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살 아이들의 할로윈파티, 꼭 해야 하나?

아들이 다니는 영어유치원에서 파티를 연다는 소식을 듣고

등록 2008.10.22 16:10수정 2008.10.22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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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로윈파티를 한데요. 선생님이 멋진 옷 준비해 오래요."

 

어제(21일) 퇴근 후 아들아이를 데리러갔을 때 아이가 내게 했던 말이다. 아이의 입에서 할로윈파티 얘기가 나온 건 어제가 처음은 아니었다. 뭐 그냥 그런가보다. 뭐 그런 것까지 파티를 하나 정도의 생각을 하고 그냥 무시하고 말았는데 어제는 구체적으로 준비물까지 언급한 것이다.

 

할로윈데이? 나는 사실 그날이 언제인지도 잘 모른다. 기사를 작성하기 위해 인터넷검색을 해보니 매년 10월31일이란다. 그렇다면 다음 주 금요일이 바로 할로윈데이인 것이다.

 

아이는 영어유치원을 다닌다. 초등학교도 들어가기 전에 벌써 사교육을 시키고 있는 셈인데 여기에는 복잡한 사연이있다.

 

지난해 이맘 때쯤으로 기억하는데, 아이가 다니는 어린이집에서 내년부터는 어린이집에서 아이를 돌보지 못한다는 통보를 해왔다고 애 엄마로부터 들었다. 5살까지만 어린이집에서 관리하고 6살 부터는 근처 영어유치원을 보내야 한다는 것이다.

 

황당한 주장에 그럼 다른 데를 알아보겠노라고 말을 하고 싶었지만, 가타부타 답변을 하지 않았다. 우리 부부는 맞벌이를 하고 있기 때문에 늦어도 오전 7시50분까지는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겨야 한다. 우리동네에서 그시간에 문을 여는 유일한 어린이집이 바로 지금 다니는 곳이었고 선생님들도 성의있게 봐주시는 게 늘 고마웠는데 아침 9시정도에 시작하는 영어유치원은 둘 중 하나가 직장을 포기하지 않는한 구조적으로 보낼 수가 없었다. 또 6살짜리가 영어유치원에서 영어를 배운들 무슨 학습효과가 있겠느냐는 의구심이 강하게 들었다.

 

그러나 불행히도 동네에 있는 대여섯개 어린이집 중 오전 8시 이전에 문을 여는 곳은 한 군데도 없었고, 결국 어린이집에서 영어유치원 출퇴근을 대행해주는 조건으로 작년보다 2배가까이 늘어난 사교육비를 감당하면서 다니는 게 지금의 영어유치원이다.

 

아이는 이 어린이집에서 영어는 물론 가끔 중국어도 배워오고 있으며, 집에서는 꿈도 꾸지 못하는 다양한 경험을 하고 있다.

 

그러나 '할로윈파티'까지는 좀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할로윈파티는 미국에서 하는 짓이니까 싫다? 뭐 물론 그런 마음이 하나도 없지는 않지만 '도대체 왜?'라는 의문이 들었다.

 

나는 할로윈데이에 대해서 잘 모른다. 그러나 적어도 내가 아는 상식을 기준으로 미국 이외의 국가에서 그날을 기념하는 경우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외국어를 제대로 배우려면 그나라의 고유문화를 접해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나 역시 대학에서 중어중문학을 전공하였고, 자연스럽게 우리와는 다른 중국문화를 배우기 위해 노력한 기억이 있다. 그런 의미에서 영어를 배우는 아이가 할로윈데이를 기념하여 친구들과 파티를 벌이겠다는걸 무작정 비난할 수만은 없다고 본다.

 

그러나, 아주 솔직히 말해서 꼭 그래야만 하는지, 왜 그래야만 하는지, 안 하면 안되는지 라는 의문이 든다. 영어를 쓰는 나라는 미국도 있지만 영국도 있고, 캐나다도 있고, 호주도 있고 심지어 필리핀에서도 영어를 쓰는데….

 

그리고 아직 6살 밖에 안 된 아이 아닌가.  

 

그렇다고 유치원에 정식으로 이 문제를 제기하여, 할로윈파티를 하지 말아줄 것을 요구하기도 참 뭐하다. 실제로 유치원에서는 우리의 고유명절을 앞두면 그에 상응하는 놀이를 가르쳐주곤 했기 때문에 할로윈파티 역시 유치원의 성실한 준비 차원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그렇다 해도, 전세계에서 미국에서만 하는 아주 지엽적인 행사까지 아이들이, 그것도 6살짜리 아이들이 알아야 할 필요가 있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미국이 어떻고, 반미가 어떻고의 문제가 아니라 영어를 배우는 과정에서 할로윈파티는 좀 아니지 않는가'라는 의문이 들어서다.

 

"그냥 집에있는 한화이글스 야구모자 그거 쓰고 가면 될거야."

 

우리집에 있는 나름 특이한 복장이 야구장에서 구입했던 야구모자라는 생각에서 내가 아이에게 했던 답변은 바로 이것이었다. 할로윈데이 때 보면 좀 특이한 복장들을 하는 걸 어렴풋이 본 기억이 났기 때문이다.

 

내가 너무 사소한 일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일까? 아니면 이미 다른 데서 다 하고있는 일을 뒤늦게 알고 흥분하는 것일까? 그도 아니면 지금 아이가 다니는 영어유치원에서 그야말로 '오바'를 하는 것일까?

 

요즘세상에 주변에서 일어나는 여러가지 일들 중 납득하기 어려운 경우가 어디 한두 가지이겠느냐만은, 지금 나의 생각은 '글쎄'다

2008.10.22 16:10 ⓒ 2008 OhmyNews
#할로윈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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