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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탠리 큐브릭, 천재적인 감각 꽃 피우다

[추억과 함께한 영화인물 ⑥] 스탠리 큐브릭 감독 (2부)

09.02.06 11:26최종업데이트09.02.06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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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에서 스탠리 큐브릭 감독 초창기 수작과 걸작에 대해 이야기 해보았다. 그는 어느 누구보다 제작사의 간섭을 받기 싫어한 감독이었다. 특히 초창기 그가 원했던 연출 방향과 완전히 다른 형태로 연출된 작품들 때문에 큰 상처를 받았다. 예나 지금이나 제작사와 감독 사이에 있는 작품에 대한 시각 차이는 좁힐 수 없는 난관이었다.

스탠리 큐브릭 감독은 제작사에 순종하기보다 자신이 원하는 작품을 연출할 수 있는 길을 선택한다. 그는 천재성을 유감없이 발휘한 <로리타>(1962년) 이후 계속 걸작들을 연출해 세계 영화사에 큰 족적을 남겼다. 2부에서 소개하는 작품들 역시 다른 언급이 필요 없을 정도로 영화사에 큰 영향을 미친 작품들이다. 과연 어떤 작품들이 있었는지 지금부터 살펴보자.

SF 영화의 영원한 걸작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한 장면 ⓒ MGM


이 작품은 SF영화의 걸작으로 40년이 지난 지금도 그 상상력을 인정받기에 충분한 작품이다. 1968년 연출된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는 우주와 인간을 대상으로 한 최고의 철학적인 영화이자 서사적인 영화로 이후 수많은 우주 SF영화에 영향을 미쳤다. 비단 실사영화뿐만 아니라 70년대 저팬애니메이션에도 큰 영향을 주었다. 세계 영화사에 가장 훌륭한 영화 10편을 거론하면 꼭 한편으로 거론되는 걸작 중 걸작이다.

이 작품은 영국 유명 미래 학자이자 소설가인 C. 클라크 원작을 토대로 만들어졌다. C. 클라크의 원작소설에 스탠리 큐브릭 감독 상상력이 더해져 당시 볼 수 없었던 SF영화로 관객들을 찾아왔다. 특히 이 작품이 상영된 60년대 말 당시, 다른 SF영화와 차원을 달리하는 우주 장면은 압권 중 압권이었다. 혹자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를 기점으로 우주 SF영화는 그 시대를 달리한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이 작품은 이후 여러 감독에게 영향을 미쳤다. 특히 제임스 카메론 감독과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열렬 추종자로 유명하다. 두 감독은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가 자신들에게 미친 영향이 엄청나며 이 작품 때문에 자신들이 만든 SF영화가 있을 수 있었다며 공개 인터뷰 석상에서 자주 거론했을 정도다. 이 영화에 등장한 목성 탐사선 “디스커버리”호는 실제 나사(미항공우주국)에 의해 우주왕복선 이름으로 사용되었다.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가 당시 다른 우주 SF영화와 차원이 다른 장면을 뽑아 낼 수 있었던 것은 대규모 미니어처를 적절하게 사용했기 때문이다. 이 작품에서 보여준 대규모 미니어처 사용은 이후 수많은 영화에 새로운 영감과 방향을 제시해주었다. 항상 새로운 영화기술에 대한 탐구욕이 강했던 스탠리 큐브릭 감독은 이 작품을 통해 또 다른 신기원을 이룩해낸 것이다. 그가 없었다면 우주 SF영화는 그 발전 속도가 엄청 느려졌을 것이다.

이 작품이 다른 영화에 미친 영향은 다큐멘터리로 나왔을 정도니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 없을 것 같다. 끝으로 SF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영화 O.S.T로 나오는 클래식은 이 영화의 웅장함을 더욱더 잘 살려주고 있다.

