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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탠리 큐브릭, 천재적인 감각이 빛나는 감독

[추억과 함께한 영화인물 ⑤] 스탠리 큐브릭 감독 <1부>

09.01.30 09:37최종업데이트09.01.30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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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즈 와이드 샷> 영화 제작에 앞서 대화하고 있는 톰 크루즈, 니콜 키드먼, 스탠리 큐브릭 감독 ⓒ 워너 브라더스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감독 한명을 뽑으라 한다면? 이 질문을 던지자 마자 다양한 감독 이름이 거론되고 있을 것 같다. 대충 추슬러 보아도 근대영화사에 새 길을 열었던 <시민케인> 오슨 웰즈, 스릴러 영화의 거장 알프레드 히치콕, 코미디영화 최고 배우이자 감독이었던 찰리 채플린, 일본의 거장 구로자와 아키라, 한국영화를 세계에 알렸던 임권택, 러시아의 천재감독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 등 수 많은 감독 이름이 거론 될 것 이다.

위에 거론되었던 감독들 모두 세계적인 거장이자 뛰어난 감독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나는 ‘스탠리 큐브릭’감독을 선택할 것 같다. 영화에 대한 열정과 에너지가 누구보다 뛰어났던 감독이자, 완벽주의 감독으로 이름 높았던 스탠리 큐브릭 감독은 현대 영화사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작가주의 감독 중 한명이다.

특히 스탠리 큐브릭 감독은 다양한 장르에서 걸작을 만들어내었다. 그는 거의 모든 영화장르에 걸작영화 한편씩을 연출했다. 그의 영화는 전쟁, 스릴러, 호러/공포, 드라마, 로맨스 등 다양한 장르 안에서 여러 가지 변주를 보였다. 그가 만들어내었던 영화들 대부분은 여러 젊은 감독들에게 영향을 미쳤고 영화기술발전에도 큰 기여를 했다.

대부분의 명감독이 자신의 주 장르 안에서 걸작을 만들어내는 것을 감안하면 그의 영화에 대한 탐구욕은 남달랐다 할 수 있다. 이런 그의 완벽주의 정신과 영화에 대한 열정은 그가 연출했던 영화들 모두 남다른 감성과 영화기술적인 테크닉을 가지고 있을 수밖에 없게 만든 에너지였다. 스탠리 큐브릭 감독이 현대영화발전에 끼친 공헌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것이다.

세계영화사에 위대한 감독 중 한명으로 칭송되는 스탠리 큐브릭에 대한 탐구는 그의 영화를 중심으로 이루어져야할 것이다. 다만 워낙 많은 작품들이 걸작으로 칭송되는 감독인 만큼 단 한편의 기사로 그에 대한 이야기를 다 담을 수 없을 것 같다. 그래서 이번 기사는 1부와 2부로 나누어 진행해야 될 것 같다. 1부와 2부로 나누어 스탠리 큐브릭 감독 영화에 대해 왜 이 작품이 영화사에 걸작으로 남게 되었는지 되짚어 보는 것은 그에 대한 좋은 추억여행이 될 것 이다.

스탠리 큐브릭 감독, <영광의 길>을 통해 주목받다

▲ 영광의 길 영화스틸컷 ⓒ United Artists


스탠리 큐브릭 감독 첫 장편 데뷔작은 1953년 <공포와 욕망>이다. 그는 이후 <킬러스 키스>(1955년), <킬링>(1956년)까지 스릴러 영화를 연출하면서 영화평론가들의 주목을 받는다. 하지만 이 작품들은 꽤 괜찮은 작품이긴 하지만 걸작이나 수작의 반열에 넣기에는 부족함이 있는 것 역시 사실이다. 그가 앞으로 어떤 감독으로 성장할 것인지 그 가능성을 엿볼 수 있게 해준 작품들이다.

