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개입했으면 마무리까지 책임져라"

[인터뷰] 전북고속 노동조합 정홍근 쟁의부장

등록 2011.12.16 12:03수정 2021.01.12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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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홍근 전북고속 노조 쟁의부장 ⓒ 이영광


전북고속 노동조합 정홍근 쟁의부장은 민주당 정동영 의원에 대해 "나름 노력은 했다. 하지만 개입했으면 마무리까지 책임져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큰이슈가 된 한진이나 강정마을만 신경쓴 채 자신의 지역구에서 1년 넘게 파업하는 전북고속 파업에는 소홀한 것에 대해 불쾌감을 표한 것이다.

지난 13일 전북고속노조 투쟁천막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정 부장은 "1년이란 시간이 관심 없는 사람에겐 짧게 느껴졌을지 모르지만 우리에겐 10년 같았다"고 했다. 또한, "파업을 시작할 때는 많은 요구조건이 있었지만 지금은 법에 보장된 노조를 인정해 주고 노조활동을 허용하는 것"이라며 핵심적인 요구조건을 밝혔다.

1년 넘게 파업했음에도 주목받지 못한 원인에 대해 "쌍용차 파업은 노동자로 봤을 때 멋졌고 한진중은 국가에서 보호하는 산업시절인데 반해, 전북고속은 수백 개의 버스노조 중 하나일 뿐이고 또 전북은 민주당이 수십 년 동안 독점해 사업주와 행정가와 정치인 삼박자가 고리로 뭉쳐져 있기 때문"으로 진단했다.

정 부장은 1년 넘게 파업하게 된 원인으로 김완주 전북지사의 의지를 뽑았다. "버스 사장을 관리 감독하는 관청이 도청이기 때문에 김 지사에게 해결할 의지가 있다면 정 의원보다 더 빠르다고 본다. 그런데 사리사욕이나 출세만 신경 쓰고 전북에서 일어나는 것을 등한시하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며 김 지사를 강력 비판했다.

또한, 그는 "버스 노동자들이 가장 많이 접촉하는 것은 시민인데 '내일이 아니고 누군가는 하겠지'라고 생각하는 것은 노동자를 두 번 죽이는 것"이라면서 "매일 촛불집회가 열리는데 5분이라도 같이 들어주고 도청이나 시청해 항의 전화 해달라"며 도민의 지속적인 관심을 당부했다.

다음은 정홍근 전북고속노조 쟁의부장과의 일문일답.

"일한 만큼의 대우를 받고 싶어... 인간다운 삶을 위해 파업"


- 어느덧 파업을 시작한 지 1년이 넘었습니다. 지난 1년을 간략하게 설명해 주세요.
"1년이란 시간이 관심 없는 사람에겐 짧게 생각될 수도 있지만, 저희 노동자들에겐 10년과 같은 시간이었어요. 처음 조합원 127명으로 시작해서 현재 81명 정도 남았어요. 1년 동안 파업하면서 조합원이나 지도부의 마음은 똑같다고 생각해요. 돈이나 권력보다 민주노총 활동이 목표고 가장 기본적인 일한 만큼의 대우를 받고 싶은 거예요. 버스기사라는 직업 특성상 외지로 돌아다니며 잠자고 그러니까 집에서 나오면 나흘 동안 집을 못 갑니다. 저희가 받는 급료나 처해있는 여건이 부족하죠. 인간 이하의 취급을 받으면서도 시키면 시키는 대로 했고 주면 주는 대로 했어요. 하지만 이제는 노동자로서의 자부심과 인간다운 삶을 살기 위해 민주노총을 선택했고 파업하고 있죠. 오늘까지 370일째예요."

- 노조 측에서 요구하는 핵심은 무엇입니까?
"저희가 요구하는 것은 다른 것 없어요. 처음 시작할 때 최저임금도 못 받았어요. 시작할 때는 요구조건이 하나였지만 장기간 파업하다 보니 조합원들의 흔들림이나 지도부로서 능력부족 등으로 인해 요구했던 것이 줄어들 수밖에 없죠. 조합원들 생계가 너무 어렵고 지도부에서 이것저것 해봤지만 해결되지 않다 보니 그렇죠. 노조에서 요구하는 것은 하나예요. 법으로 보장된 노조를 인정하고 노조활동 하도록 해달라, 그리고 노조활동 내에서 노동자들 권리를 찾겠다는 것입니다."

- 사측 입장은 무엇입니까?
"사측은 파업이 진행 중임에도 너무 무성의한 태도라고 볼 수 있는데 기본적인 고소고발 취하도 없이 '무조건 선복귀해라 그래서 열심히 일하면 그 사람에 대해서는 고소고발을 취하해주고 아닌 사람에게는 원칙을 묻겠다'라는 식이죠."

