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참사를 떠올리게 한 우리들의 희망 <시티홀>

[아줌마 드라마 뒤집기 59] 정치 풍자 드라마 <시티홀>의 매력 포인트!

등록 2009.05.16 11:11수정 2009.05.16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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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풍자를 통해 진정한 정치의 의미를 이야기하는 <시티홀> ⓒ SBS

 

'시위'라는 말 자체가 금기어가 된 요즘이다. 정부에서는 시위에 '시'자만 들어가도 공권력을 투입해 극단적인 조치를 취한다. 물론 극단적인 시위를 하는 이들도 많기 때문에 일장일단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시위를 무조건 막는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기에 극단적인 공권력 투입은 오히려 화를 더 돋우며, 극단적인 시위는 애매한 시민에게 불편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나라를 혼란스럽게 만들 수도 있다. 그래서 시위는 필요악이라고 할 수 있는데, 최근 들어 시위를 제재하는 방법이 너무나 극단적으로 치닫고 있어 7,80년대로 회귀한 듯싶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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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시위를 통해 우리의 정치 현주소를 이야기한 <시티홀> ⓒ SBS

 

정치 풍자! 제대로 보여주마!

 

이런 가운데 드라마 <시티홀>이 1인 시위를 재현해내며 정치풍자를 본격적으로 그려나가기 시작했다. 사실상 드라마에서 정치풍자극을 이끌어냈던 시절이 아주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시청이라는 공간 안에서 공무원들의 비리와 부정, 그것에 대항하는 공무원들의 이야기는 이제껏 등장하지 않아 <시티홀>은 그 점에서 용기 있는 도전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점이 아니어도 김선아와 차승원의 출연, <온에어>를 집필했던 김은숙 작가와 신우철 감독의 만남으로 <시티홀>은 주목을 받았다. 물론 시청률 면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고 있지는 못하나 수목드라마 중에서 시청률 1위를 차지하며 나름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  

 

<시티홀>은 가상의 도시 인주시에서 시청 10급 공무원으로 일하는 신미래(김선아)가 인주시의 민선시장으로 당선되는 성공 스토리를 담고 있다. 그렇다 보니 인주시청이라는 공간에서 주요 등장인물들의 관계가 얽혀 있고, 그들 모두 공무원으로서 자연스럽게 한국공직사회의 한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여기에 공직사회의 비리와 부정부패를 녹여내며 드라마의 또 다른 재미가 더해지고 있다.

 

물론 지금까지 <시티홀>이 선전하는 이유는 김선아와 차승원의 완급조절에 성공한 코믹연기 덕분이다. 각각 10급 공무원과 부시장으로 분한 김선아와 차승원은 신미래와 조국의 안성맞춤 연기를 펼쳐보이고 있다. 두 사람의 관계가 티격태격 하며 사랑을 쌓는 상황이 진행되고 있다.

 

그 가운데 김선아는 신미래의 캐릭터에 삼순이를 크로스 매치시켜 보다 현실적인 30대의 여성을 보여주면서 동시에 안정적인 코믹연기를 선보이고 있다. 반면 차승원은 자못 진지함 속에 코믹연기를 펼쳐왔던 그동안의 기를 모아 김선아와 호흡을 맞춰 극의 분위기를 적당한 수준으로 맞추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가 주목할 점은 캐릭터보다는 스토리 라인이다. 신미래가 민선시장으로 성공하는 스토리와 조국이 신미래를 만나면서 야망을 거두고 진정한 정치인으로 거듭나는 장면에 주목해야 한다.

 

기획의도에서도 이러한 점이 잘 나타나 있다.

 

"우리가 초중고 사회책에서 배운, 혹은 대학에서 더 어려운 전문 서적으로 배운 정치는 나라를 다스리는 일로서 국가의 권력을 회득하고 유지하며 행사하는 활동으로 국민들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하고 상호 간의 이해를 조정하며, 사회 질서를 바로잡는 따위의 역할을 의미한다. 하지만 2009년 현재, 정치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가. 이제 더는 꿈도 희망도 없는 것일까. 이 드라마 시티홀은 아직 버리지 못한 그 꿈과 희망에 관한 이야기이다."

