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들을 위한 동화] 도토리 키 재기

등록 2008.10.17 17:43수정 2008.10.17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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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결혼한 늑대가 집들이를 합니다. 신부가 어떻게 생겼는지 동료들이 무척 궁금해 했습니다. 늑대는 손님들을 맞이하기 위해 신선한 고기들을 잔뜩 준비했습니다. 직장상사인 염소와 동료인 토끼와 노루, 황소가 늑대의 집을 방문했습니다.

 

동료들은 조금씩 돈을 모아 선물도 준비해 갔습니다. 늑대 부부가 현관까지 나와 동료들을 반갑게 맞이했습니다. 고기를 먹지 못하는 동료들이 식탁을 보고 한숨만 내쉬었습니다. 그날 동료들은 늑대 부부가 먹는 것을 보고만 있었습니다. 집에서 나오자 동료들은 벌레만도 못한 동물 말종이라며 늑대부부를 욕했습니다.

 

몇 달 후 같은 사무실에 있는 토끼가 새집으로 이사를 했습니다. 집을 넓혀 이사한 토끼는 동료들을 집으로 초대했습니다. 동료들은 자기들처럼 초식동물인 토끼가 늑대 부부처럼 자신들이 먹을 수 없는 음식은 준비 하지는 않을 거라 믿으며 집으로 향했습니다.

 

늑대는 일전에 자신이 했던 행동은 생각지도 않고 포식할 생각으로 들떠 있었습니다. 욕심 많은 늑대가 제일 먼저 문을 열고 들어갑니다. 다행히 토끼는 동료들의 취향에 맞게 다양한 음식을 깔끔하게 준비해 놓았습니다. 동료들이 역시 자신들의 믿음을 저버리지 않는 토끼에게 고마움을 표시하며 음식을 먹었습니다. 준비한 선물도 기분 좋게 주었습니다.

 

한참 분위기가 무르익을 무렵 노루가 음식을 더 달라고 하니 토끼가 난감해 합니다. 지금 밥상에 차려진 음식이 전부라고 했습니다. 토끼는 자기가 먹는 양에 맞춰 음식을 준비 한 것이었습니다. 미안해하는 토끼를 뒤로 한 채 동료들이 입맛에 다신 채 집으로 돌아갑니다. 집에서 나오자 동료들이 차라리 초대하지 말지 뭐할려고 불렸냐며 토끼를 욕했습니다.

 

늑대와 토끼의 집들이가 잊혀질 때 쯤 황소가 돌잔치에 동료들을 초대했습니다. 이번에는 집이 아니라 근사한 뷔페에서 치루기로 했기 때문에 동료들은 제대로 먹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습니다. 황소가 초대한 뷔페는 예상대로 실망감을 주지 않을 만큼 다양한 음식이 차려져 있었습니다. 동료들은 황소와 송아지를 보며 많이 닮았다고 덕담을 했습니다. 동료들은 송아지가 돌잡이를 하자 아낌없는 박수도 쳐 주었습니다.

 

음식을 먹을 즈음 황소가 다른 동료들이 들으라는 듯 이번 돌잔치 뷔페는 1인당 7만원짜리로 맛있는 음식이니까 맘껏 드시라고 권했습니다. 가족까지 함께 온 토끼와 노루는 너무 비싼 값에 음식을 먹어야 할지 말아야 할 지 고민했습니다. 황소는 큰 눈을 멀뚱멀뚱거리며 내심 부조금을 기다립니다.

 

자기만 아는 늑대는 3만원을 주고 게걸스럽게 음식을 먹습니다. 황소가 늑대를 동물 취급도 하지 않습니다. 늑대는 그런 황소의 시선을 개의치 않았습니다. 토끼는 갑자기 핸드폰을 받더니 황급히 뷔페를 뛰쳐 나갔습니다. 그리고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착한 노루는 조금 먹으면서도 가족 수에 따라 비용을 황소에게 주었습니다. 황소가 그럴 필요 없다고 하면서도 냉큼 돈을 받습니다. 황소는 뷔페를 찾은 손님들 옆에서 뷔페 직원처럼 수납하기 바빴습니다. 이윽고 돈을 모두 받자 황소는 동료들이 먹든지 가든지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송아지를 쫓아 다니며 잘도 놉니다. 뷔페에서 나오자 동료들이 돈만 아는 놈이라며 황소를 욕합니다. 염소의 표정이 어느 때보다 어두워집니다.

