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에게 표 얻을 확실한 공약을 알려드립니다

[주장] 대형 이슈보단 자식 교육문제가 먼저... '학부모회관' 건립하자

등록 2014.02.11 15:30수정 2014.02.11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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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지방선거가 다가올수록 예비후보자들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특히 올 지방선거에서는 가칭 새정치신당이 합류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어느 해보다 후보자들 간 셈법이 복잡한 양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년 선거와 달리지지 않은 것은 후보자들이 가장 역점을 두는 부분이 해당 지역에서 우세한 정당의 공천을 받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광역단체장 후보부터 시작하여 기초의원 후보자까지 많은 후보들이 자신들의 얼굴을 알리기 위하여 큰 행사, 작은 행사 마다하지 않고 찾아다니며 인사를 하고 있지만 당선 이후에 구체적인 목표가 무엇인지 정립되지 않는 후보자들이 태반인 것 같다. "당신은 왜 출마하려 합니까?"라고 질문을 던졌을 때 많은 후보자들이 "지역사회를 위해서 봉사하기 위해 출마하려 합니다"라고 답하는 경우가 많다. 굳이 큰돈 써가며 출마까지 하면서 봉사하고 싶다니, 지역을 위한 봉사심은 대단하지만 전문지식 없이 마음만으로 정책을 만들 수 없을 것이다.

특히 기초단체장 후보자들의 예비공약을 살펴보면, 중앙정치를 통해서나 해결할 수 있는 문제들로 지역 국회의원들의 공약이나 별반 다름이 없다. 지역에서 이미 이슈가 됐던 문제들로써 구체적 해결 방안 없이 재탕, 삼탕하여 유권자들의 관심을 끌기에는 역부족인 경우가 허다하다.

어쩌면 시장이나 군수 자리는 지역민들의 피부에 가장 민감하게 와 닿는 정책을 실현 할 수 있는 유리한 위치이다. 지역에 투입될 수 있는 예산을 직접 사용 할 수 있기에 더욱 그렇다. 이에 유권자 특히 지역 여론을 이끄는 30~40대 층들이 가장 관심을 두는 문제 한 가지와 그 해결 방안을 소개하고자 한다.

지역 유권자가 원하는 정책 만들기가 선행되어야

학부모들의 가장 큰 관심은 뭐니뭐니 해도 자녀 교육문제다. 그 중에서도 대학입시 문제이다. 하지만 많은 기초단체장 후보들은 교육문제는 교육감이나 교육의원들이 만들어야할 공약쯤으로 치부한다. 단순히 큰 틀에서 '교육도시'를 만들겠다는 식으로 공약집에 한 줄 넣는 정도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나는 기초단체장 출마를 염두하는 후보자들에게 '학부모회관' 건립을 주 공약으로 유권자에게 호소한다면 좋은 반응이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내가 말하는 '학부모회관'은 지역 학부모들이 자녀들의 진로·진학 문제를 전문가들과 마음 놓고 상담할 수 있는 그런 공간을 의미한다. 


지역을 살펴보면 노인들을 위한 '노인복지회관', 청소년들을 위한 '청소년문화센터' 등 특정 계층을 위한 전용 공간이 있어 이들이 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지자체에서 지원을 해주고 있다. 하지만 전국 어디를 둘러보아도 지역의 학부모들이 자녀 교육문제를 상담하고 의견을 주고 받을 수 있는 공간은 없다.

물론 교육문제의 중요성을 인식한 몇몇 지자체에서 학부모들에게 정확한 입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대입전문가를 고용해 지속적인 상담을 실시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지역 학부모들은 자녀 진로 문제에 대한 해결 방안을 사교육업체에 의존하는 실정이다.

또한 각 고등학교에 진로진학상담교사가 배치되어 있고 다양한 비교과 활동을 준비하기 위한 고교-대학 연계활동이 진행되고 있다. 그럼에도 학부모들이 마음 놓고 학교에 찾아가 자녀 진로 문제에 대해 만족할 만한 상담을 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특히 성적이 그리 좋지 않은 학생의 학부모들이 학교에 찾아가는 것조차 쉽지 않다. 

'학부모회관', 학부모들에게 실질적 혜택 줄 수 있어

교과성적만으로 학생을 선발하지 않고 다양한 비교과 활동을 바탕으로 하는 학생부, 자기소개서, 면접을 통해 학생을 선발하는 대학 등의 정보를 얻고 대비하는 건 여러 학부모에게 여전히 힘든 일이다. 이번 서울대 정시모집에서 유일한 수능 자연계 만점자의 불합격 소식을 접한 많은 사람들이 도대체 어떻게 진로지도를 해야 할지 혼란에 빠진 것도 사실이다.
  
교과성적만으로 본다면 수능 만점자의 서울대 합격은 당연한 결과였을 것이다. 아마도 추측컨대 수능 만점 수험생은 삼수를 하면서 수능대비 즉 교과성적 올리기에 집중하고 비교과 활동과 면접에 대한 충분한 준비가 부족했던 것으로 판단된다. 어쩌면 입시전문가들이 보았을 때 교과와 비교과 활동을 동시에 준비한 타 지원자에게 합격의 자리를 내 주는 것이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새 대입전형에 대해 알지 못하는 많은 사람의 눈에는 만점자 탈락이라는 현상이 도저히 이해되지 않을 것이다.

매년 변하는 대학입시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발빠른 정보와 이를 대비하는 준비성이 필요하다. 당장 앞으로 확대·지속 될 것으로 예상 되는 수시전형 특히 학생부 종합 전형을 대비하기 위해서는 고1 때부터 자신의 진로에 맞는 활동과 이를 바탕으로 하는 자기소개서 쓰기, 심층면접 대비 훈련을 하여야 한다.

자신이 사는 도시에 학부모들을 위한 공간이 있어 아침 설거지를 마치고 삼삼오오 학부모 회관에 모여 커피 한 잔 하면서 전문가에게 자녀 진로지도에 대한 상담을 수시로 받고, 주말에는 자녀와 함께 참석하여 자기소개서 작성 및 심층 면접 지도를 받을 수 있으며, 입시철에는 개별 입시상담, 자기소개서 첨삭지도, 심층면접 훈련을 무료로 받을 수 있다면 학부모 시민들이 자신들이 뽑은 시장을 얼마나 자랑스러워하겠는가를 상상해 보시라!

나는 지역 학부모들을 위한 공간 마련은 굳이 큰 예산 없이도 가능하다고 본다. 내가 사는 지자체에서는 매년 수백 억 원을 교육 예산으로 쓰고 있다. 이 중 5명의 인건비만 충당할 정도의 예산이면 기존의 공간, 예를 들어 각 지역에 있는 공공도서관 등 학부모와 학생들이 자주 이용하는 건물의 한 층을 전용한다든지 부속 건물을 세우는 방식으로 공간을 확보하여 취임 후 당장이라도 실천할 수 있을 것이다.

당선된 지자체장들 대부분이 교육현장 경험이 없기 때문에 지역 학부모들이 가장 가려워 하는 부분에 대해서 알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사교육비가 가계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막대한 현실에서 많은 학부모들에게 실질적으로 유익한 교육정책 실천은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에 올 지방선거 후에는 각 지자체에 학부모들이 마음 놓고 자녀 진로·진학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기를 진심으로 기대해본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을 쓴 이혁제 기자는 '전남학부모협동조합' 이사장으로서 지역 학부모들의 권익향상을 위한 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6.4 지방선거 #교육공약 #학부모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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