시대를 뒤흔든 문제작 <시계태엽 오렌지>

<시계태엽 오렌지>의 한 장면 ⓒ 워너 브라더스


이 작품은 한마디로 정의하면 반사회적 영화다. 스탠리 큐브릭 감독 최고 걸작 중 한편으로 뽑히는 <시계태엽 오렌지>는 1971년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현재 이 작품을 다시 봐도 전혀 1971년 영화임을 느낄 수 없을 정도로 완성도 높은 작품이다.

이 작품은 영국에서 가장 유명한 작가 중 한 명인 안소니 버젯스 원작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작가가 소설을 통해 이야기하고 싶어 했던 내용을 완벽하게 영상으로 표현해 낸 문예영화의 대표적인 작품이다. 스탠리 큐브릭 감독은 이 작품을 통해 반사회적인 성향을 보이는 현대인들의 특성과 이를 통제하려는 정부의 움직임 등을 여과 없이 표현해 강렬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위에서 언급했지만 이 작품은 어떤 면에서 반사회적 영화지만, 다른 면에서 접근하면 현대사회가 가지고 있는 모든 문제점을 다 보여주는 작품이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보게 되는 현대인들의 폭력성과 반사회성은 숨기고 싶지만 숨길 수 없는 우리의 모습이다. 그래서 이 작품에서 폭력과 강간을 일삼는 주인공을 보면서 우리 스스로 마음이 불편해짐을 느낄 수 있다.

<시계태엽 오렌지>는 리얼한 강간 장면 때문에 스탠리 큐브릭 감독 스스로 영국에서 상영금지 조치를 요청했다. 이 작품은 그가 죽은 후 개봉되는 절차를 밝았다. 그 스스로 이 작품을 영국에서 상영금지 시킨 이유는 가족들의 살해 위협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고 한다. 당시 이 작품이 만들어졌을 때 얼마나 영국사회에서 큰 문제가 되었는지 여실히 보여주는 부분이다.

<시계태엽 오렌지>는 이런 화제성뿐만 아니라 영화기술발전에 또 다른 쾌거를 이룩한 작품이다. 극장상영작 중 처음으로 돌비 잡음 제거 기술을 사용한 작품이기 때문이다. 스탠리 큐브릭 감독이 영화를 연출하면서 얼마나 영화 기술 면에 신경을 썼는지 여실히 알 수 있게 해준다.

3시간에 달하는 역사 시대극 <배리 린든>

<배리 린든>은 스탠리 큐브릭 감독 작품 중 가장 흥행에 실패한 영화다. 이 작품이 흥행에 실패한 가장 큰 이유는 무려 3시간이 넘는 상영시간 때문이다. 흥행에 실패했지만 1976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촬영상, 음향상, 미술상, 의상상 등을 수상했다.

<배리 린든>은 그 무엇보다 당시 영국 시대상을 나타내기 위해 미술 부분에 신경을 많이 쓴 작품이다. 영화에서 보여주는 여러 가지 의상과 세트 배경은 스탠리 큐브릭 감독이 아니었으면 불가능했을 것이란 평가를 얻고 있다.

<배리 린든> 역시 엄 메이크피스 타커리 원작 소설을 영화로 만든 문예작품이다. 특히 이 작품은 나사(미항공우주국)에서 우주 탐사용으로 개발한 렌즈를 개조하여 사용했으며 다른 인공조명 하나 없이 자연광과 촛불만으로 영화 조명을 대신한 혁신적인 작품이었다.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기술적인 재능을 다시 한 번 느껴 볼 수 있는 작품이다.

공포/호러 영화의 걸작 <샤이닝>


<샤이닝>의 한 장면 ⓒ 워너 브라더스


스탠리 큐브릭 감독이 연출한 <샤이닝>은 1980년 개봉했다. 우선 이 영화에서는 포스터 전면을 가득 채우고 있는 잭 니콜슨이 기억에 남는다. 포스터가 암시하듯 <샤이닝>을 본 관객들이라면 분명 잭 니콜슨 연기가 가장 먼저 떠오를 것 같다. 그가 보여준 연기는 지금 다시 생각해도 최고라고 할 수 있다. 연기파 배우란 닉네임을 얻고 있는 그의 연기가 얼마나 뛰어난지 이 영화 한편으로 가늠해볼 수 있다.