그가 처음으로 대중적인 관심을 받았던 작품은 1957년 <영광의 길>을 통해서였다. 이 작품은 마이클 더글라스의 아버지로 유명한 커크 더글라스가 주연을 맡았으며, 험프리 콥의 소설 <영광의 오솔길>을 오리지널로 해서 만든 작품이다.

<영광의 길>은 스탠리 큐브릭 감독 작품 중 처음으로 아카데미에 노미네이트 된 작품이다. 당시 상당한 반향을 불러일으키며 그가 앞으로 어떤 길을 걸어갈 것인지 명확하게 보여준 작품이기도 하다. 영화의 오리지널이 되는 소설은 실제 1차 대전 경험을 바탕으로 창작된 실화소설이다. 1차 대전의 끔찍한 경험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이 소설을 바탕으로 하여 스탠리 큐브릭 감독은 당시 그 어떤 전쟁영화보다 뛰어난 반전영화를 만들어낸다.

이 작품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전쟁의 문제점과 발단을 대외적인 부분에서 찾는 것이 아니라 전쟁에 참여한 사람들에게서 찾는 부분이다. 결국 전쟁은 실제 인간들 내부의 문제에서 발생하고 있음을 통렬하게 보여준다. 스탠리 큐브릭 감독은 이 작품 촬영 당시 전쟁을 미화시키지 않기 위해 최대한 객관적인 카메라 시선을 유지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영광의 길>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다채롭다. 죄 없는 병사를 단지 전쟁에서 승리하기위해 사형시켜버리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프랑스 장성과 국가의 명령으로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전쟁에 참여한 일개병사들까지, 이 작품은 당시 프랑스 군대조직에 대해 통렬한 비판이 담겨있다. 스탠리 큐브릭 감독은 <영광의 길>을 통해 전쟁은 어떠한 경우에도 정당화 될 수 없으며, 전쟁자체가 비인간적인 것으로 전쟁에 참여한 병사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긴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작품은 당시 프랑스 군을 비하시켰다는 이유로 프랑스에서 1970년대까지 상영금지 영화로 묶였다.

1200만불 제작비가 투입된 블록버스터 영화 <스파타커스>

▲ 스파타커스 영화스틸컷 ⓒ 유니버셜 스튜디오


1960년 제작된 <스파타커스>는 스탠리 큐브릭 감독 영화 중 논란이 많았던 상업적인 작품이다. 전작 <영광의 길>과 비교해서 너무나 상업적인 방향으로 연출된 이 작품은 당시 영화평론가들의 비난을 받기도 했다.

이 작품은 <영광의 길>에서 함께 호흡을 맞춘 커크 더글라스와 다시 조우하여 만든 작품이다. 스탠리 큐브릭 감독은 로마제국 시대 노예 반란 사건을 스펙터클한 영화로 만들어내었다. 당시 어떤 평론가는 이 작품을 윌리엄 와일러 감독의 <벤허>(1959년) 성공에 자극 받아 만든 상업용 영화란 비판까지 했다. 엄밀히 이야기하면 스탠리 큐브릭 감독 역시 이 작품이 썩 마음에 들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 스스로 고백한 적이 있지만 이 작품은 촬영을 끝낸 후 편집할 당시 엉망으로 편집을 했다고 술회하였다.

스탠리 큐브릭 감독 스스로 이 작품을 좋아하지 않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스파타커스>는 그에게 최초의 상업적 흥행을 맛보게 해준 작품이다. 그는 이 작품을 연출하면서 제작사인 유니버설 스튜디오와 계속해서 마찰을 빚었다. 스탠리 큐브릭 감독에게 여러 가지 사항을 강요하는 할리우드 제작 시스템에 대한 문제점을 처음으로 인지하게 해준 작품이기도 하다. 그는 이 작품 이후 철저하게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연출할 수 있는 영화만을 고집한다.

