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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이라고 달리기를 쉴 수야 있나

연휴에도 훈련 쉬지 않는 '군포 해오름 마라톤클럽'

10.02.16 12:48최종업데이트10.02.16 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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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의 명절 설 연휴가 시작된 지난 12일 저녁. 짧은 연휴 탓에 회사 일을 마치자마자 다들 두 손 가득 선물꾸러미를 챙겨들고 서둘러 고향으로 발걸음을 옮기던 그날, '군포 해오름마라톤클럽' 회원들은 시민체육공원에 나왔다. 명절연휴에 눈까지 내리는 날씨였던 만큼 하루쯤 훈련을 거를 법도 한데 10여명의 회원들은 밝은 얼굴로 운동장을 찾았다.

 

"오늘 내려가는 거 아니었어요? 언제 내려가시게요?"

"내일 내려갈 예정이야."

"내일 내려가실 거면 오늘은 (훈련을) 좀 쉬시지 그랬어요."

"훈련 하는 게 쉬는 거지 뭐. (웃음)"

"그나저나 노면이 미끄러워 뛸 수 있겠어요?"

"군데군데 미끄러운 부분만 조심하면 괜찮아. 그리고 뛸 때는 악조건일수록 더 좋아. 대회도 얼마 안 남았는데…."

"하긴 이런 저런 핑계대기 시작하면 연휴도 있고 해서 며칠을 못 뛰게 될지도 모르니…."

 

마라톤에 대한 열정이 대단하다고 해야 할까? 해오름 회원들의 훈련 열정은 설 연휴기간에도 계속됐다. 설날 바로 다음날인 지난 15일에도 훈련은 계속됐다. 설날 가족끼리 술 한 잔 하기도, 그동안 쌓인 피로를 풀기에도 모자란 시간인데 20여명의 회원들은 마라톤을 위해 훈련장을 찾았다. 부산에서 설을 보내고 올라온 민경남(45) 팀장의 경우 이날 처가 방문을 앞두고 훈련에 참석했다. '대야미' 구간을 두 바퀴를 돌고나서야 그의 발걸음은 처가를 향했다.

 

 

설날 이튿날인 지난 15일 '군포 해오름 마라톤 클럽' 회원 20여명은 대야미 훈련장에서 훈련을 실시했다. ⓒ 해오름마라톤클럽

'거북이ㆍ토끼'에 이어 '하프'팀 신설해 맞춤형 훈련

 

이처럼 '군포 해오름 마라톤클럽' 회원들은 마라톤에 대한 열정이 깊다. 이한명(54) 회장은 회원들의 높은 열정에 대해 "다양한 훈련 코스와 수준에 맞춘 맞춤형 훈련으로 재미있게 훈련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해오름 마라톤 클럽은 한병희(45) 훈련이사의 지휘아래 '거북이', '토끼', '하프' 세 팀으로 나눠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하프 팀'의 경우 이 회장이 취임하면서 신설한 팀으로, 해오름 최고수들의 모임이다. 평균 3시간 20분대 이내 기록을 가진 회원들이 민경남(45) 팀장의 지도 아래 기록 갱신을 목표로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반면 '토끼 팀'과 '거북이 팀'은 중급자와 초급자들로 구성된 팀이다. '하프 팀'만큼은 아니더라도 '토끼 팀' 역시 기록 갱신을 목표로 열심히 훈련하고 있다. 하지만 '거북이 팀'의 경우 초보들이 많은 만큼 기록보다는 마라톤 자체를 즐길 수 있도록 하는 방향으로 팀을 운영하고 있다.

 

이한명 '군포 해오름마라톤 클럽' 회장 ⓒ 장정욱

창립 10주년, 지난해 위기 찾아와

 

해오름은 오는 7월이면 창립 10주년이 된다. 현재 8쌍의 부부회원을 포함해 70여명의 회원이 활동 중이지만 한 때는 100여명이 넘는 규모까지 성장하기도 했다. 그런데 지난해 군포육상연맹이 '엘리트 체육회' 형태로 변신을 선언하자 일부 회원들이 그쪽으로 이동해 회원 수가 급감하는 위기를 맞기도 했다.

 

결국 지난해 해오름은 '엘리트 체육'의 형태로 갈 것인지, 순수 동호회로 남을 것인지의 기로에서 '순수 동호회'의 길을 선택했다. 대신 이 과정에서 많은 회원들이 빠져나갔다. 하지만 이한명 회장은 남은 회원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분명하게 알 수 있게 됐다. 해오름 회원 대부분이 기록 대신 '즐기는' 마라톤을 선택한 것이다. 기록이 좋은 회원 대다수가 빠져나가는 바람에 올해 '하프 팀'을 새로 만들긴 했지만 해오름은 언제나 '즐기는' 마라톤을 추구해야 한다는 게 이 회장의 생각이다.

 

창립 10주년을 앞둔 해오름. 이 회장은 지난해 그렇게 '성장통'을 앓은 만큼 올해는 어느 해보다 많이 성장하는 해오름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 12일 저녁 '군포 해오름 마라톤 클럽' 회원들이 운동을 마치고 서로의 몸을 풀어주고 있다. ⓒ 장정욱

"처음이잖아요. 그냥 완주만 목표로 할래요"

마라톤 대회 첫 참가 앞둔 장기숙 회원

"오는 고구려마라톤대회 참가가 첫 대회출전이에요. 지난해 9월 처음 마라톤을 시작했으니 이제 5개월째 접어들었는데 많이 설레네요. 처음인 만큼 하프코스를 완주하는 게 목표입니다."

 

장기숙(42) 회원은 오는 21일 열리는 '아 고구려 역사 지키기 마라톤대회'에 출전할 예정이다. 지난해 9월 '군포 해오름 마라톤클럽'에서 마라톤을 처음 시작한 그는 '해오름'에 대해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하나하나 챙겨줘서 좋았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에 자신의 '페이스메이커'역할을 담당하기로 한 한병희 훈련이사에 대해 "굉장히 열심히 하시는 분"이라며 고마움을 전했다.

 

"솔직히 10km 구간에 나갔으면 좋은 성적을 낼 자신도 있었어요. 그런데 5개월 정도 훈련도 했고, 하프 정도는 달릴 때가 되지 않았나 싶어서 도전 거리를 늘렸죠. '하프'에 나가면서 기록 대신 완주를 목표로 세웠습니다."

 

마라톤 시작 5개월 만에 첫 대회에 출전하는 장씨. 그는 애초에는 10km구간에 도전할 생각이었지만 대회가 1주일 늦춰지자 목표를 '하프'로 올렸다. 사실 5개월간 꾸준히 연습해 온 만큼 '하프' 완주는 크게 무리는 아니다. 하지만 장 씨는 '처음'을 이유로 적지 않은 염려를 하고 있었다. 열심히 연습했음에도 불구하고 "운동량이 모라라는 것 같다"며 그는 최근에 훈련시간을 30분가량 늘렸다. 물론 일주일에 3번씩 꼬박 꼬박 훈련에 참석하는 것은 당연한 일.

 

오는 가을 첫 '풀코스' 완주를 꿈꾸고 있다는 장 씨. 장 씨는 처음 마라톤에 입문하는 자신을 편하게 리드해주는 동호회 선배들에게 고마움을 표시했다. 장 씨는 "처음 들어올 때 많이 서먹할 거라 생각했었는데 선배들이 정말 편안하게 대해줘서 감사하다"며 이번 고구려마라톤대회에서 반드시 완주해 보답하겠다고 약속했다.

2010.02.16 12:48 ⓒ 2010 OhmyNews
마라톤 군포해오름마라톤 이한명 장기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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