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구에 맞아 경력 끝난 천재 타자

[리뷰] 존 그리샴 <캘리코 조>

등록 2013.01.24 12:08수정 2013.01.24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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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코 조> 겉표지 ⓒ 문학수첩

1920년 8월 16일,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충격적이면서도 슬픈 사고가 발생했다. 게임 도중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의 타자 레이 채프먼이 뉴욕 양키스의 투수 칼 메이스가 던진 공에 머리를 맞고 쓰러진 것.

메이스는 언더핸드이면서도 빠른 볼을 던지는 투수였고, 채프먼은 뛰어난 수비에 빠른 발을 자랑하는 야수였다. 메이스가 채프먼을 위협하기 위해서 일부러 머리를 노렸는지, 아니면 실수로 손에서 공이 빠졌거나 제구가 불안했는지는 알 수 없다.

아무튼 레이 채프먼은 병원으로 옮겨졌고 다음날 새벽 결국 숨을 거두고 말았다. 투수의 공에 맞아서 심각한 부상을 입는 선수는 간혹 있어도 공에 맞아서 사망한 선수는 메이저리그 역사상 레이 채프먼이 유일하다.

메이스는 살인혐의로 경찰의 조사를 받았고 이후에도 야구팬과 언론의 비난에 시달려야 했다. 이 사건은 1919년 블랙삭스 스캔들, 1994년 선수노조 총파업, 약물파동 등과 함께 '메이저리그 4대 비극'으로 불리운다.

공에 맞고 쓰러진 유망주

존 그리샴의 2012년 작품 <캘리코 조>는 바로 이 사건을 토대로 한 소설이다. 작품 속에서 머리에 공을 맞은 타자가 목숨을 잃지는 않는다. 다만 선수로서의 생명이 끝날 뿐이다. 사건이 일어난 때는 1973년 8월 24일, 비운의 선수는 시카고 컵스의 스물한 살짜리 신인 조 캐슬이다.

캐슬은 메이저리그에 데뷔하자마자 놀라운 활약을 보이기 시작한다. 서른한 경기를 치르는 동안 119타석에서 61안타를 쳐냈고 홈런 18개에 25개의 도루도 기록했다. 타율 5할 2푼1리. 최고기록이지만 규정타석을 채우지 못해서 공식 순위에는 오르지 못했다. 시쳇말로 조 캐슬은 '사기 캐릭'(능력이 상당히 좋은 이를 지칭하는 말)에 가까운 활약을 한 것이다.

언론에서는 '미키 맨틀 이후 최고의 신인'이라면서 연일 그의 맹타를 보도했다. 이런 신인의 등장이 일부 선수들 사이에서는 질시의 대상이었을 것이다. 뉴욕 메츠의 투수 워런 트레이시도 그런 선수 중 한 명이었다. 시카고 컵스와 뉴욕 메츠가 맞붙었던 8월 24일에 워런 트레이시는 선발로 등판해서 빠른 볼을 던져 조 캐슬의 머리에 맞추고 만다.

이 사건으로 인해서 두 선수 모두 선수로서의 생명이 끝나고 만다. 작품의 시작은 그로부터 30년 뒤, 주인공은 워런 트레이시의 아들인 폴 트레이시다. 워런은 선수로서의 경력도 보잘것 없었지만 가정에서도 형편없는 아버지이자 남편이었다. 폴의 부모는 오래전에 이혼했고 폴도 그 이후로 아버지와 거의 연락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 갑자기 워런이 암에 걸려 90일 시한부인생 판정을 받았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폴은 아버지가 죽어도 별로 슬퍼하지 않을거라 생각하지만,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일이 있다. 워런은 조 캐슬에게 사구를 던지고나서 한번도 잘못을 인정하거나 뉘우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조는 메이저리그를 떠나 고향에서 은둔하는 중이다. 워런이 죽기 전에 조에게 데려가서 사과하게 만들면 어떨까.

1970년대 야구에 대한 추억

사실 야구 선수들은 항상 부상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그라운드에 오른다. 베이스러닝을 하다가 발목을 다칠 수도 있고 홈에서 상대선수와 충돌해서 뇌진탕을 일으킬 수도 있다. 하지만 투수가 고의적으로 빠른 볼을 타자에게 던지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다. 등이나 허벅지 같은 부위도 아니고 머리에 맞는 다면 조 캐슬처럼 선수 생명이 끝장날 수도 있으니까.

뜻밖의 부상으로 경력을 마감한 많은 선수들도 불행이 찾아온 그 날을 매해 기억할지 모른다. 야구장에 혼자 앉아서, 그런 불행한 일이 없었다면 어떤 미래가 펼쳐졌을지 상상하며 절망하거나 아니면 어이없는 부상과 화려했던 경력의 종말을 생각하면서 목이 메었을지 모른다.

사람들이 스포츠를 좋아하는 이유는 승리를 향한 선수들의 순수한 열정에 감동하기 때문이다. 그 열정이 때로는 거친 플레이를 만들어내고 그래서 상대 선수에게 뜻하지 않은 부상을 입히기도 한다. 현실에서는 그라운드에서 난투극이 벌어지고 거친 말싸움이 오가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풀어지기 마련이다.

누가 먼저랄것도 없이 웃으며 악수를 하고 화해의 말을 주고 받는다. 그렇다면 <캘리코 조>에서 처럼 30년이 지난 후에 용서를 구하지 못할 것도 없다. 승리를 위해서 거친 모습을 보였지만 시간이 지나면 사과하고 화해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 스포츠가 가진 많은 매력 중 하나일 것이다.
덧붙이는 글 <캘리코 조> 존 그리샴 지음 / 안재권 옮김. 문학수첩 펴냄.

캘리코 조

존 그리샴 지음, 안재권 옮김,
문학수첩,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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