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척용 소화기' 강매, 노유자시설-소방청 갈등

관련 단체 "구매 거부, 규탄 집회 열겠다"

등록 2007.06.01 08:28수정 2007.06.01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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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방재청이 전국 노유자(노인복지, 아동 등) 시설에 '투척용 소화기'를 의무 구매하도록 하는 소방법을 제정하면서 관련 단체의 의견도 듣지 않고 강행해 마찰이 생기고 있다.

(사)한국노인복지시설협회 이대희 부장은 "작년에 제정되었다는 법의 내용을 알게 된 게 고작 한달이 채 못 됐다"며 "협회 쪽으로 소방방재청이 의견을 물어온 적도 없고 관련 내용을 보내지도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노인 시설 관련법이 제정될 때 다른 부처에서는 협회로 먼저 의견을 물어오는데 이처럼 일방적으로 제정하고 시행하라는 경우가 대체 어느 나라에 있겠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 부장은 또 "복지시설 중에는 치매 노인을 위한 시설이 많고 이들이 제품을 직접 던져 화재를 끈다는 것은 아예 불가능한 일"이라며 "깨지면서 효과를 발휘하는 이 소화기가 법률상 손에 잡히는 위치에 놓도록 되어 있어 보이는 대로 집어던지기 일쑤인 치매 노인들의 안전 관리에 더 큰 문제가 발생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미 법으로 자동식 스프링클러가 설치된 시설이 많아 노인시설에는 맞지 않는 설비"라며 투척용 소화기 강제법 제정 취지에 강한 의문을 나타냈다.

어린이집 시설 관련 단체인 '한국보육시설연합회'도 비슷한 입장이다.

보육시설연합회 관계자는 "소방서에서 투척용 소화기를 의무 구입하라는 공문이 어린이집으로 발송돼 이에 대한 문의가 협회로 쇄도했고 그때서야 소방법 제정을 알았다"며 "여성가족부에 문의를 해도 담당자가 알지 못했고 소방방재청이 연합회에 의견을 묻거나 공문 하나 보낸 일이 없었다"고 반발했다.

이 관계자는 "투척용 소화기 판매회사에서 찾아와 '의무적으로 구매하도록 소방법이 제정되었으니 연합회 차원에서 판매하도록 협조 해 달라'고 해서 일언지하에 거절했다"며 "어이없고 화가 치민다"고 말했다.

그는 또 "소리 소문도 없이 법을 제정하는 일도 황당할 지경이고 이 제품이 전량 일본에서 수입되는 것이라는데 법을 제정해서까지 외제품을 한국의 어린이집에 팔겠다는 것 아니냐"며 "전국의 어린이집 관계자들이 소방방재청의 이런 행위에 대해 규탄 집회를 열 예정"이라고 밝히며 분을 삭이지 못했다.

노인복지시설협회와 보육시설연합회는 소방방재청을 방문해 강력히 항의한 뒤 전국의 노유자 시설에 '투척용 소화기를 구매하지 말라'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한 상태다.

노유자 시설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소방방재청이 제정한 '투척용 소화기' 의무 설치법이 '시설 안전'을 빙자한 특정업체 상품 판매대책이라는 비난이 끊이지 않고 있어 갈등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119매거진 인터넷뉴스 119mgn.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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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 #소방법 #소방훈련 #안전사고 #소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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