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무신 농장, 수확이 아주 좋습니다

[사진] 일주일 만에 무성해진 상추와 적겨자

등록 2012.04.12 17:52수정 2012.04.12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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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에 헌 고무신에 모종을 심었던 상추와 적겨자가 일 주일 만에 고무신이 비좁을 만큼 잎이 무성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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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종을 심은 지 일 주일 만에 무성해진 상추 ⓒ 이안수


그리고 4월 11일, 첫 수확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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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추와 적겨자의 첫 수확 ⓒ 이안수


그리고 저의 중식 비빔재료로 상에 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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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빔밥 재료가 된 상추 ⓒ 이안수


저의 헌 고무신 농사의 첫 수확을 고추장에 비벼서 혼자 먹자니 마치 벼룩의 간을 탐하는 느낌이 없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생명의 순환을 직접 체험하는 각별함이 있었습니다.

수확 후 하루가 지난 그 고무신 농장에는 벌써 새순이 쑥 자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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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사이에 벌써 새싹이 돋았다. ⓒ 이안수


그루터기만 남았던 곳에서 또 다른 잎이 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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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상추잎 ⓒ 이안수


모종을 옮겨 심은 상추와 적겨자뿐만이 아닙니다. 이제는 심지 않았던 세 포기의 또 다른 생명이 얼굴을 내밀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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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초도 얼굴을 내밀었다. ⓒ 이안수


흙속에 잠자고 있던 씨앗이 발아한 것입니다. 우리가 싸잡아 말하는 소위 '잡초'입니다. 이 홀쭉하고 아름다운 몸매에 '잡초'라는 이름은 너무 폭력적이다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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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초의 발아 ⓒ 이안수


이 작은 손바닥 하나 크기의 고무신 밭에서도 이렇듯 생명이 자랄 수 있다는 것이 경이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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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줌의 흙이 가진 경이로운 생명력 ⓒ 이안수


이 새로운 순들이 중력을 거슬러 자랄 수 있는 것은 흙이 가진 생명력 때문입니다.

식물의 뿌리를 움켜지어 쓰러지지 않게 하는 것은 물론 수분과 양분 그리고 공기를 공급하는 흙. 이 겉흙의 1cm가 만들어지는 데 장구한 세월이 필요합니다. 용암이 식어 바위가 되고 그 바위가 비바람으로 풍화되어 자갈이 되고 마침내 흙이 되기까지의 긴 여정입니다.

그 여정에는 200년 이상 1000년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그리고 온갖 생명을 품고 기운을 불어넣는 흙이 된 것입니다. 그리고 이 흙의 1g 속에는 무려 3000만 마리 이상 2억 마리나 되는 미생물이 있다지요. 그래서 우리가 버린 독성까지도 흙은 해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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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이로운 흙 ⓒ 이안수


캐나다로 이민을 갔다가 수십 년 만에 한국으로 되돌아온 지인이 서울 인근 인기 지역의 고층 아파트를 분양받아 입주했습니다. 몇 개월 뒤 말했습니다.

"아파트의 고층에서 식물이 자라지 않아요. 물을 주고 정성껏 돌보아도 결국 시들시들해져요. 전망을 찾아 높이 올라갈 일이 아니다 싶습니다."

생명활동에 필요한 에너지가 흙으로 부터 비롯된다는 것을 이 헌 고무신 농사가 일깨워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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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 고무신 농사 ⓒ 이안수

덧붙이는 글 | 모티프원의 블로그 www.travelog.co.kr에도 함께 포스팅됩니다.


덧붙이는 글 모티프원의 블로그 www.travelog.co.kr에도 함께 포스팅됩니다.
#고무신 #농사 #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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