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는 변변치 않아" 바이러스공이 외쳤다

[정치풍자소설 '대권무림' 37화] 에피소드4 - 묵언의 바다, 백성들의 소리 없는 외침

등록 2011.10.11 17:52수정 2011.10.11 18:24
0
원고료로 응원

"친애하는 무림대국의 언론 무림 소식통 여러분, 아, 여러분이 대한민주무림대국의 최대 도방인 한나라방을 위하야 이리 애들을 써주시는 통에 그 고마움을 표현하기 위하야 미천한 제가 밥 자리 한번 마련했슴다. 변변치 않은 식반이지만 맛나게들 드서요.

 

그런데, 아 이거 수고들 많으신데 밥자리에 반주 한잔 빠지면 무척 섭하시죠. 그래서 싱겁게 기본, 기자 여러분들은 쓰실 게 많으시니까 간단히 반주만 하시고, 나야 뭐 술이 쎄, 아주 쎄, 그러니까 수소폭탄으로다가 한 폭탄 허겄습니다.

 

아아, 영순이는 스스로 제가 할 테니까, 기자 양반들께서는 그냥 계시고, 자, 드십시다. (쭉, 쭈욱, 꼴깍) 아, 맛나다. 감칠맛 나는 이 소맥. 한 잔 더. 나, '새로운 오른쪽' 우익 무림의 종결자. 술 쎄지. 말빨 쎄지. 이건 뭐 다 쎄. 열 잔도 끄떡 없다구. 뭐, 방송? 그 까이꺼 뭐, 대충. 이 오른쪽 저격 나발통 믿어. 나, 우향우량이야."

 

'새로운 오른쪽(뉴라이트)' 출신의 서울특별공국 보궐 맹주선출 비무대회의 대국 최대도방인 한나라방의 대변통인 어따대고 지호우향우량(신지호)이 사고를 쳤다. 무념무상과 원조모모의 진검 승부로 치러지게 된 비무대회에서 경원미모령의 대변통을 맡은 우향우량이 그만, '세 시간이면 술 다 깨'라며 강호의 사이비 무사다운 대갈일성을 날린 후, 들이댄 것 까지는 좋았으나, 음주운전보다 더 위험한 음주방송으로 혀가 여러 번 들락날락 거리는 참변을 연출하며 오점을 남긴 것이다.

 

한강 다리를 설명하는 상대 검객이 귀에 느닷없이 팔 하나를 툭 던져버린 그의 '장광방설권'과 '횡설수설권'에 무림 방송국은 물론, 날카롭게 칼을 벼르다 손가락에 대어보던 경원미모령도 화들짝, 그만 손바닥을 베어버린 거다.

 

"나, 논리정연했잖아. 거 참, 반주 일 잔 하고 방송 들이댄 게 뭐 그리 잘못이라고 이리 호들갑들이신가?"

 

그의 말마따나 논리정연했다고 치고, 오른쪽 논객다운 검술이 상대의 비급을 찌를 때가 있었다고 해도, 주워담지 못할 말은 이미 그의 혀를 떠난 뒤였다. 경원미모령은 서둘러 진화에 나서 베인 손바닥의 상처쯤은 아랑곳 않고 활동사진빨 잘 받는 얼굴에 핏기가 서렸고, 우향우량은 '알아서 기어' 급 사과 후, 대변통을 사임했다.

 

학규공자가 더운 물 찬 물 다 뒤집어쓴 후, 잘 벼려지지 않은 칼을 빼내어 이제는 제법 공력이 붙은 전가의 보도인 '칩거생활권'을 다시 사용하려다가 도로 칼집에 집어넣는 바람에 스타일 완전 구겨지자, 예비 비무 이후 다시 근접한 원순희망제작창과의 재회에 재미가 붙을 리가 없었다.