 

며칠 후 염소 부장이 손님을 초대할 때 예의를 알려주고자 일부러 동료들을 집으로 초대했습니다. 직장 동료들은 그동안 집들이 때문에 속이 많이 상했던 터라 내심 걱정이 되었지만, 부장의 초대에 할 수 없이 응했습니다. 상사의 집들이라 동료들보다 훨씬 값비싼 선물도 준비했습니다.

 

그러나 동료들의 우려와 달리 염소의 집을 들어서자 진수성찬이 푸짐하게 마련되어 있었습니다. 염소는 며칠 동안 집사람이 손수 준비한 거라며 맘껏 먹으라고 했습니다. 동료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오랜만에 포식할 것을 생각하며 들떠 있었습니다.

 

염소는 동물들을 초대하면 음식이 모자라지 않도록 푸짐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그동안 집들이 한 동물들의 경솔함을 간접적으로 질타했습니다. 염소의 이야기에 늑대와 토끼 그리고 황소가 자신의 행동에 부끄러워합니다. 동료들은 정말 오랜만에 포식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군침이 돌았습니다.

 

그러나 동료들이 맛있는 음식을 먹으려는 순간 하마, 코뿔소, 코끼리, 사자 등 기라성 같은 염소 친구들이 우르르 집으로 몰려 왔습니다. 동료들은 갑작스런 동물들의 방문에 당황해 했습니다. 염소가 오늘 음식도 넉넉하고 해서 그동안 소원하게 지내던 친구들도 집으로 불렀다며 함께 식사하자고 했습니다. 염소의 친구들은 모두 사회에서 높은 자리에 있는 듯 했고 특히 코뿔소는 TV에도 자주 나오는 유명한 동물이었습니다. 염소는 자기 친구들도 은근히 동료들에게 자랑하고 싶었던 모양입니다.

 

동료들은 염소의 행동에 실망했지만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친구들의 덩치가 너무 컸습니다. 도저히 함께 앉아서 먹을 공간이 없었습니다. 염소는 동료들에게 덩치도 작고 나이도 어리니 작은 방으로 들어갈 것을 권했습니다. 결국 거실에는 염소 친구들만 앉게 되었습니다.

 

눈치를 보며 접시에 간신히 음식을 담아 작은 방으로 오던 토끼와 노루는 하마터면 하마와 코끼리한테 밟혀 죽을 뻔 했습니다. 제법 덩치가 큰 황소도 코뿔소와 서로 인사를 하다 코뿔소에게 받혀 작은 상처를 입기도 했습니다. 심지어 식탐 많은 늑대조차 한참 선배인 사자의 눈치를 보다가 얹히는 바람에 더 이상 먹지도 못하고 식은땀만 줄줄 흘렸습니다.

 

염소도 집이 북적거리는 것이 짜증이 나는 지 동료들이 빨리 나가주기를 바라는 눈치였습니다. 동료들은 음식을 먹는 둥 마는 둥 쫓기다시피 집에서 나왔습니다. 염소는 말로는 좀 더 놀다 가라고 했지만, 얼굴은 다시 환하게 피어나고 있었습니다.

 

동료들이 인사한다고 아파트 좁은 복도에서 우왕좌왕 거리자 염소가 서둘러 엘리베이터 버턴을 누릅니다. 엘리베이터가 올라오자 염소가 현관문을 반쯤 닫으며 멀리 안 나간다며 손을 흔듭니다. 동료들은 저마다 입에 거품을 물고 염소를 욕했습니다.

 

 

덧붙이는 글 | 방식은 달라도 결과는 결국 똑같은 일을 자기만 모른 채 지나가는 경우가 많은 듯 합니다.

2008.10.17 17:43 ⓒ 2008 OhmyNews
덧붙이는 글 방식은 달라도 결과는 결국 똑같은 일을 자기만 모른 채 지나가는 경우가 많은 듯 합니다.
#성인 #동화 #어른 #염소 #코뿔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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