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 국보위 상임위원들의 득세를 보며

우리 근현대사의 비극을 다시 보는 듯하다

등록 2008.01.29 15:28수정 2008.01.29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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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당선인이 정권인수위원장에 이어 총리조차 국보위 상임위원 출신을 지명하였다. 과거의 전력이 무엇이든 상관없이 능력만 있으면 기용하겠다는 의도를 수차례 내비친 바가 있지만 정도가 너무 심하다. 새정부의 인사에 대해 점점 기대할 것이 없어 보인다. 이쯤되면 절망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과거의 의미

 

과거는 항상 현재의 바탕이다. 과거가 없는 현재는 없으며, 현재에 기반하지 않은 미래는 없다. 모든 개인사가 그렇듯이 한국사도 역시 과거에 바탕하여 현재가 존재하는 것이며 현재를 디딤돌로 미래로 나아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어떻게 과거를 모두 묻어 버리고 미래를 말할 수가 있겠는가?

 

과거는 역사이다. 역사는 과거와 현재를 바탕으로 미래를 설계하기 위하여 깊이 이해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한사람의 과거행적은 그시람의 현재를 설명하는 근거가 된다. 그런 의미에서 과거에 잘못을 저질렀다면 반드시 진정으로 참회한 후 미래를 아야기하는 것이 옳다. 과거에 엄청난 잘못을 저지르고도 참회없이 미래에 동참하는 것은 용납될 수 없다.

 

친일파들이 일제에 빌붙어 민족을 수탈하고 탄압하다가 독립후에도 요직에서 거들먹거린 역사는 지금도 우리의 역사를 오염시키고 있다. 그러한 과거가 분명 현재의 우리를 발목잡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독립운동에 헌신하셨던 선혈들이 정작 자신의 후손들에게는 가난과 고통만을 상속한 것이 여전히 우리의 현실이다.

 

쿠데타와 폭압적 독재정권의 앞잡이들이 여전히 우리의 정치를 좌지우지하는 현상도 여전히 우리의 미래까지 암담하게 만들고 있다. 역사적 과오에 대한 징치를 잘하지 못해서 우리는 현재의 한계를 감내하고 있으며, 미래를 갉아먹고 있다. 과거는 참회와 반성없는 자에게조차 무시하고 넘겨줄 일이 아니다.

 

능력의 의미

 

사람의 능력이란 평가하는 사람의 눈에 따라서 각기 다르다. 어두운 시절 부당한 권력에 협력한 대가로 많은 기회를 얻고 경륜을 쌓은 것이 능력으로 보일 수도 있다. 현재의 사회적 위치나 재산의 보유정도가 능력의 척도일 수도 있다. 심지어 악독한 자신의 과거로 인하여 현재의 우월한 위치를 확보한 사람이 가장 능력있는 인물로 보는 사람도 있기는하다.

 

그러나 부당한 과정을 통해서 인정받은 능력은 그자체로 정당성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 옳다. 헌정질서를 파괴하고 국민의 피를 발판으로 권력을 쟁취한 자가 가장 능력있는 자로 추앙받아서는 안되는 거 아닐까? 그런 무도한 자들에게 협력하여 얻은 지위와 그 지위를 통해서 얻은 경험이 능력이라면 능력은 그자체로 나쁜 것이다.

 

진정한 능력이란 도덕적 결함이 없이도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는 것이다. 부당한 방법을 모두 동원하고도 그정도의 능력도 보이지 못할 사람이 얼마나 있겠는가? 설혹 그러한 것이 능력이라고 하더라도 도덕적이지 못한 자의 능력은 국익을 해하고 사익의 기회를 제공하는 수단이 될 것이다. 능력은 반드시 도덕적 기준에 부합한 이후에 따져볼 문제인 것이다.

 

국보위 상임위원들의 득세

 

한국의 현대사를 조금이라도 이해하고 있다면 전두환에 의하여 세워진 국보위를 모르지 않을 것이다. 전두환은 1979년 12월 12일 하나회 소속의 정치군인들을 동원하여 쿠데타를 하였다. 육군본부를 침탈하여 육군참모총장을 체포하고 주요부대에서 사조직을 동원하여 군지휘권을 무력화하였다. 군을 장악하면 대한민국을 장악한 것이다.

 

그렇게 대한민국을 장악한 그가 국회를 해산하고 헌법을 유린하며 만든 것이 바로 국보위다. 말하자면 전두환에 의하여 국회를 대체하는 기구로 만들어진 것이다. 거기에 상임위원으로 참여한 자들은 모두 군사반란에 협조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국민의 주권이 모두 차압당하고 오로지 주권은 전두환에 의해서만 행사되는 상황이었다.

 

새로운 국무총리 후보자에 지명된 한승수가 바로 국보위 상임위원이었다. 정권인수위원장 이경숙이 또 국보위 상임위원이었다. 이명박 정권의 가장 핵심적 두자리가 모두 전두환의 반란에 협조한 국보위 상임위원으로 채워진 셈이다. 국보위가 어떤 일을 했고, 누가 어떤 절차를 통해서 만든 것인지를 안다면 과연 민주공화국의 정권이 중용할 수 있는 것일까?

 

과거는 묻지않고 능력만을 보겠다고 하지만 과거에 기반하지 않은 현재와 미래는 없다. 능력은 스스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않고 출세하는 것을 일컫는 말일까? 이런 것이 이명박 당선인이 주장하는 실용이라면 참으로 할 말이 없다. 어이가 없어서 말이 안나온다. 우리는 과거 국보위 상임위원들이 이렇게 득세하는 것을 보고 있다. 이제 옳고 그름을 떠나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출세해야 한다는 것을 배울 것이다.

 

새정부 인사는 무슨코드일까?

 

처음 시작되는 정권인수과정부터가 심상치않다. 역사에서 그 무엇도 배우지 못하는 민족은 미래에도 그 무엇을 잘 할 수가 없을 것이다. 과거의 과오에 그렇게 관대한 것이 과연 국익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인지 답답할 뿐이다.

 

이것도 새로운 방식의 코드인사일까? 사실 코드인사는 당연한 것이다. 자신과 코드가 맞는 사람들과 손발을 맞춰서 일하는 것이 뭐가 문제이겠는가? 그러나 소망교회 코드, 5공화국 코드는 좀 아니지 않은가? 과거의 과오에 대한 코드라면 더 더욱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대한민국의 미래는 어디로 가는 것일까?

덧붙이는 글 | 노사모에 함께 올립니다.

2008.01.29 15:28 ⓒ 2008 OhmyNews
덧붙이는 글 노사모에 함께 올립니다.
#한승수 #국보위 상임위원 #과거 #능력 #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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