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 때마다 실망, 그래도 인터넷 쇼핑몰 찾는 이유

[쓰레기 이동을 막아라-홈쇼핑②] 홈쇼핑 시청자의 2주일 동안 안보기 체험

등록 2008.06.04 11:12수정 2008.07.28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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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는 올 한 해 동안 연중기획으로 '쓰레기와 에너지'를 다룹니다. 지난 5월에 '친환경 결혼'을 주제로 쓰레기 문제를 다뤘고, 6-8월은 '쓰레기 이동을 막아라'는 주제를 통해 쓰레기 감량과 재활용 없이는 결국 쓰레기 절대치가 변함이 없다는 점을 확인할 계획입니다. 이번엔 매일 홈쇼핑 시청자와 홈쇼핑 미시청자가 서로 역할을 바꿔, 홈쇼핑이 우리 소비 행태에 미치는 영향을 돌아봅니다. [편집자말]
"2주간 인터넷 쇼핑을 하지 않는 건 어때요?"
"아. 무척 힘들겠는데요."

기사를 청탁한 편집기자와 내가 나눈 대화다.

그렇다. 나는 인터넷으로 자주 쇼핑을 한다. 오프라인보다 온라인 상품이 저렴하고 예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인터넷 즐겨찾기 목록엔 쇼핑몰만 12곳이고, 즐겨보는 쇼핑몰 카페목록에는 15곳이 줄줄이 들어차 있다.

인터넷이나 홈쇼핑은 '중독'이라고 할 정도로, 안보면 생각나고 심심하면 하고 싶은,  '담배'나 '게임'과 같은 특징이 있다. 그리고 내가 요즘 그 재미에 폭 빠져있다. 아직 중독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앞으로 그렇게 될 가능성이 다분해 보인다.

이런 나에게, 2주일의 인터넷 쇼핑 금지라니. 사실 말처럼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재미있겠다는 호기심 반, 취미가 인터넷 쇼핑이 되어버릴지 모른다는 불안감 반으로, 나는 이 청탁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그리고 약속한 '2주일'이 됐다.

[5월19일- 시작] 즐겨찾기 목록에서 쇼핑몰 카페를 지우다


5월 19일. '2주간의 인터넷 쇼핑 금지 기간'이 시작된 날이다. 나처럼 인터넷 쇼핑을 즐기는 사람에게 앞으로의 시간은 참 가혹할 것 같다.

물건을 많이 사는 편은 아니지만, 평소에 어떤 상품이 업데이트 되었는지 습관처럼 인터넷 쇼핑몰을 들락날락하곤 하던 나였는데. 2주 동안 옷은 어디서 사나 막막하기도 하다. 

우선 쇼핑몰 카페를 즐겨찾기 목록에서 지워버렸다. 눈에라도 안보여야 더 생각나질 않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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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에서 보내는 메일들. 대부분이 인터넷 쇼핑몰들의 홍보 메일 뿐이다. ⓒ 김혜민


[5월20일- 습관] 앗! 나도 모르게 쇼핑몰 주소를 치고 있었다

앗, 나도 모르는 순간 내 손이 쇼핑몰 주소를 치고 있었다. 창을 내렸다. 아휴, 이 버릇은 쉽게 고쳐지지 않는다. 공부하다가 잠시 쉬려고 컴퓨터 앞에 앉았다가 들어간 것이 이렇게 되었다. 창을 끄고 다시 인터넷을 이리저리 기웃거리다가 다시 책상에 앉았다. 아무리 웹 서핑을 해도 별 재미가 없었다.

'그래, 이 시간에 공부를 하자.' 덕분에 이번 주 일요일 토익 시험은 잘 볼 수 있겠지.

하지만 왜 책상에 앉아도 자꾸 쇼핑몰에 올라왔을 옷들이 생각나는 걸까?

'그때 그 옷 미리 사둘걸.품절되면 구하기도 힘든데'라는 생각이 머리 속에서 맴돈다.  머릿 속 뭉게구름을 쓱싹쓱싹 지우고, 난 다시 영어 공부에 매진한다.

[5월 22일- 배송] 살 때마다 실망...그래도 쇼핑몰을 찾는다

오늘은 19일 전에 주문했던 상품이 배달되어 왔다. 배송된 것은 치마, 머리핀, 귀걸이, 목걸이 각각 하나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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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으로 산 상품들. 마음에 드는 것도 실망한 것들도 있다. ⓒ 김혜민


상자를 열어 하나씩 착용해보면서 만족하기도 하고 실망하기도 했다. 치마와 머리핀은 괜찮았는데, 목걸이는 생각보다 알이 작았고, 귀걸이는 나와 안 어울렸다. 산 제품의 쇼핑몰이 '환불, 교환 불가' 방침을 내걸고 있기에 귀걸이는 친구에게 주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사실, 무조건적인 '환불, 교환 불가'는 불법이다. 전자상거래 법엔 7일 이내 무조건 교환, 환불을 해주어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는데, 대부분의 인터넷 쇼핑몰은 이와 전면 배치된 공지사항을 띄우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에 대해 나는 작년 겨울에 기사 한 편을 쓰기도 했다. 그리고 며칠 전에는 유명 연예인들의 인터넷 쇼핑몰에서 '단순변심'에 의한 구매 취소는 할 수 없다는 문구가 '법률 위반'으로 과태료를 물게 되었다는 뉴스도 보도되었다. 

