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후보자 자녀는 유학 중?

인천 부평 후보들 자녀교육 대부분 해외나 타지서

등록 2012.03.28 16:10수정 2012.03.28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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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이 현실과 멀어진 지 오래다. 부(富)는 부를 낳고 가난은 대물림되는 세상이다. 부모 세대의 빈부격차는 자녀 세대의 교육격차와 빈부격차로 이어진다.

대한민국에서 학벌은 현대판 '문중'으로 평가받는다. 때문에 우리나라 학벌경쟁은 전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다. 부모들은 이른바 명문대 진학률이 높은 서울 강남 등으로 위장전입까지 서슴없이 한다. 돈이 없어 수도권 변두리에서 자녀를 키우는 부모들은 이런 현상을 지켜보면서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되고, 그 자녀 또한 이런 현상을 애써 회피하면서 자신의 꿈을 포기하기도 한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선거 때마다 후보들이 쏟아내는 지역발전 청사진 속에는 지역 교육과 관련한 공약이 빠지지 않는다. 이는 유권자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30~50대가 대부분 학부모이기 때문이다.

인천 부평의 학부모들이 자녀 교육을 위해 기회만 된다면 인근 부천과 서울 목동으로 이사하려는 것은 부평의 고질적 문제 중 하나다. 부평에서 돈 벌어 부천과 서울에서 돈 쓰는 문제 뿐 아니라, 부평의 인재들이 타 지역으로 떠나는 것도 문제다. 후보자들은 이를 해소하기 위해 부평의 교육환경을 개선하겠다며 지지를 호소한다. 그런데 이런 후보자들의 자녀들은 과연 어디서 학교를 다녔을까?

19대 총선 예비후보자들과 한 릴레이 인터뷰에서 자녀들의 학력과 출신 학교 등을 물어봤다. 후보자들이 답변한 사항만을 아래와 같이 정리했다.

정유섭 후보, 1남 2녀 대부분 외국학교 졸업


인천 부평갑 새누리당 정유섭(58) 후보는 1남 2녀를 뒀다. 큰 딸은 부평서초등학교를 졸업해 산곡여자중학교를 다니다가, 1998년 정 후보가 주미대사관 1등서기관(해양관)으로 근무하면서,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미국에서 졸업했다. 그 후 버지니아주립대학을 졸업했다.


둘째 딸은 부평서초를 졸업한 뒤 큰 딸과 마찬가지 이유로 중학교를 미국에서 다니다가 입국해 중앙대학교 사범대학 부속고등학교를 졸업했다. 그 후 서울대학교에 진학해 현재 고려대학교 로스쿨에 재학 중이다.

막내아들은 정 후보의 국제노동기구(ILO) 파견근무로 인해 스위스에서 유치원을 다니다가 귀국해 초등학교를 졸업했다. 그 후 단국대학교 사범대학 부속중학교를 다녔다. 중3 때 미국으로 유학을 가서 사립 고등학교인 페디에스쿨(Peddie school)을 졸업하고, 대학도 미국 보스턴 소재 뱁슨경영대학(Babson College)을 입학했고, 지난해 10월 군에 입대해 현재 정보사령부에 복무 중이다.

해외 파견 근무 등으로 인해 자녀들을 불가피하게 외국에서 공부를 시켰지만, 귀국 후에도 일부 자녀는 미국에서 공부했다.

문병호 후보, 1녀 서울서 교육

부평갑 민주통합당 문병호 후보는 외동딸을 두고 있다. 외동딸은 서울 여의도동에 소재한 윤중초등학교와 윤중중학교를 졸업하고, 강서구에 소재한 명덕외국어고등학교를 졸업했다. 현재 중앙대학교 의과대학에 재학 중이다.

엄마가 서울고등법원 등에 근무해, 불가피하게 서울에서 학교를 다닌 것으로 보이다. 다만 선거 때마다 문 후보에게 붙는 '서울사람'이라는 꼬리표는 자녀 교육에서도 입증됐다.

김연광 후보, 1남 1녀 엄마 따라 미국행

부평<을> 새누리당 김연광 후보의 자녀는 1남 1녀다. 김 후보는 <조선일보> 재직 중 미국 스탠포드대학 후버연구소 객원연구원으로 잠시(2000. 5. ~ 2001. 5.) 미국에 머물렀다. 그 때 부인은 존스대학에서 임상약학박사 학위를 취득했고, 현재는 미국 제약회사에 근무 중이다.

이로 인해 자녀들은 미국에서 학교를 다녔다. 큰 아들은 초등학교를 부평에서 5년 다니다가 미국에서 초ㆍ중ㆍ고와 코넬대학교를 졸업했다. 딸 역시 미국에서 초ㆍ중ㆍ고를 졸업했다. 아빠보다 엄마의 손길이 필요한 성장기라 불가피하게 미국에서 성장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후보자 본인이 본인을 '부평사람이라 더 좋다' 등으로 부평 출신임을 내세우지만 정작 자녀들은 전부 미국에서 성장시켰다.

홍영표 후보, 두 자녀 외국 학교 또는 국제학교

부평을 민주통합당 홍영표 후보 역시 두 자녀를 뒀다. 홍 후보가 1995년부터 2001년까지 대우자동차(현 한국지엠) 영국판매법인 주재원으로 근무해 한동안 영국에서 자녀를 키웠다. 큰 아이는 구산중학교를 졸업했지만, 고등학교는 남아공과 미국에서 다녔다. 미국에서 고등학교 졸업 후 현재 일리노주 주립대학교 졸업을 앞두고 있다.

둘째는 어린 시절을 영국에서 보내 중학교를 국제학교로 다녔고, 고등학교도 서울국제학교에 재학 중이다. 홍 후보 측은 둘째 딸이 어린 시절 영국에서 성장해 한국에 적응하지 못해 불가피하게 국제학교를 다녔고 설명했다. 홍 후보 역시 자녀 교육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 해 보인다. |

한편, 자유선진당 이근호 후보와 정통민주당 김종구 후보 등은 부평에서 자녀를 교육시켰다.

"부평 교육 공약은 다 빼라" 부평구민 상대적 박탈감

19대 총선에 출마한 후보자 대부분의 자녀들이 부평이 아닌 외국과 서울 등지에서 학교를 다닌 것과 관련해 지역 유권자들은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 있다.

주부 김아무개(42ㆍ산곡동)씨는 "서울대 폐지론이 나올 정도로 대한민국의 학벌 문제는 심각하다. 능력이 돼 부천이나 목동으로 이사를 간 경우도 주변에 종종 있다"고 한 뒤 "그 분들(후보자들)이 부평의 교육문제를 자기의 문제로 느끼고 해결책을 내놓을지 정말 의심스럽다. 그런 분들은 차라리 부평 교육 관련 공약을 다 뺐으면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평화와참여로가는인천연대 장금석 정책기획실장도 "인천지역 국회의원 중 실제 생활을 서울에서 하는 경우도 있는데, 자녀 교육까지 서울이나 외국에서 한다면 그들이 과연 인천 발전을 말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며 "후보자의 자질과 정책도 검증해야 하나, 실제 거주지와 자녀 학교 등도 유권자에게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인천대학교 전영우 교수 역시 "지역구 국회의원은 지역민을 대표하는 사람으로 인천지역 유권자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교육문제를 다뤄야 하는데, 타 지역과 외국에서 자녀를 교육시켜 놓고 인천 교육정책을 추진한다는 것에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며 "유권자들은 상대적 박탈감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부평신문(http://bpnews.kr)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부평신문(http://bpnews.kr)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정유섭 #문병호 #김연광 #홍영표 #전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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