역설적으로 <스파타커스>는 이후에 나온 모든 스탠리 큐브릭 감독 걸작 영화에 대한 방향과 기초를 제공해준 작품이다. 이 작품 이후 짧게는 2~3년, 길게는 4년 이상의 시간을 갖고 자신이 원하는 영화를 만드는 작가주의 감독으로 완벽하게 변신하게 된다.

<스파타커스>는 1960년 당시 혹평을 받았지만 시간이 한참 지난 후, 그 당시 다른 작품들과 비교했을 때 충분히 수작이라는 평가를 받게 된다. 그가 연출했던 영화에 대한 많은 사람들의 애정 때문에 새롭게 그 가치를 인정받은 작품이다. 여담으로 이 작품은 당시 제작비가 1200만불이었다. 이 정도 제작비는 요즘 화폐가치로 비교하면 1억만불에 가까운 제작비가 투자된 영화라고 보면 된다.

스탠리 큐브릭 감독 최초의 걸작 <로리타>

▲ 로리타 영화스틸컷 ⓒ 로리타


<영광의 길>과 <스파타커스> 또한 수작 영화였지만 걸작이라고 부르기에 뭔가 부족함이 있는 것 역시 사실이었다. 이 두 작품이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재능을 대중들에게 알려준 작품이라면, 그가 진정 작가주의 감독으로 진화한 최초의 작품은 1962년 <로리타>라고 할 수 있다. 이 작품은 이후 나오는 스탠리 큐브릭 감독 작품에 시금석이 되는 영화다.

스탠리 큐브릭 감독은 완벽주의 감독이라 불릴 만큼 영화내외적인 부분을 함께 중요시 여겼다. 그는 무엇보다 배우들이 표현하는 캐릭터의 심리적인 면에 초점을 맞추는 경우가 많았다. 영화 <로리타>는 그가 가장 중요시 여겼던 캐릭터의 섬세한 연기와 심리적 묘사가 뛰어난 작품이다. 영화에서 보여주는 배우들의 연기는 많은 사람들에게 충분히 공감을 불러일으킬 만큼 특출 났다. 영화 <로리타>는 감독의 천재적인 재능, 배우들의 연기, 좋은 영화음악, 당시 시대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화제성까지, 어디 하나 빼놓을 수 없는 걸작이다.

이전 그가 연출했던 작품들이 주로 스릴러나 스펙터클한 전쟁영화였다면 이 작품은 드라마/멜로 영화에도 그가 뛰어난 감각을 가지고 있는 감독임을 증명한 작품이기도 하다.

<로리타>는 개봉 당시 상당한 비난에 직면해야했다. 1955년 블라디미르 나보코브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당시 상상도 할 수 없는 금기를 담고 있는 작품이었다. 이런 작품을 스탠리 큐브릭 감독이 영화로 연출하겠다고 선언했으니 당시 얼마나 큰 비난을 들었을지 상상할 수 있다. 영화 제목부터 심상치 않은 것이 사실이다.

이 작품은 대학교수가 한 소녀를 사랑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사랑에 빠져버린 대학교수를 중심으로 사람이 가지고 있는 인간애가 무엇인지 집중적으로 조명하고 있는 작품이다. 영화 소재 자체가 당시 너무 선정적이었기 때문에 감독의 뛰어난 재능이 없었다면 이 작품은 3류 영화로 취급받을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스탠리 큐브릭 감독은 이 작품을 통해 선정적인 내용보다 사람이 가지고 있는 가장 인간애적인 모습을 부각시켜 뛰어난 작품으로 만들어낸다. 특히 소녀를 사랑하는 대학교수역을 맡은 제임스 메이슨의 연기는 이 영화에서 백미라고 할 수 있다. 그는 더럽고 추잡한 어린 소녀에 대한 집착과 욕망이 아닌 한 인간으로서 다른 이성을 사랑하는 노신사의 모습을 탁월하게 표현해내었다. 그의 연기가 없었다면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재능도 십분 발휘될 수 없었을 정도이다.

