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로 나선 전교조 선생님들이 담담한 이유

경기도 광주서 전교조 법외노조 관련 노동당 정당연설회 열려

등록 2013.11.15 14:46수정 2013.11.16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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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 법외노조 관련 노동당 전당연설회 현수막 ⓒ 박정훈


지난 13일 전교조(전국교직원노동조합)에 대한 '노조 아님' 통보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이 서울행정법원에 의해 받아들여졌다. 14일 오후 5시 경기도 광주 보건소앞 보행로 앞에서 전교조 법외노조 관련 정당연설회가 개최되었다. 정부의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에 대해 반발하는 노동당(구 진보신당) 당원들과 전교조 조합원들이 모였다. 이 자리에는 신우영 전교조 하남·광주지회 지회장, 조돈봉 대외사업국장, 박종곤 대의원 및 여러 전교조 조합원들과 노동당 당원들이 함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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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 법외노조 관련 발언중인 한기석 당원 ⓒ 박정훈


한기석 노동당 당원은 연단에 올라 "전교조 탄압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이크를 이어받은 조돈봉 대의원도 "전교조의 법외노조화는 부당하다"고 강조했다. 참석자들은 연설회 내내 관련 시민들에게 홍보물을 나눠주고 내용을 설명하기 위해 노력했다. 날씨가 추워서인지 거리는 한산했다. 퇴근하는 사람들은 총총 발걸음을 옮기기에 바빴다. 참석자들은 한편으로는 한숨을 쉬면서도 한 장이라도 더 유인물을 나누어주기 위해 더 분주히 움직였다.

기자는 좀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듣기위해 개별 인터뷰를 요청했다. 그 중 첫 번째로 전교조 대외사업국장 조돈봉 대의원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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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돈봉 전교조 하남광주지회 대외사업국장. ⓒ 박정훈


- 법외노조가 되면 예상되는 어려움과 정부가 법외노조를 시키려는 이유는 무엇인지?
"일단 12월말 1심 판결이 예상됩니다. 법외노조가 되면 물론 경제적인 부분이 많이 힘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법외노조 결정이 내려지더라도 우리는 이 국면을 견뎌낼 것입이다. 법외 노조를 시키려는 이유는 전교조의 교육 정책이 마음에 들지 않기 때문입니다. 현 정권은 경쟁 위주의 교육 환경을 조성하려고 합니다. 그러면 소외계층이나 약자인 학생들은 경쟁에서 뒤쳐질 게 뻔합니다."

- 전교조를 보는 주변의 시선은 어떤지?
"반대 세력의 가공된 이미지 작업으로 전교조를 강경한 투사의 이미지로 보고 있습니다. 일반 노조보다 사상이 불온하게 가공되어 있기도 합니다. 게다가 '빨갱이'라는 거짓 이미지도 강합니다. 제가 본 전교조 자체는 실제 정치색이 없는데 지배층의 논리로 보기 때문에 정치색이 있다고 판단하는 것 같습니다."

이어 신우영 전교조 하남·광주지회장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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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우영 전교조 하남광주지회장. ⓒ 박정훈


- 전교조 탄압을 하는 정부의 숨은 의도와 현재 조합원의 상황은?
"저희들의 시각으로는 그들은 마르고 닳도록 정권을 자기들만 가지고 있어야 된다는 무섭고 끔찍한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들의 부당성을 가르치는 선생님들을 와해시켜야만 추후 우리나라 민주세력들이 힘을 못쓸 것이라고 판단하는 걸로 보여집니다. 저희가 법외노조를 각오 했을 때 현재 6만 조합원의 수가 4만까지 줄어들 것을 예상했습니다. 하지만 법외노조 문제가 불거진 후 오히려 전교조 조합원수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신 지회장은 어제도 성남에서 관련 단체들과 촛불 문화제를 진행했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그리고 추후에도 관련 단체들과 연대해서 더욱 거세게 맞설 것을 암시해주었다. 어려운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그의 얼굴에는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자신감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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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인물 배포중인 참가자 ⓒ 박정훈


마지막으로 박종곤 전교조 대의원과 간단한 인터뷰를 가졌다. 그는 전교조 가입자라는 이유만으로 1989년 7월 해직되었다가 94년 3월 김영삼 정부 때 특별 채용 형태로 5년 만에 복직되었다. 그는 연설회를 뒤에서 지켜보며 기자에게 여러 가지 기억들을 전해주었다.

- 해직된 것을 후회하지는 않으셨나요?
"단지 제자들에게 부끄럽고 싶지 않았습니다. 해직되었던 것을 후회하지 않습니다. 지금은 40대 초중반이 되어있을 89년 제자들에게 당시엔 그저 부끄럽지 않은 스승이 되고 싶었습니다. 자신의 양심과 다르게 인정하면 되는데 제자들 생각에 포기했죠."

그는 5년이나 지나 복직이 되었다고 한다. 그 시절 자신과 같은 선택을 한 선생님들은 약 1500여 명이 된다고. 이후 김영삼 정부 때 일부 해직교사가 복직되었고, 김대중 정부 때 전교조 합법화로 전원이 복직되었다. 그는 과거 지금보다 더 어려운 상황도 지내왔다고 전했다. 그래서 이런 상황을 겪는 와중에도 그의 눈에는 걱정보다는 희망이 보였다.

선생님들의 인터뷰를 하면서, 예상 외로 법외노조 문제에 담담히 마주할 준비를 하는 것이 의아했다. 두려워하지 않고 자신감을 가지고 끝까지 맞설 준비를 하는 것을 보며 놀랍기까지 했다. 그들의 자신감은 현 상황이 쉬워서가 아니라 그들이 걸어온 길이 고통스런 가시밭길이어서 일 것이다. 또한 자신이 옳은 일을 하고, 바른 일을 하는 것이란 자부심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리라.
#전교조 #법외노조 #해직 #촛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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