- 사측이 그렇게 나오는 것은 무언가 믿는 구석이 있기 때문인가요?
"주식회사와 유한회사의 경영 방식이 다르잖아요. 주식회사라는 개념은 여러사람이 모여서 한 사람을 뽑아 그사람이 이끌어 가는 시스템인데, 현재 사업주는 심하게 표현하면 자기 돈이 아니고 전북고속 회사돈이니까 법적으로 가든 어떤 벌금을 물든 무조건 돈으로 버티겠다는 것이기 때문에, 한 사람의 고집 때문에 파업이 해결 안 되는 것이지 믿는 구석이 있다고 볼 수는 없어요."

- 평택의 쌍용차나 부산의 한진중 파업은 국민의 관심을 받았지만 전북고속은 전북도민조차 무관심인 것 같은데 주목을 못 받는 원인이 무엇이라 생각하십니까?
"쌍용차 노동조합이 그렇게 파업하는 것은 노동자로 봤을 때 멋있는 조직이죠. 또 한진중 경우는 국가에서 보호하는 산업 시설이잖아요. 이런 곳에 비해 저희는 수백 개 중 하나의 버스 사업장 밖에 안되기 때문에 그 중요성에 대해서는 저희가 아무것도 아니죠. 따라서 정치 쪽으로 답변할 수 밖에 없거든요. 왜냐면 호남의 텃밭은 민주당이잖아요. 민주당이 수십년동안 독점 하다보니 사업주나 행정, 그리고 정치권 삼박자가 고리로 뭉쳐있기 때문에 전면적으로 나서지 못하는 입장이지 않느냐는거죠. 그래서 관심도나 사회 이슈면에서 한진중이나 쌍용차에 밀리는 것은 수긍할 수 밖에 없죠. 저희는 소단위잖아요."

- 그래도 외롭지 않으세요?
"외롭지 않다고 하면 사람이 아니겠죠. 하지만 외롭다고 투정하거나 해서 이길 수 있는 것은 아니잖아요. 저희가 놓여있는 여건을 생각하고 여건에 맞게 파업을 이끌어 나가야지 '어디는 이렇게 관심 가지면서 왜 우리에겐 이렇게 안 해주나'는 식으로 하면 제 문제를 남에게 떠 맡기는 것밖에 안 되잖아요. 파업 주체는 전북고속 동지들이고, 시작을 저희가 했기 때문에 해결도 저희가 해야죠. 정치권이나 행정이 도움은 줄 수 있겠지만 저희가 해야죠."

"올해가 가기 전에 해결되었으면... 안 되면 더 발전되고 조직화된 방법 모색"

- 한진중 파업 해결에 앞장 선 정치인이 전주 덕진을 지역구로 둔 민주당 정동영 의원이지 않습니까?  하지만 정작 지역구에서 벌어지는 파업에는 한진중에 비해 별 신경 안쓰는 것 아닌가 생각되는데 어떻습니까?
"정동영 의원 지역구가 전주 덕진이잖아요. 파업 초반에는 정 의원이 무관심했어요. 그런데 저희가 도청으로 가서 노숙투쟁하면서 정치적인 압박을 받았죠. 정치적 압박의 시발점이 뭐냐면 전북고속에 대해 관심을 가졌던 것이 아니라 한진을 먼저 갔죠. 정치인들은 인기몰이식 큰 이슈가 있는 데를 찾아 다니잖아요. 그래서 한진을 갔는데 한진 동지들이 호되게 뭐라고 했죠. '당신 지역구에 있는 전북고속 버스파업도 해결 못한 사람이 어떻게 여길 왔냐? 니네집 단속부터 잘해라'라고 오지 못하게 했죠. 그런 것이 발생되면서 누리꾼이 비판해 자기 입지가 좁아지니까 여기로 왔죠. 노력은 나름 했다고 봐요. 하지만 개입을 했으면 마무리도 해줘야 되잖아요. 현재 전북고속만 남아 있으니까 더 열심히 해야한다고 보거든요. 또 자기 지역구고 다음에 총선 출마 하려면 당연히 해야죠. 한진 동지들이 말했듯이 수신제가평천하라고 내 가정부터 잘 다스려야 되지 내가정도 못 다스리면서 대권 출마하는 것은 말이 안 맞잖습니까?"