 

"권모술수와 당리당략을 과감히 떨쳐버린 이 시대의 목민관이자 새로운 영웅인 어느 작은 소도시, 시티홀의 엉뚱하고 유쾌한 시장님의 좌충우돌 성공스토리를 통해 정치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냉소와 외면이 기대와 희망을 바꿔보길 꿈꾼다."

 

즉, 드라마가 지향하는 바는 우리 정치 현실을 풍자하고 그것의 거울을 비춰 무엇이 잘못된 건지를 딱 꼬집어보겠다는 이야기다. 물론 이러한 부분에서 제작진은 너무 정치풍자로 비춰지길 꺼려할지도 모른다. 허나, 드라마 상에서 보여지는 다양한 캐릭터들의 모습과 이해관계의 이면을 들쳐보면 우리 정치 현실의 주소를 보여주고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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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의 온상을 보여주기 위해 지극한 정치적인 캐릭터를 보여주고 있다. ⓒ SBS

정치 현실, 캐릭터 속에 녹여내다!

 

정치풍자를 기본으로 한 <시티홀>에서는 인주시청이라는 공간에 다양한 인간 군상을 그려내고 있다. 우선 당리당략의 온갖 권모술수로 이득권을 챙기려는 인주시청의 인주시장 고부실과 시의원 민주화. 이 두 사람의 행보는 상당히 찰떡궁합이다.

 

고부실(염동현)은 승리당 소속 현 인주시 재선시장으로 어떤 비리든 한번 마음먹으면 신속하게 저지르는 스타일로 훗날 시장에서 퇴출당한다. 사실상 고부실을 재선시키는 혁혁한 공을 세운 장본인이 민주화(추상미)이다.

 

민주화는 한국판 힐러리를 꿈꾸었지만 딱 이 정도로 만족하는 남편 이정도(김형일)를 만나면서 스스로 야심을 키우며 시의원이 되어 인주시장 고부실과 온갖 비리를 행하고 있다. 일례로 밴댕이 아가씨 대회를 개최하면서 뒤로 돈을 빼내 자신의 이속을 차리고 있다. 물론 겉으로는 시장 통을 돌며 시민들의 경제에 신경 쓰는 척 하지만 실상 구질구질한 것을 딱 싫어하는 그녀이기에 당연히 인주시민은 그저 유권자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이 두 사람 이외에도 당리당략에 따라 권모술수를 꾸미는 정치인들이 등장한다. 한 나라의 대통령을 꿈꾸는 빅브라더(최일화)는 국회의장으로서 현재 대통령을 만드는데 일조했지만 국무총리보다 은둔을 택하며 이슈를 만들어 낸 장본인. 하지만 조국을 이용해 차근차근 차기대권을 준비하고 있다.

 

빅브라더의 하수 노릇을 하는 조국도 대한민국 대통령을 꿈꾸는 야심찬 남자이다. 정치적인 인간으로서 '정치는 마음으로 해야 한다'를 경멸하며 자신의 입지를 높이기 위해 주변 인물들을 밟고 올라서는 제대로 정치적 인물이다. 그런데 인생에서 복병을 만난다. 바로 신미래.

 

신미래는 누구보다 비정치적 인물이다. 정치의 '정'자도 모르는 그녀는 그저 서른여섯 나이 먹고 겨우 10급 공무원이 되어 살아가는 노처녀이다. 물론 동네를 주름잡으며 의리파로 통하는 인물이지만 그녀의 어머니 유권자(박주하)에게는 구박덩어리이다. 그뿐이 아니다 10년 이상을 백수로 놀면서 겨우 일자리를 잡았지만 헤어진 남자친구 덕분에 2천만 원의 카드값을 연체 중인 그녀이다. 

 

그런 그녀가 돈 때문에 아주 한참 늦은 나이에 밴댕이 아가씨에 출전을 하고 어이없게 1등을 한다. 그런데 이게 웬걸? 상금 2천만 원은 온데간데없고 백만 원을 받는다. 억울함을 호소하지만 돌아오는 것은 해고를 당할 뿐이다.

