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관들 성토 빗발... 김정아 판사 "침묵은 패배주의"

법원내부통신망 들끓어... 제5차 사법파동으로 이어질지 주목

등록 2009.05.12 15:58수정 2009.05.13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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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철 대법관 사태로 법원내부통신망이 들끓고 있다. 소장 법관들을 중심으로 반발하는 기류가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어제와 오늘(12일) 이틀 동안 벌써 10건의 판사 글이 올라왔다. 또  '조간만 글을 올리겠다'며 댓글을 다는 경우도 있어 신영철 대법관이 용퇴하지 않거나 대법원장이 특단의 대책을 강구하지 않을 경우 제5차 사법파동으로 이어질 기세다.

12일 법원내부통신망에 10번째 글을 올린 인천지법 김정아 판사(사법연수원 31기)는 '침묵을 깨는 이유'라는 제목의 글에서 "처음 이 문제를 언론에서 접하고 도저히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 발생했다 싶어 극도로 흥분했다"며 말문을 열었다.

이어 "지금까지 사법부는 뭔가 다른 면모를 보여줄 것이라 생각하며, 마련돼 있는 법률적 절차들에 대한 정당성과 그 절차에서 도출될 합리적 결과에 대한 일말의 기대를 품었으나, 공직자윤리위원회 심의결과를 지켜보면서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고 실망감을 표시했다.

그는 "재판의 독립이 정말로 수호해야 할 헌법적 가치라면 좀 더 소중하게 다루어져야 한다"며 "윤리위의 판단과 같이 상대 법관들의 이의제기가 곧바로 없었다든지, 재판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쳤는지 등의 침해발생 결과 여부로 판단할 것이 아니라, 재판의 독립을 침해할 만한 위험성이 있었다면 그 자체로 중대한 사안으로 받아들이고 사법부 구성원들이 공감하고 납득할 만한 조치가 취해져야 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일련의 사태의 흐름을 보면, 귀납적 방법론에 따라 사실관계 확정 후 다다른 결론이라기보다는, 이미 내려진 결론을 합리화하기 위해 판사회의 등 여러 가지 절차를 거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강하게 든다"고 사법부 수뇌부를 겨냥했다. 

또 "사법정의와는 무관한 폭행사건의 피고인조차 마치 사법부조리의 피해자인 양 재판부에 강한 불신을 토로하며 자신의 정당성을 내세우기도 하는 등 재판현실은 갈수록 척박해지고 있다"며 "이토록 적나라하게 사법부를 불신하는 것은 보다 본질적이고 핵심적인 부분에서 국민들의 신뢰를 상실해 가고 있기 때문에 정작 사법부의 권위를 내세워야 할 부분에서조차 당당하지 못한 채 스스로 움츠러들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김 판사는 "소신껏 재판함에 있어 극도의 어려움을 느꼈을 판사는 이제 더 이상 법대에 앉을 수 없게 됐는데, 그러한 상황을 초래한 분은 자리를 보전하고 계시고, 그러한 상황은 이제 정당성마저 부여받았다"며 "이렇게까지 해 지켜지고 있는 가치가 무엇인지 궁금하다"고 물었다.


지난해 촛불사건에서 피고인의 보석을 허가하고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한 후 보수언론으로부터 집중 포화를 맞고 법복을 벗은 박재영 판사를 염두에 두고 한 말이다. 

김 판사는 "제게 있어 지금 침묵이 갖는 의미라면, 사법부의 미래에 대한 무관심, 도저히 어찌할 수 없다는 패배주의, 더 이상 기대하지 말자는 절망감의 표현과 다름없는 것일 터임에도, 침묵함으로서 마치 그러한 정당성 부여에 동조하는 듯 해석되어지는 현실이 안타까워 이를 경계하고 희망을 만들어 가기 위해 침묵을 깨고 의사표명을 한다"고 밝혔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김정아 #신영철 #이용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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