이 작품을 90년대 이후 관람한 영화팬들이라면 최근 나온 공포영화와 비교했을 때, 영화에서 제공해주는 오싹한 공포감이 약하단 평가를 할 가능성이 있다. <샤이닝>이 관객들에게 제공하는 가장 큰 공포는 오로지 한가지뿐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잭 니콜슨이 광기에 휘말려 가는 철저한 연기다. 특히 90년대 이후 나온 심령공포영화를 많이 본 관객들은 심리적 공황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이 영화의 공포요소를 담담하게 받아들일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세계영화 역사에 <샤이닝>은 공포/호러 영화 최고 걸작으로 남아 있다. 우선 위에서 언급한 잭 니콜슨의 연기는 두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물론 그의 연기도 뛰어났지만 이 작품은 잭 니콜슨의 연기보다 다양한 연출기법과 영화테크닉 때문에 진정한 걸작으로 남게 되었다. 단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샤이닝>은 이후 나온 모든 공포/호러 영화뿐만 아니라 다양한 영화에 영향을 미쳤다.

이 작품은 세계에서 처음으로 핸드 카메라가 사용되었다. 지금은 너무 흔하게 사용하고 있는 핸드헬드 기법이라 불리는 촬영법이 세상에 처음 선을 보인 것이다. 이 기법은 이후 거의 모든 영화에서 사용될 정도로 1980년대 최고의 영화기술발전이라 불린다. 영화에서 보여주는 현실감을 극대화 시켜놓은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영화에서 편집기술이 얼마나 중요한지 각인시켜준 작품이다. <샤이닝>은 편집기술의 교과서로 불리는 작품이다. 콘티에 의해 정교하게 촬영된 장면들을 마치 한 대의 카메라로 찍은 듯 착각이 들 정도로 정교하게 이어붙인 편집 작업은 최고라는 찬사를 받기에 전혀 지나침이 없다.

특히 음악과 정교하게 맞물려 놓은 편집기술은 새로운 편집역사를 열었다. 마지막 장면에 나오는 미로 같은 공간에서 벌어지는 추격적은 이 영화 최고의 백미다. 뛰어난 배우의 연기와 영화테크닉에 새로운 시대를 열어준 작품이기에 스탠리 큐브릭 감독 작품 중 필수 관람해야만 할 영화 중 한편이다.

전쟁영화의 진정한 걸작 <풀 메탈 자켓>

<풀 메탈 자켓>의 한 장면 ⓒ 워너브라더스


구스타브 하스포드 소설 <짧은 생명들>은 베트남전을 다룬 소설 중 위대한 작품 중 한편으로 인정받고 있다. 스탠리 큐브릭 감독은 이 소설을 바탕으로 하여 전쟁영화 중 최고의 걸작으로 추앙받는 <풀 메탈 자켓>을 만들어낸다. 이 작품은 군대란 조직이 전쟁의 미명하에 어떻게 개인들을 바꾸는지 그 과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결국 전쟁이란 것은 한 인간에게 있어 가장 큰 비극이란 것을 군대조직을 통해 개인들이 변모해가는 과정을 추적하는 형식으로 보여준다.

<풀 메탈 자켓>은 흥행 면에서 성공하지 못했다. 총 6500만불 제작비가 들어간 이 작품은 4600만불 수입을 거둔다. 흥행 면에서 실패했을지 모르지만 이 작품은 전쟁이란 것이 어떻게 인간을 다시는 헤어 나올 수 없는 비극적인 구렁텅이로 밀어 넣는지 생생하게 보여준다.

