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겨레말큰사전' 지원 삭감 개입했나

정보위 국감서 제기돼... "'백두산폭발' 우려 관련해 북한에 논의 제의했다"

등록 2010.10.28 19:54수정 2010.10.29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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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한이 6년간 함께 추진해온 '겨레말 큰사전 편찬사업' 지원예산이 삭감된 데, 국정원이 개입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국회 정보위 민주당 간사인 최재성 의원은, 28일 서울 내곡동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에서 열린 국회 정보위 국정감사에서 민주당 의원들이 '겨레말 큰사전 편찬사업 예산 삭감에 국정원의 편견과 의사가 개입된 것 아니냐'고 질문했다고 밝혔다.

 

최 의원은 "통일부 사업에 대해 왜 국정원이 감 놔라, 배 놔라 하느냐는 것이 (이 문제에 대한) 논란의 포인트였다"면서 "국정원은 이에 대해 '내용상 심각한 문제점이 있다'고 답변했다"고 전했다.

 

그에 따르면, 국정원은 '자음배열체제와 두음법칙에 대해 남북간 차이가 크다'고 지적했으며 이에 대해 별도 문서로 정리해서 보고하기로 했다고 한다.

 

국정원, 자음배열·두음법칙에 문제제기

 

'겨레말 큰사전 편찬사업' 관련법은 2007년 4월 국회에서 만들어졌으며 이후 이 사업엔 매년 30억 원 정도의 예산이 지원돼왔다. 그러나 올해 들어 통일부가 집필사업비와 북측편찬사업보조비 등 13억7천여만 원을 승인하지 않으면서 논란이 됐다. 이후 통일부는 지난 25일 사업비 2억9천만 원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예산 삭감에 대해 통일부는 "올해 전반적인 남북관계 악화로 교류가 막히면서 북한과의 편찬 사업부분이 줄었기 때문에 지원금을 줄인 것"이라고 밝혔으나, 이 과정에 국정원이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최 의원은 "주무부처가 통일부인 이 사업의 예산지원에 국정원이 반대했다는 정황을 읽을 수 있었다"면서 "이런저런 이유로 국정원에서 예산 지원을 거부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겨레말 큰사전 편찬사업은 남북한의 언어 동질감을 찾는 중요한 사업이기 때문에 남과 북 어느 한 곳의 언어 체계로는 합의되지 않는 것 아닌가"라며 "그렇다면, 북한이 양보한 것은 없는지 이런 부분을 면밀히 따져보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정원측은 사업진행과정에서의 문제점을 지적한 것일 뿐 예산문제에 개입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2004년 이후 사이버테러 4만8천건...북 해커 1천명 가까워"

 

한편 이날 국감장에선 '백두산 폭발 우려'와 관련 북한과의 공조문제도 제기됐다. 최 의원은 "백두산 주변 지진횟수가 증가하고 뱀떼가 출현하는 등 화산폭발 우려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북한과의 공조가 필요하지 않느냐"고 지적했고, 이에 국정원은 "필요성을 느끼고 있으며, 그런 논의를 위한 시도를 했었으나 북한의 반응은 없었다"고 답했다고 한다.

 

한나라당 간사인 황진하 의원은 "국정원이 '북한의 사이버공격 능력이 상당히 주목할 만하다'고 보고했다"면서 "숫자는 정확히 밝히지 않았지만 수백명, 1천명에 가까운 인력이 엄청난 사이버 공격을 계속하고 있다, 국가전반 정보수집 뿐만 아니라 사회 혼란 조성을 위해 사용하고 있고 전시에 대비해서는 군사 작전 방해, 국가 기능 마비 등을 목표로 활동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국정원은 집계를 시작한 2004년부터 4만 8천여 건의 사이버 테러가 있었고, 올해에도 9200여 회의 공격이 있었다고 밝혔다. 국정원은 지난해 디도스 공격에 이어 ▲한미연합사 PC 해킹 ▲G20 정상회의 준비위원회에 대한 해킹 ▲국회의원과 보좌관 PC까지 해킹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고 보고했다.

 

"국정원이 해킹주체로 북한을 지목한 것이냐"는 질문에 황 의원은 "(국정원이)그렇게 지목한 것은 아니지만, 북한이 했을 가능성이 많다"고 말했다. 최재성 의원은 이에 대해 "G20 정상회의 관련해 이상 징후가 있다는 취지의 보고가 아니라 일상적인 문제에 대한 보고과정이었다"고, 다른 견해를 밝혔다.

 

황 의원은 "국정원은 '남북정상회담 개최는 어려운 것이냐'는 질문에는 즉답을 하지 않았다"면서 "다만 금강산 사업과 같이 실무적, 개별적 수준의 해법으로는 남북관계 변화가 어렵기 때문에 보다 큰 틀의 시도가 필요하다는 취지의 답변이 있었다"고 전했다.

 

한 정보위원은 "북한과의 접촉라인의 급을 올리겠다거나 정상회담의 필요성을 시사한 것이라는 게 의원들의 해석이었다"고 전했다.

 

국정원은 또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장남 김정남이 국방위원장에게 '김정은이 일으킨 천안함 사건'에 대해 항의했다'는 지난 14일 KBS보도에 대해서는 "신빙성이 낮아 확인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2010.10.28 19:54 ⓒ 2010 OhmyNews
#국가정보원 #겨레말큰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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