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두라스 쿠데타 사태의 본질

[분석] 제헌의회 소집 VS 보수반동 쿠데타

등록 2009.07.02 11:22수정 2009.07.02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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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뜸하다 싶더니 드디어 중남미에서 '쿠데타' 소식이 들려왔다. 제헌의회 소집 여부를 놓고 국민투표를 강행한 온두라스의 셀라야 대통령이 쿠데타 군에 의해 납치된 것이다. 외신에 의하면 셀라야가 대통령을 연임하기 위해 헌법을 바꾸려 하는데 이에 반대하는 세력이 헌법을 수호하려는 사법부의 승인 하에 쿠데타를 감행한 것처럼 나오고 있다. 원래 대부분의 외신이란 것이 미국 및 서방국가의 시각을 대변하기 마련이지 않은가. 그동안 외신들이 베네수엘라의 차베스 대통령에 대해서 행한 중상모략과 비방을 보면 충분히 알 수 있다.

온두라스의 보수당 중 하나인 자유당의 후보로 대통령에 당선된 셀라야는 그의 출신성분에 맞지 않게 노동자들의 최저임금을 60% 인상시키는가 하면 노동착취가 심한 공장 소유주들에 대해 강력한 조치를 취했다고 한다. 급기야 셀라야 대통령은 쿠바와 베네수엘라가 미국에 맞서 중남미 통합의 일환으로 강하게 추진하고 있는 ALBA에 온두라스를 가입시킨다.

이러한 조치에 온두라스의 가난한 민중들은 환호했지만 미제국주의와 보수반동세력은 심사가 제대로 뒤틀렸다. 이러한 양자 사이의 갈등이 최고조로 올라서 터진 것이 이번 온두라스 쿠데타 사태이다. 그리고 현 온두라스 사태의 본질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셀라야 대통령이 추진한 제헌의회 소집의 의미를 이해해야 한다.

베네수엘라의 차베스 대통령, 볼리비아의 모랄레스 대통령, 에콰도르의 코레아 대통령이 대통령 당선과 동시에 성공적으로 추진한 제헌의회는 말 그대로 기존의 헌법을 폐기하고 헌법을 새로 제정하는 의회이다. 베네수엘라, 볼리비아, 에콰도르 이 세 나라는 제헌의회를 소집해서 새로운 헌법을 만들면서 민중들이 염원하는 참다운 세상을 구현하기 위한 법적 장치들을 마련했다. 자원 및 전략 산업에 대한 국유화와 무상의료 무상교육 등의 복지정책들, 그리고 소수자들에 대한 사회차원의 배려와 권리 보장 등이 헌법에 의해 명시되었다. 그리고 이 세 나라의 대통령은 그에 근거해서 혁명적 조치를 하나씩 취해나간 것이다. 만약 이런 조항들이 개헌이나 법률 개정을 통해 하나씩 마련한다고 생각해보라. 의회에서 야당과 싸움질만 하다가 임기를 마쳐야 할 것이다. 제헌의회는 완전히 새로운 민중을 위한 법체계를 만드는 과정인 것이다.

하지만, 사실 제헌의회 소집에는 이것만큼, 아니 오히려 이보다 더 중요한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그것은 바로 국가권력을 누가 틀어쥘 것이냐 하는 '권력'의 문제이다. 제헌의회가 소집되어 새로운 헌법을 만들고, 새 헌법이 국민투표를 통과해서 효력이 발생하면 기존의 국가권력기구들은 해체된다. 온두라스의 셀라야는 대통령에서 다시 민간이 되고, 모든 국회의원들도 금배지를 떼야 하며, 법관들도 법복을 벗게 된다.

왜냐면, 그들을 대통령이도록, 국회의원이도록, 법관이도록 규정해준 옛 헌법이 완전히 폐기되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이제 더 이상 국가권력기관이 아닌 것이다. 그리고 새로운 헌법에 근거해서 국가권력기구를 새로 구성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베네수엘라, 볼리비아, 에콰도르에서는 제헌의회 소집으로 새로운 헌법을 만든 후에 대통령 선거, 국회의원 선거, 지방선거를 다시 한꺼번에 치른 것이다.

새로운 헌법에 근거해서 국가권력기구를 새로 구성하는 과정에서 민중을 대변하는 변혁운동세력들이 대중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되게 된다. 이 과정을 통해 옛 부르주아 국가기구는 해체되고 민중의 국가가 새로 건설되는 것이다. 국가권력을 틀어쥐는 것이 혁명의 중요한 과제 중 하나임을 우리는 알고 있다. 베네수엘라, 볼리비아, 에콰도르가 성공적으로 사회주의 혁명을 수행하고 있는 것은 그들이 제헌의회 소집을 통해 국가권력을 전취했기 때문이다.


온두라스의 셀라야 대통령과 민중들은 베네수엘라, 볼리비아, 에콰도르의 민중들이 제헌의회 소집을 통해 국가권력을 장악한 바로 그 길을 걸으려 했던 것이다. 하지만 보수반동세력들도 바보는 아니다. 베네수엘라, 볼리비아, 에콰도르에서 일어난 일련의 상황들을 보면서 그들도 학습을 한 것이다. 제헌의회 소집을 통해 새로운 헌법을 제정하는 것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를 말이다. 결국 온두라스의 보수반동세력들은 제헌의회 소집을 용인해서 국가권력을 내어줄 것이냐, 무슨 짓을 해서라도 그것을 막을 것이냐의 양자택일 중에 후자를 택한 것이다. 그것이 이번 온두라스 쿠데타의 본질이다.

중남미 변혁운동의 불길은 베네수엘라, 볼리비아, 에콰도르를 거쳐서 온두라스에 상륙했다. 그리고 온두라스 내에 존재하는 변혁운동세력과 보수반동세력들 간의 충돌은 제헌의회 소집 여부를 놓고 이루어진 것이다. 그리고 본질은 결국 '국가권력'을 누가 전취할 것이냐의 문제이다.

덧붙이는 글 | 임승수 기자는 <원숭이도 이해하는 자본론>, <차베스 미국과 맞짱뜨다>의 저자입니다.


덧붙이는 글 임승수 기자는 <원숭이도 이해하는 자본론>, <차베스 미국과 맞짱뜨다>의 저자입니다.
#온두라스 #쿠데타 #제헌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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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숭이도 이해하는 자본론> <와인에 몹시 진심입니다만,> <피아노에 몹시 진심입니다만,> <사회주의자로 산다는 것> <나는 행복한 불량품입니다> <삶은 어떻게 책이 되는가> <원숭이도 이해하는 공산당 선언> <원숭이도 이해하는 마르크스 철학> 등 여러 권의 책을 쓴 작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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