 

야권 무림계의 팔 할에 가까운 지분을 보유한 민주도방의 맹주로서 공자의 현실은 초라하고 외로울 뿐이었지만, '박 대 박 하모니'를 구성하며 정치 무림 데뷔 이래 정면 돌파의 초강수를 두어 만만치 않은 강호의 그 거친 바닥에 발자국을 남긴 꼬장미령의 만면에는 희망제작창과의 일합 당시 교차된 만감은 사라지고 밝은 미소만이 남았다.

 

"나, 민주도방의 은혜에 급 감사해요. 정치 무림의 쓰디 쓴 맛을 보면서 여린 성품의 초보 무객, 속상하지만 참겠어요. 참여하는 지식인의 고뇌를 아세요? 소액 기부가 원활하지 않아 큰 쩐방의 자발적 기부를 받았어요. 말 그대로 자발적 기부.

 

조선 제 일의 병기창에서 잘 제련된 병장기를 흔들어 대는 와중에서도, 나는 단기필마로 단검만을 들고 보수 골통 검투사들의 우익찌르기의 날랜 검술을 피해 자격 미달 검객들을 의회에서 추방했으며, 진흙탕을 피해가며 악법은 법이 아님을 온 백성들의 뇌리에 뚜렷하게 각인 시켰지요.

 

나는 진실한 서울공국의 1000만 시민, 대다수가 서민인 백성들의 실생활에 탄력을 주고 진정한 민주의식의 함양을 위하여 출마하는 것, 나에게 정치적인 수사일랑 일절 근접하지 말아주오."

 

결실이 없기에 노력을 게을리 하는 것이 아니다. 수많은 노력을 기울여야만 작은 결실이라도 걷을 수 있기에 우리는 노력하는 것이다. 우직하게 한 걸음 내딛다보면 큰 길도 보이고 그 길 사이에 난 작은 소로들도 보인다. 어느 길로 가든 길은 길이지만 동가홍상이라고 우리는 에둘러 말하자면 큰 길로만 가려는 습성을 버리지 않는다. 그러나 희망제작창은 자신이 걸어온 길이 비록 서투르고 낯설은 비포장이었으나 한 걸음 한 걸음 뚜벅이로 걸어 온 길임을 분명히 알고 있었다.

 

"엊그제 뇌발심공 여준여의도두레박(윤여준)이 바이러스공의 무림대권 비무 참가를 공언했어요. 공력이 쇠잔한 기성 정치 무림에서 식상한 백성들의 바람이 거기에 있다면서. 게다가 내 대세론이 여기까지라구요? 어허, 뇌발심공. 나, 근혜여랑위예요. 우리 잘 지냈죠. 웬만하면 계속 고고씽합시다.

 

구축세계 몽준쩐축조선공, 경기신방 문수거사 우리 페어플레이해요. 두 사람 요즘 술자리가 잦다고요. 두 분 다 바쁘신 분들인데...재인 공자의 순수 플레이 좋아, 그런데 '혁신과 통합', 요즘 신기공권 연마에 여념이 없다지요? 수고들 많으세요. 도방이 당론으로 정한 나의 철학, '평생 맞춤형 복지' 좋아요. 고마워요. 나, 경원미모령, 도와야죠. 최대도방의 맹주를 지낸 자의 도리, 당연한 도리.

 

나, 세종 임금님의 크고 넓으신 지도력을 거울삼아 외천본민(畏天本民)할 거야요. 하늘을 우러러 오로지 백성만을 근본으로 알고 일로 매진할 거야요. 언어, 천문, 국방, 기술, 더 나아가 경제에 이르기까지 나 여랑위 연구 많이 했어요. 그 연구의 결과를 지금 발표하겠어요. 근혜여랑위가 지향하는 3대 정신. 우리 대갈통들과 연구한 노력의 결정체.