이 작품은 당시 가톨릭의 엄청난 반발에 직면하게 된다. 영화는 6개월 동안 개봉되지 못하고 실제 몇몇 장면을 가위질 하고 나서야 극장에 개봉될 수 있었다. 일반관객들이 보기에 쉽지 않은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당시 큰 이슈거리를 만든 영화답게 흥행 역시 대 성공을 거둔다.

코미디 영화의 걸작 <닥터 스트레인지러브>

▲ 닥터 스트레인지러브 영화스틸컷 ⓒ 콜롬비아


1부의 대미를 장식하는 마지막 소개 작품은 1964년 <닥터 스트레인지러브>다. 이 작품은 세계 영화사를 대표하는 최고 코미디 영화로 자리를 굳건히 하고 있다. 그는 <로리타>를 통해 멜로영화에서 자신의 재능을 과시했다면, 이 작품을 통해 코미디 영화에서도 최고의 감독임을 증명한다.

<닥터 스트레인지러브>는 작품성뿐만 아니라 영화 테크닉적인 면에서도 오랫동안 기억될 걸작이다. 1964년은 이미 컬러영화시대가 시작된 지 한참 되었지만 그는 자신이 전하고자 하는 주제를 명확하게 전달하기 위해 일부러 흑백영화로 이 작품을 완성시킨다.

그뿐만이 아니다. 이 작품은 핵전쟁을 다루는 블랙코미디 영화다. 스탠리 큐브릭 감독은 핵전쟁이 얼마나 끔찍한지 관객들에게 확실히 보여주기 위해 뛰어난 세트장 촬영을 이루어내었다. 당시만 해도 최고라고 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영화세트장이었다. 엄밀히 평가하면 이 작품은 세트장 촬영에 새로운 신기원을 이룩해낸 영화다. 그리고 SF영화에서 자주 쓰이는 카메라 촬영법, 다큐멘터리 영화처럼 느껴지는 영화 기법, 관객들에게 심할 정도의 위압감을 유발시키는 로우앵글의 극단적 사용 등 무수히 많은 새로운 기법을 적용시켜 이후 나오는 영화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

단지 <닥터 스트레인지러브>가 영화 테크닉면만 뛰어났다면 이 정도의 걸작으로 추앙받지 못했을 것이다. 스탠리 큐브릭 감독은 미국사회가 가지고 있는 막연한 공산주의에 대한 이상 열기가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시니컬하게 비웃고 있다. 이 영화에서 세계를 핵전쟁으로 이끄는 사람은 당시 미국과 반대에 위치해 있는 냉전주의 대표 격인 소련이 아니라 엄청난 망상에 사로잡혀 있는 미 공군의 잭 리퍼 장군(스터링 하이든)이다. 결국 핵전쟁의 위협은 단순히 이데올로기 체제의 반대편에 있는 소련이 아니라 자신들 스스로 이데올로기 체제 우위에 있다고 믿고 있는 미국에 의해 발발하게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이 작품은 보여주고 있다. 

왜 스탠리 큐브릭 감독이 천재인지 <닥터 스트레인지러브>는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 작품은 그의 유연한 상상력, 영화테크닉에 대한 깊은 조회, 완벽한 연출력, 천재성이 번득이는 각본까지 모든 것이 영화가 완벽한 걸작이 될 수밖에 없게 한다. 결국 <닥터 스트레인지러브>는 영화비평가들이 뽑은 전무후무한 블랙코미디 영화의 걸작으로 남게 된다.

이상 1부를 통해 초기 스탠리 큐브릭 감독 작품을 이야기해 보았다. 그는 어느 누구보다 뛰어난 영화 연출과 천재적인 감각이 있는 감독임을 초기 작품에 대한 소개만으로도 알 수 있을 것 같다. 2부에서도 다양한 장르에서 천재성을 꽃피운 스탠리 큐브릭 감독 작품들을 만나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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