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음보살이 관음보살된 사연

[중국어에 문화 링크 걸기 13] 名

등록 2013.08.12 17:50수정 2013.09.25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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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명(名)’자는 저녁(夕)이 되어 어두워 앞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입(口)으로 불러 상대방을 인식한다는 데에서 유래되었다. ⓒ 漢典


"호랑이는 죽으면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으면 이름을 남긴다(虎死留皮, 人死留名)"는 말처럼 이름은 늘 개인의 삶과 함께 하고, 죽은 후에도 그 곁을 떠나지 않고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는다.

중국인은 이름(名, míng)과 운명(命, mìng)을 동일시하는 경향이 있어 이름을 짓는 것이 운명을 결정짓는 매우 중요한 일로 여겼다. 그래서 태어난 연월일시와 음양오행을 고려해 신중하게 작명을 하였다. 음악이 식물의 성장점을 자극해 발육을 촉진하듯이 이름을 부를 때의 일정한 소리 진동이 평생 그 사람에게 부족한 기운을 채워 주는 긍정적인 작용을 한다고 믿었던 것이다.

위화(余和)의 소설 <허삼관매혈기(許三觀賣血記)>에 보면 허삼관의 아내 허옥란이 하소용과 바람을 피워서 낳은 첫째 아들 일락(一樂)이 그의 친아버지인 하소용이 병에 걸려 위독하자 지붕 위에 올라가 아버지의 이름을 세 번 부르는 장면이 있다.

중국 민간에서는 사람이 살아 있을 때는 영혼이 늘 곁을 따라 다니는데, 병이 들거나 정신을 잃으면 그 영혼이 사람 곁을 떠난다고 믿었다. 그래서 떠나가는 영혼을 지붕에 올라가 이름으로 대신 부르는, 초혼(招魂)의 풍습이 전해지게 된 것이다. 이름을 부르는 것이 곧 운명과 영혼을 돌이키는 행위로 여겨졌던 셈이다.  

이름 '명(名)'자는 저녁(夕)이 되어 어두워 앞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입(口)으로 불러 상대방을 인식한다는 데에서 유래되었다. 중국어에서는 이름을 '名字(míngzi)'라고 하는데 어렸을 때 부르는 '이름(名)'과 보통 남자는 20살, 여자는 15살에 하는 관례(冠禮) 때 받는 '자(字)'가 결합된 것이다.

예를 들면 공자(孔子)의 경우 명이 '구(丘)'이고 자는 '중니(仲尼)'이다. 제갈량(諸葛亮)의 경우 자가 '공명(孔明)'인데 이름의 밝을 '량(亮)'과 밝을 '명(明)'이 서로 통한다. 중국은 1919년 5·4운동 이후 한 이름 갖기가 제창되면서 자(字)를 짓는 풍습은 사라졌지만 '이름'이라는 어휘 속에는 여전히 자(字)가 녹아 있는 셈이다.

중국에는 또 군주, 성인, 조상의 이름에 쓰인 글자를 사용하지 않는 피휘(避諱)의 전통이 있는데 이로 인해 새로운 어휘가 생겨나기도 하였다. 예를 들면 대구의 지명이 대구(大丘)였는데 공자의 이름과 같은 한자여서 대구(大邱)로 고쳤다고 하고, 관세음보살(觀世音菩薩)도 당나라 태종 이세민(李世民)의 '세(世)'를 피하기 위해 관음보살로 불렸다고 한다. 이 밖에도 진시황의 이름 정(政)자를 피하기 위해 정월(正月)을 단월(端月)이라 불렀고 한나라 경제의 이름이 유계(劉啓)여서 24절기의 계칩(啓蟄)이 경칩(驚蟄)으로 바뀌었다.


중국인들이 이름을 지을 때 선호하는 글자는 건국 초기에 건(建, jiàn), 국(國, guó), 문혁시기에는 홍(紅, hóng), 위(衛, wěi)였다가 최근에는 위(偉, wěi) 수(秀, xiù), 명(明, míng) 등으로 변화하고 있다. 듣던 대로 그 명성이 헛되지 않는다는 명불허전(名不虚传)이나 명성과 실제 본모습이 일치한다는 명실상부(名实相符) 등은 한중 양국에서 모두 널리 쓰이는 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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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에서 3년, 산둥성 린이(臨沂)에서 1년 살면서 보고 들은 것들을 학생들에게 들려줍니다. 거대한 중국바닷가를 향해 끊임없이 낚시대를 드리우며 심연의 중국어와 중국문화를 건져올리려 노력합니다. 저서로 <중국에는 왜 갔어>, <무늬가 있는 중국어>가 있고, 최근에는 책을 읽고 밑줄 긋는 일에 빠져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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