- 김완주 전북도지사는 파업현장을 한 번도 방문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민주당 당론도 파업지지인 것으로 아는데 소속 도지사의 입장은 무엇입니까?
"지방자치 시대가 열려서 대한민국 대통령은 이명박이지만 전라북도 대통령은 김완주 지사거든요. 김 지사에게 해결할 의지가 있다면 정 의원보다 더 빠르다고 봐요. 버스 사업장의 특수성이 인허가권을 내주거나 취소를 시키고 관리감독을 하는 관청이 도청이기 때문에 도지사가 의욕을 가지고 방법을 강구한다면 정 의원이 아닌 더 센 사람이 오는 것보다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가 크죠. 그런데 앞서 말했다시피 민주당이라면 호남의 토착세력이 되다 보니까 '내가 이렇게 안 해도 전라도 사람이니까 다음에 총선 출마하면 또 당선된다' 는 식의 생각을 갖고 있다 보니까 도민의 소리를 못 듣고 자기 사리사욕이나 출세만을 신경 쓰고 전북에서 일어나는 것을 등한시하는 것 아니냐 그래서 이 파업이 길게 가지 않는가 생각해요."

-  이혼한 가정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가장 큰 문제가 생계일 텐데 지난 1년 어떻게 생계를 이어 나가고 계신가요?
"이혼한 가정도 있죠. 또 1년 넘게 투쟁하면서 너무 장기간 이어오다 보니까 생활고가 어려워 생계투쟁을 하고 또 부인들이 이해해주면 그나마 가정이라도 지키고 있지만 대학생이나 중고등학생 자녀가 있는 사람들은 그냥 먹고 사는 정도의 차원이 아니잖아요. 복지나 교육, 이런 것에 무방비 상태가 되어 버리니까 그런부분이 안타까워요. 서로 의지하고 사는 입장이죠."

- 한진중공업 같은 경우는 가족대책위가 있던데.
"금속과 운송이 노조 자체가 다르지만, 한진중이나 쌍용차는 해고다 보니 급박한 거죠. 저희는 일단 해고는 아니고 쟁의 싸움 중이라 가족대책위 구성 자체가 시기상조인 것 같기도 하지만 만약 파업이 지속된다면 고려해봐야죠. 남편이 못 벌면 부인이 벌 수도 있지만 미혼인 경우는 자신이 못 벌면 굶는 처지잖아요. '너는 혼자 몸이니까 힘든게 없지 않냐'고 할 수 있지만 사실 그런 사람들이 더 어려울 수도 있거든요. 올해가 가기 전에 해결되어야겠죠. 하지만 안 되면 더 발전되고 조직화된 것을 진행해야겠죠."

- 파업을 어떤 방향으로 이어갈 생각이십니까?
"간단 명료하게 생각하면 그래요. 이 파업을 누가 시켜서 하는 것도 아니고 누가 오라고 해서 온 것도 아니잖아요. 또, 자기가 선택한 길이고 자기가 걸어온 길이고 마무리도 자기가 해야 하기 때문에 똘똘 뭉쳐서 서로 동지를 믿고 서로 달래가고 도와 가면서 사업주가 이기냐 저희가 이기냐 하는 시점이죠."

- 끝으로 국민들과 전북도민께 한말씀 하신다면.
"도민이나 시민에겐 제일 서운해요. 왜냐면 저희 버스 노동자들이 서민들하고 접촉을 많이 하잖아요. 중산층이나 상류층은 자가용으로 다니잖아요. 시내버스나 직행버스 타는 사람들은 버스 노동자들과 가깝고 밀착된 생활을 하고 시내버스 경우 140여 일 동안 서 있었음에도 무관심했습니다. '내일이 아니니까 언젠가는 해결되겠지' 이런 생각이 저희를 두 번 죽이는 것입니다. 버스 노동자든 민주노총 조합원이든 시민 한 분 한 분의 관심과 행동이 저희에겐 큰 힘이에요. 누군가는 힘든 일을 해야하고 또 시민들을 참여 시키려면 누군가는 시민들과 접촉을 해야하고 하다보면 '나 아니어도 하겠지에서 내가 아니면 안된다'는 생각을 하게되면 승리의 날 오겠죠. 저희가 매일 오후 6~7시까지 촛불집회 하는데 그런 것도 조합원들과 자주 만나고싶고 또 터미널 이용하는 사람들이 봄으로 해서 '아직도 파업이 안 끝났구나, 내가 저기 가서 5분동안 촛불 들어주겠다'는 생각이 들어 도청이나 시청에 항의 전화 해주는 것을 이끌어내려는 거예요.저희 긍극적인 목표는 이겁니다."
덧붙이는 글 필자 블로그에 올렸습니다.
#전북고속파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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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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