이렇게 살 때마다 실망하고, '교환, 환불'이 되지 않아 불편해 하면서도 다시 인터넷 쇼핑몰을 찾게 되는 것은 참 신기한 일이다. 아마도 '이번엔 예쁘겠지' 하면서 또 다시 구매하기 때문 아닐까?

[5월 25일 - 토익 시험] 토익 점수 100점 올라...인터넷 쇼핑 안한 덕?

오늘은 토익 시험을 보는 날이다. 일주일동안 인터넷 쇼핑을 안 한 탓에 공부 시간이 좀 늘어났다. 몸이 좋지 않아 걱정을 했지만, 집에 와서 답안과 맞춰보니, 한 달 전에 비해 약 100점이 올랐다.

아마 마지막 일주일동안 인터넷 쇼핑을 하지 않고 공부를 한 것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리라. 지금까지 토익 점수가 안 올랐던 이유가 인터넷 쇼핑 때문이라는 생각까지 들면서, '2주 후에 완전히 끊어 버릴까?' 하고 잠시 생각하기도 했다. 

[5월 27일 - 시간] 인터넷 쇼핑이 시간 절약? 천만의 말씀!

인터넷 쇼핑을 안 하는 시간에 블로그에 한 두 개씩 글을 썼다. 글 하나 쓰는데 두어 시간이 걸리는데, 인터넷 쇼핑을 하는 시간과 비슷했다. 

난 항상 인터넷 쇼핑을 하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밖에서 옷을 사는 것보다 시간이 덜 들잖아. 그러니까 인터넷 쇼핑 좀 해도 괜찮아.'

하지만 전혀 괜찮지 않다. 인터넷 쇼핑은 제품을 눈으로 확인 할 수 없기 때문에 한번 옷을 살라치면, 어떤 옷이 예쁘고, 질이 좋은지 꼼꼼히 살펴보고, 또 어느 곳이 조금이라도 저렴한지 찾아봐야 한다.

그래서 단숨에 옷을 사기란 그리 쉽지 않다. 덕분에 그 동안 많은 시간을 허비하기도 했다.
또, 한번에 사더라도, 마음에 들지 않은 옷이 집에 배달되기 십상이다.

이래저래 인터넷 쇼핑은, 습관적으로 하는 나와 같은 사람들에겐 많은 시간을 앗아가지만 안 할 수는 없는 필요악과 같은 존재이다.

[5월 29일 - 동대문 쇼핑] 인터넷 쇼핑이 꼭 싼 게 아니네

오랜만에 동대문으로 옷을 사러 갔다. 인터넷 쇼핑을 하고 나서는 자주 오지 가지 않았던 곳이다. 날씨는 더워지고 인터넷 쇼핑은 할 수 없고.. 어쩔 수 없이 동대문을 들렀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예전에 인터넷으로 눈여겨 봐두었던 옷들을 이 곳에서 다시 보게 되었다. 발품을 팔아 여러 곳을 돌아다닌 후에는, 급기야 인터넷보다 싸게 파는 옷까지 발견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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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문에서 구입한 의류들. 인터넷 쇼핑몰보다 왼쪽 1000원, 오른쪽 3000원 더 저렴하게 구입했다. ⓒ 김혜민


지금까지 인터넷이 훨씬 저렴하다고 믿어 의심치 않던 내겐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다. 게다가 만지고, 입어보고 바로 살 수 있기까지.

비록 몇 천원 저렴하게 샀지만 괜히 신이 났다. 눈으로 확인하고 입어보기까지 한 옷이니만큼 후회도 없었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집으로 돌아왔다.  

[5월 31일- 끝, 그러나 시작] 인터넷 쇼핑 금지 기간 해제, 과연 앞으로는?

오늘로서 '인터넷 쇼핑 금지 기간'이 끝이 났다. 처음엔 습관처럼 해오던 인터넷 쇼핑을 그만두기가 쉽지 않은 일이라고 겁먹었는데, 생각만큼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아마도 나 스스로의 필요성에 의해, 쇼핑을 하던 시간을 다른 일이나 취미로 적절하게 메웠기 때문이리라. 때문에 강제적이라고 느낀 적도 많지 않았다. '오프라인 쇼핑'의 매력을 다시 알게 된 것도 한 가지 이유였고.

그렇다고 인터넷 쇼핑을 지금 당장 그만두겠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 집에서 몇 번의 클릭으로 쉽고 편리하게 접근할 수 있는 매력을 포기하기란 그다지 쉬운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저 내가 인터넷 쇼핑 없이 보낸 2주일처럼, 인터넷 쇼핑을 할 시간을 더욱 값지게 사용하고 새로운 취미에 재미를 붙여서 인터넷 쇼핑하는 시간을 줄이는 것은 어떨까?

지금도 그 효과를 실감하고 있는 나에겐 어렵지 않은 일이라 생각한다. 실은 2주간의 강제력으로 새로운 경험을 하게 해주었던 '오마이뉴스'에 무척 감사하고 있기도 하다. 이 새롭고도 즐거웠던 2주간의 경험이 앞으로도 계속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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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언론재단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한국언론재단 기획취재 지원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이뤄졌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한국언론재단 기획취재 지원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이뤄졌습니다.
#인터넷 쇼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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