 

이에 화가 난 신미래는 고부실이 퇴임하면서 공석이 된 시장에 민선시장으로 당당하게 입성한다. 하지만 정치를 모르는 비정치적 인물인 그녀는 정치 모토로 "못 사는 사람 잘 살게 해주는 것"으로 삼고 사사건건 조국과 대립하며 자신만의 뜻을 펼치는 이상적인 시장이 된다.

 

이처럼 주요 인물 캐릭터 속에서 우리 정치의 현실을 담아내면서 동시에 우리가 바라는 진정한 정치인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로써 시청자들에게 작게나마 현실 속의 정치가 이렇다 하더라도 언젠가는 신미래와 같은 비정치적 인물이 등장해 우리를 웃게 할 것이라 은유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1인 시위 신미래, 용산 참사를 보여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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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중에서의 신미래 1인 시위는 용산 참사를 떠올리게 했다. ⓒ SBS, 오마이뉴스

그리고 이제 <시티홀>에서는 그러한 정치풍자의 서막이 올랐다. 지금 신미래는 상금의 2천만 원이 없음을 알고 항의하다 고부실 시장에 의해 해고를 당한 상태이다. 그리고 이에 신미래를 1인 시위에 나서고 기자회견까지 열었다.

 

하지만 돌아오는 건 계란세계와 친구까지 덩달아 해고를 당하는 등 그 결과는 비참했다. 사실 시민들에게서 삶의 터전인 직장은 생계를 위한 최전선에 위치한 그러한 곳이다.

 

그래서 아무리 힘들어도 이를 꽉 물고 직장에서 일을 하며 버티는 것이다. 그런데 밴댕이 아가씨 사건으로 졸지에 백수가 된 신미래. 화가날 만도 하고 분노가 치밀어 오르기도 했을 터.

 

그래서 그녀의 시위는 용산 참사를 떠올리게 한다. 물론 작가와 제작진이 의도한 바는 아닐지 모르겠으나, 시민으로 살아가는 시청자에겐 용산의 참흑했던 실상이 오버랩되는 순간이었다.

 

여기에 신미래의 친구이자 시의원인 민주화. 그녀는 신미래를 향해 일갈한다.

 

"사람이 왜 그렇게 권력을 가지려 하는 줄 아느냐. 남용하기 위해서다!"

 

이 대사는 우리의 정치 현실을 가장 적재적소에 보여주는 대사이자, 권력이 없는 시민 신미래가 앞으로 어떠한 일을 당할지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사실 그러하다. 권력은 모든 것을 가능케 한다. 불가능한 일도 가능한 일로 만들어 버린다. 용산에서 일터를 잃어버린 권력 없는 이들에게 권력이 있는 자들은 공권력이라는 정당함으로 포장된 사유를 들어 그들 거리로 내몰려 했다.

 

악에 바친 시민은 그들에게 대항했다. 신미래처럼. 물론 신미래는 극중에서 1인 시위를 택했지만 그녀의 용기는 용산에서 그 사람들을 참 많이 닮았다. 그런데 여기서 드라마는 현실이 아니었다.

 

신미래는 계란세례를 받으며 신문기자들을 대상으로 기자회견을 열었지만 권력을 가진 여자 민주화가 이를 막아 물거품이 되었다. 하지만 의리파였던 그녀의 일을 친구들이 UCC로 제작해 민주화와 고부실이 위기에 처하게 되었다.

 

그렇지만 현실에서 일어나지 않은 일들이 드라마 속에서 일어나면서 우리는 짜릿한 쾌감과 통쾌함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현실에서도 언제가는 용산 참사의 진실이 규명되어 억울한 이들의 넋을 달래주리라 작은 희망을 가져보게 한다. 이것이 <시티홀>이 가진 진정한 매력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이제 신미래는 비정치적 인물로서 조국과 민주화, 고부실에 맞서 정의가 승리함을 보여줄 것이다. 조국은 그것을 은연중에 알고 있었다. 계란으로 바위를 절대 깨지 못하지만 신미래라면 할 수 있다고 이야기한 것처럼. 용산 참사의 억울한 이들과 대다수 시민들에게 현실은 아니지만 진정으로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해주길 기대해 본다.

2009.05.16 11:11 ⓒ 2009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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