 

시인발정(施仁發政), 민유방본(民維邦本), 위정인최(爲政人最). 세종대왕님의 커다란 지도자의 근본을 이어받아, 나 여랑위. 바른 정치를 우선으로 하는 사람들을 선별하여, 백성들이 나라의 근본임을 자각하고, 어진 정치 무림의 의로운 이상을 강호에 펼치겠어요. 이것이 나 여랑위가 백성들에게 전할 진정 행복한 나라를 만드는 화두입니다. 소통과 신뢰를 바탕으로 원칙을 지켜나가는 참 민주 그게 여랑위의 철학이예요."

 

대갈일성을 마치고 가마에 올라타는 여랑위를 쫓아가며 무림언론의 쫀득이 기자들이 외쳤다.

 

"경원미모령 도와줄 거죠?"

 

여랑위는 부드럽게 가마를 가리고 있는 커튼을 걷으며 나직하게 말했다.

 

"물론이죠."

 

비슷한 시간, 정신지체아들의 영혼에 부싯돌을 붙여 놓은 영화의 원작자인 한국의 무라카미 하루키, 귀신공녀 지영출판서령(공지영)과 같이 그녀의 원작인 <독완이>를 보고 나온 진성백신 철수바이러스공의 눈에는 닭똥 같은 눈물이 흘렀다. 서울국립무림큰학당에서 만든 이름만 들어도 어질해지는 융합과학기술대학당의 대제학으로 후진 양성의 바른 길을 인도하던 학자의 눈물은 담백했다.

 

"아, 너무 슬퍼요. 독완이에서 나오는 무진시는 완전 우리 사회의 축소판이야. 우리 사회에서 정의(Justice) 이거 아주 변변치 않아. 제로야 제로, 제로베이스. 나, 지금 아주 많이 외롭고 미안하고 아파. 가슴이 먹먹하고 심장에 구멍이 뚫린 것 같애.

 

희망제작창 찍을 거냐구? 물론 나는 서울특별공국의 백성 중 한 사람으로서 의당 찍어야죠. 그 양반 참 괜찮은 도인이야요. 우리는 도덕의 힘으로 정신을 재무장하는 사회를 건설해야 돼요. 그런 분 나, 밀 거야. 지원하겠냐구? 말했잖아."

 

가장 훌륭한 싸움은 상대가 가진 계략을 미리 읽어 사전에 차단하는 것이며, 그 다음은 외교적 수단을 동원하여 해결하는 것이며, 군사를 일으켜 상대인 적과 대결하는 것은 최후의 일이다. 인생에 있어서 모든 일의 80%는 마음대로 안 되지만 그렇다고 하던 일을 무작정 멈출 수는 없다. '남을 알고 나를 알면 백 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고, 하늘을 알고 땅을 알면 이기는데 지장이 없지만' 중국인의 상술처럼 중용의 조화는 신묘한 자연의 법칙을 가르쳐 준다.

 

물푸레나무가 편백나무와 어우러져 숲을 이루는 길의 끝에 위치한 산사를 찾아가며 근혜여랑위가 인적 없는 산길에서 적요만이 가득한 숲을 가득 채우는 풍경에 목말라할 때, 바이러스공은 영화 <독완이>의 슬픔을 그대로 싸안고 공원 벤치에 앉아 소란스러웠던 한동안의 소요와 날개짓을 접고 자신 안으로 들어가 침묵의 시간을 가졌다. 두 사람의 고요 사이로 새떼들이 망명해오는 소리가 들리면서 그들이 눈길을 새떼들에게 주었을 때 고요는 사라지고 세상은 다시 왁자지껄하게 열리고 있었다.

2011.10.11 17:52 ⓒ 2011 OhmyNews
#안철수 #박원순 #박근혜 #나경원 #신지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종영 '수사반장 1958'... 청년층이 호평한 이유
  2. 2 '초보 노인'이 실버아파트에서 경험한 신세계
  3. 3 '동원된' 아이들 데리고 5.18기념식 참가... 인솔 교사의 분노
  4. 4 "개도 만 원짜리 물고 다닌다"던 동네... 충격적인 현재
  5. 5 "4월부터 압록강을 타고 흐르는 것... 장관이에요"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