명이 곧 항의하러 다가오자 경찰 10여 명이 이들의 접근을 막았다. 농성장 사람들은 "집회신고가 돼 있는지 확인해 달라", "혼자 하고 있는데 집회로 볼 수 있느냐. 현수막을 걸 수 있느냐"고 항의했다. 하지만 경찰은 현수막 근처에 폴리스라인을 치고 정씨의 집회를 보호했다.

한 경찰 관계자는 정씨에게 세월호 농성장 쪽을 자극하지 말라고 설득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씨는 신고한 집회를 꼭 해야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혔다. 

<오마이뉴스> 기자가 지켜본 오후 6시 55분까지 집회 참가자는 정씨 한 명뿐이었다. 정씨 혼자 현수막을 걸고 현수막의 사진을 찍고 어디엔가 전화를 하고 있을 뿐이었다. 기자가 "오늘 집회 하는 거냐"고 물었을 때 정씨는 "지금 하고 있잖아요"라며 준비한 A4 용지 유인물을 행인들에게 나눠주기 시작했다.

'집회'란 여러 사람이 어떤 목적을 위해 일시적으로 모이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기자가 지켜본 오후 5시 33분부터 오후 6시 25분까지 집회 참가자는 정씨 한 명밖에 없었다. '집회'의 요건 자체를 충족시키지 못한 것이다.


오후 6시 25분부터 정씨는 아예 보이지 않았다. 오후 6시 55분까지 지켜봤지만 정씨는 나타나지 않았다. 한 청년이 폴리스라인 안으로 들어가긴 했지만 이 청년도 곧 밖으로 나와 다른 곳으로 갔다.

그러나 경찰은 정씨가 쳐놓은 현수막을 충실히 지켰다. 현장의 경찰 관계자는 세월호 농성장 측의 집회 방해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요건도 충족하지 못하고 참가자도 떠나버린 아무도 없는 집회의 현수막을 경찰이 보호한 모양새가 됐다.
#서북청년단 #현수막 #경찰 #세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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