전쟁에 참여하기 위해 훈련소에서 감정 없는 살인도구로 만들어지는 젊은이들의 모습은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차가운 시선과 함께 어울려져 섬뜩함을 준다. 특히 훈련과정 중 자신의 감정을 제어하지 못하는 훈련병이 나오면서 이 영화가 전해주려는 것이 무엇인지 명확히 보여준다.

이 작품은 훈련소를 마치고 베트남전에 참전한 젊은이들이 어떻게 덧없이 죽어 가는지 차가운 시선으로 계속 들여다본다. 베트남전에 참전한 영화 속 젊은이들은 악랄한 베트콩에 맞서 자신들이 싸운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풀 메탈 자켓>에서 가장 충격적인 장면인 도시 전투 장면은 결국 전쟁이 어떻게 쌍방 모두를 피해자로 만들어가고 있는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미군이 폐허가 된 베트남 도시에서 작전을 벌이던 중 소대 병력이 베트콩 저격수에 의해 한명 한명 죽어간다. 베트콩 저격수는 미군 다리를 맞추어 전투 불능으로 만든 후 다른 미군들이 부상당한 미군을 구하러 갈 때마다 한 명씩 쏘아 죽이는 악랄한 방식을 취한다.

이쯤 되면 관객들은 분명 저런 악랄한 수법을 쓰는 베트콩에 저주를 퍼부을 수 있을 것이다. 저격수 처리를 위해 미군이 건물내부로 들어가 알게 되는 사실은 자신들을 공격한 저격수가 10대의 평범한 베트남 소녀란 것이다.

전쟁은 어떠한 경우에도 인간이 가지고 있는 이성을 뭉개버린다. <풀 메탈 자켓>에서 보여주는 초반부 훈련소 장면과 도시 전투장면은 이 영화가 관객들에게 전달하려는 메시지의 가장 상징적인 장면이라 할 수 있다.

전쟁이 어떤 의미인지 스탠리 큐브릭 감독은 그 특유의 시니컬한 감성으로 다시 한 번 생각할 수 있게 해준다. 특히 <풀 메탈 자켓>은 베트남전을 다루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밀림 장면이 단 한 장면도 나오지 않는 작품이다. 그 이유는 이 작품 대부분을 영국에서 촬영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그의 유작이 된 1999년 <아이즈 와이드 셧>은 톰 크루즈와 니콜 키드먼이 함께 출연해 화제가 되었다. 하지만 이 작품을 연출하던 도중 스탠리 큐브릭 감독이 사망, 나머지 부분을 톰 크루즈가 직접 연출하여 촬영하게 된다. 어떤 의미에서 진정한 스탠리 큐브릭 감독 작품이라고 이야기할 수 없을 것 같다. 그래서 이 작품에 대한 소개는 여기서 하지 않겠다.

스탠리 큐브릭 감독은 세계영화 역사상 위대한 감독 중 한명으로 추앙받고 있는 인물이다. 그가 시도했던 새로운 연출기법과 영화기술은 이후 많은 영화감독들에게 큰 영향을 미쳤고 영감을 주었다. 그가 없었다면 영화 역사는 지금과 다른 방향으로 발전했을 수 있을 것이다. 항상 선구자 역할을 마다하지 않고 제작사가 노리는 흥행보다 자신이 만들고자 한 작품성 있는 영화연출에 심혈을 기울였던 스탠리 큐브릭 감독.

그는 영화에 대한 열정을 자신이 만들어낸 작품이 완벽한 영화가 될 수 있도록 하는데 모두 쏟아 부었다. 이런 그의 열정이 있었기에 그가 연출한 작품은 완벽주의에 가까운 새로운 영화모델을 제시해주는 진정한 걸작으로 추앙받을 수 있었다. 1999년 그는 우리 곁을 떠났지만 그의 영화는 영원한 걸작으로 영화팬들 곁에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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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상민의 '추억과 함께한 영화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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