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윤이가 빨리 일어났으면 좋겠습니다

[편지] 안기호 전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투쟁위원회 위원장께

등록 2008.11.28 15:01수정 2008.11.28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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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귀병을 앓고 있는 안기호 전 현대차 비정규직 노조위원장의 딸을 돕자는 전단지 ⓒ 전국비정규직노조연합


안기호 전 위원장님 벌써 5년 전 일입니다. 정규직 노조에서 임단투 출정식을 할 때였지요. 5공장에서 일하던 한 비정규직 노동자가 출정식이 마무리 되던 시점에 큰소리로 외쳤지요.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자는 가지 마시고 깃발 아래 모여 주세요."

붉은색 깃발로 기억됩니다.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투쟁위원회'라고 적혀 있었지요. 현대차라는 대기업 사내 하청에 취직한 지 3년이 되었지만 여전한 인간차별에 뭔가 목말라 하던 나는 나도 모르게 그 깃발을 따라 갔었습니다. 100여명 남짓이었던가요? 아마 그랬던 것 같습니다. 우리도 당차게 노동조합 만들어 인간차별 없는 회사에 다니고 싶었습니다.

밖에 마련된 어느 사무실로 이동하여 우린 그 자리에서 현대자동차비정규직투쟁위원회(비투위)를 즉석에서 꾸렸고 의장으로 안기호님이 선출되었지요. 그때부터 우린 노조건설을 위한 활동에 들어 갔지요. 전단지 만들어 배포하기도 하고 아침마다 인간차별 항의 집회도 하고 그렇게 치열하게 활동을 했었습니다.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조합이 공식 건설되고 맞물려 노동부의 불법파견 판정에 의거 불법파견 정규직화 투쟁도 함께 해나갔었습니다. 수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불법파견이므로 당연히 정규직화 되어야 한다고 여기고 동참했으며 안기호 전 위원장님도 원하청 사측의 집요한 폭력 탄압에도 불구하고 정말 있는 힘을 다해 투쟁을 했지요.

구사대의 폭력에 여러차례 시달리기도 했고 원하청 사측의 노동탄압에 맞서 50여날이나 단식을 한 적도 있었습니다. 또 수배 등으로 집에도 못 들어간 채 공장 안에서 숙식을 해결하면서 보다 나은 비정규직 노동자의 희망을 만들고자 노력했었습니다.


하지만 원하청의 보이지 않는 노동탄압과 내분, 정규직 노조의 외면 등이 연결되어 불법파견 정규직화 투쟁은 더이상 이어 갈수가 없었지요.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사측의 탄압은 시작되었고 수백여명이 강제 해고 당했고 법원은 2억원이 넘는 돈을 내라고 판결한 뒤 그것도 모자라 접근금지 가처분까지 내렸지요. 그때 비정규직 노조는 그야말로 진퇴양난의 기로에 서게 되었었지요. 

예전에 나눴던 대화는 아직도 가슴을 찡하게 합니다

곁에서 같이 좋은날 있기를 기대하며 활동하며 지켜본 안기호 전 위원장님. 당신의 그 넓은 아량과 마음 씀씀이가 어떨 때는 가슴 저리도록 아름답기까지 했답니다. 가끔 사내 목욕탕에서 만나 한 대화는 아직도 가슴 찡하게 남아 있습니다.

초대 위원장에 선출된 뒤에도 인간다운 생활을 만들어 보자며 열심히 했건만 님은 구속되고 말았고 비정규직 노조의 양상은 달라졌지요. 나도 한때나마 님 곁에서 열심히 투쟁했으나 처자식과 먹고 살길 때문에 조용히 노조활동을 접었습니다.

그러다 올해 초 지인을 통해 딸의 질병 소식을 전해 들었습니다. 도움을 드리고 싶었으나 여의치 못했습니다. 그 소식을 듣고 전화를 한번 한 적이 있지요. 그 희귀병엔 수술이 유일한 길이라 했고 다행히도 전국 노동형제들의 십시일반 한푼두푼 모아 수술비용을 마련 되었노라고 전해들었습니다. 하지만 매일 들어가는 병원비는 자체 마련해야 하므로 돈을 벌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형편상 도와 주지도 못하고 해서 마음이 아팠습니다.
미안하고 또 미안한 마음만 듭니다. 마음 뿐이니 말입니다.

그 땐 병원 치료 등으로 몸 상태가 좋지 않아 건강이 회복된 후 수술에 들어 가기로 했다고 들었는데 드디어 수술에 들어가게 되었네요. 7살 어린딸, 한창 어리광 부릴 때인데 병원에서 고통을 감수해야 하는걸 생각하면 같은 부모된 입장에서 너무나 가슴 저립니다. 수술이 잘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다시 건강을 되찾아 행복한 가정 되시기를 마음으로나마 기도 하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 지난 2005년 2월 13일날 임기현 기자님이 오마이뉴스에 올린 기사를 찾아 보았습니다."현대차 비정규 노조 안기호 위원장 체포돼" 라는 제목으로 기사가 올라 있었습니다. 치열했던 불법파견 정규직화 투쟁의 추억이 되살아 납니다.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0237107
위 주소로 가보시면 그때 그 일이 생생히 기록되어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지난 2005년 2월 13일날 임기현 기자님이 오마이뉴스에 올린 기사를 찾아 보았습니다."현대차 비정규 노조 안기호 위원장 체포돼" 라는 제목으로 기사가 올라 있었습니다. 치열했던 불법파견 정규직화 투쟁의 추억이 되살아 납니다.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0237107
위 주소로 가보시면 그때 그 일이 생생히 기록되어 있습니다.
#비정규직 #희귀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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