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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엽 홈런도 중요하지만 승패도 중요"

롯데 자이언츠 김용철 감독대행 인터뷰

03.09.30 14:38최종업데이트03.09.30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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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9일 2003년 마지막 홈경기가 벌어지고 있는 부산 사직구장
ⓒ 이성환
필자는 9월 들어 롯데 자이언츠의 시즌 마지막 홈경기를 취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29일까지 자이언츠는 올 시즌 37승 3무 91패, 승률 0.289로 3할도 못 미치는 성적을 거두고 있다. 프랜차이즈 역사상 최악의 성적을 거둔 작년(35승 1무 97패 승률 0.265)보다는 조금 나아진 성적이지만, 1982년 창단 이후 두 번째로 2할 대 성적밖에 못 거두는 최악의 한해를 보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관중 동원 면에서도 최악의 한해이다. 28일 현재 경기당 평균관중 2313명으로 작년보다 6% 정도 늘기는 했지만, 8개 구단 중 최하위를 기록 중이고, 1위인 LG트윈스의 경기당 평균 1만804명에 비해 1/5밖에 안된다. 대한민국 제2의 도시이자 그 옛날 '구도(球都)'라고 불리던 부산의 명성에 걸맞지 않는 수치이다.

2003년 국내 프로야구 경기 당 평균 관중은 5039명이다. 월드컵과 아시안게임 등 각종 악재가 있었던 작년(4541명) 보다는 7% 증가했지만, 1995년 경기당 일만 명 시대를 연 이후 지속적인 관중 감소로 2000년부터는 경기 당 6000명을 넘지 못하고 있다.

2000년 시즌 이후 3년 연속으로 리그 최하위를 기록하며 성적이나 관중동원에서 힘든 한해 한해를 보내고 있는 롯데 자이언츠나 국민적 관심에서 벗어나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프로야구가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많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런 의미에서 8개 구단 최하위인 롯데 자이언츠의 마지막 홈경기 취재가 의미 있다고 생각했다.

취재를 준비하는 도중 지난 27일 부산 사직구장에서는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다. 8회 초 선두타자로 나온 박한이 선수가 무사에 1루로 진루하자, 2번 타자 고지행 선수는 보내기 번트를 시도, 1사 2루에 이승엽 선수가 나온다. 2대 4로 뒤지고 있던 자이언츠의 선택은 고의사구.

이승엽 선수를 고의사구로 거르자, 56호 홈런을 기대하던 관중들은 흥분하기 시작했고, 쓰레기통을 던지는 등 난동 끝에 경기가 1시간 30분이 지연되었고, 그 사이 몇몇 관중들은 부상을 당하는 등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29일 취재에서 필자가 만난 팬들의 의견은 많이 달랐다. 노성덕(63·남·무직)씨는 "고의사구는 당연하다. 메이저리그에서도 만루상황에서 고의사구를 낼 때도 있다. 상황이 노골적인 고의사구가 아니었다"라고 이야기하는 반면, 김승현(29·남·공무원)씨는 "3년 내내 꼴지 하다가 이승엽 홈런이라는 이벤트를 갖게 되었다. 누가 꼴찌한 팀을 보러 오겠는가. 오늘(29일) 온 팬들이 진정으로 야구 보러온 팬들이지, 그날 온 관중들은 롯데 자이언츠의 야구보다는 이승엽의 홈런 때문에 온 관중들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정면승부는 당연했다. 하지만, 관중들이 심하긴 심했다"라고 이야기하기도 했다.

이렇게 팬들도 다른 의견을 나타내는 상황. 필자는 김용철 롯데 자이언츠 감독대행과 박응필 홍보마케팅 팀장의 단독 인터뷰를 통해 27일 사건에 대한 자이언츠의 입장과 자이언츠의 미래, 더 나아가서는 국내 프로야구의 미래에 대하여 알아보았다.

다음은 김용철 감독대행과의 일문일답.

▲ 김용철 롯데자이언츠 감독 대행
ⓒ 이성환
- 올 시즌 홈 마지막 경기였다. 롯데 자이언츠를 평가한다면?
"시즌 초반 성적이 너무 안 좋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후반기에는 선수들이 많이 하려고 한 것이 그래도 우리가 거둔 성과가 아닌가 본다. 선수들은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자기 역할을 다 해준 것은 기대 이상의 성과라고 본다."

- 내년 자이언츠의 성적을 끌어올리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하다고 보는가?
"안정된 투수력과 수비력이 우선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언제든지 홈런을 칠 수 있는 홈런타자도 물론 필요하다. 우리 선수들의 전력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확실한 선발투수와 타격에서는 상위타선으로 연결해 줄 수 있는 하위타선만 갖출 수 있다면, 호성적도 가능하다."

- 올 시즌 관중동원에 있어서도 8개 구단 최하위였다.
"성적이 안나오니 팬들이 등을 돌렸다고 본다. 또 대형선수가 안나왔다는 것도 문제다. 우리 팀에는 프랜차이즈 플레이어가 없다. 성적이 안 좋아도 대형선수가 뛰어난 성적을 보여준다면, 팬들은 야구를 보러 온다. 지금 현 시점에서는 최우선의 성적이었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내년 시즌 김수화, 장원준 같은 신인선수들이 들어와 어느 정도 역할을 해줄 것으로 보고 있다."

- 지난 27일 이야기를 안 할 수 없다. 이승엽 선수 고의사구와 관중난동사건이 있었다. 각종 언론에서 이번 일에 대하여 이야기가 많았는데 언론 보도에 대하여 불만은 없었는가?
"게임에 있어서 승패는 중요하다. 그리고 승패에 있어서 홈런은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아무리 관중이 없다고 해서 이승엽 선수의 홈런을 위해 승패가 뒷전이라면 그것 또한 문제가 될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사실 지금까지 우리 프로야구에서 안 좋은 예도 많았다.

하지만, 이승엽 선수의 홈런 신기록에 의해서 리그 전체가 좌지우지되는 것은 안 좋다고 생각한다. 이승엽 이외의 선수들도 열심히 노력하고, 열심히 플레이를 해주고 있다. 언론 보도형태에 있어서는 특별한 불만은 없다. 하지만, 좀더 다른 스타들도 부각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 김용철 감독 대행이 한 언론사와 인터뷰를 하고있다.
ⓒ 이성환
- KBS 하일성 해설위원은 경기를 중계하면서 "(김용철 감독대행이) 관중이 많으니까 순간적으로 착각한 것 같다. 야구적인 측면에서만, 8회 초 위기만 넘어가면 역전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 같다"라는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착각은 아니다. 앉아서 거르는 것(볼넷)이나 서서 거르는 것이나 마찬가지 아니다. 그날 상황에서 앉아서 거를 수도 있었지만, 실투 등 더 어려운 상황이 올 수 있었다. 마음 구석에는 승부를 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그러나 야구적인 측면에서 승부할 상황이 아니었다. 만약 1사 2루 상황에서 3번 타자가 양준혁 선수이고, 다음 타자가 이승엽 선수라고 해도 양준혁 선수를 고의사구로 내보내고, 이승엽 선수와 승부를 했을 것이다. 당연히 병살을 노릴 상황이었다. (팬들에게) 이해를 구할 수는 있지만, 그날 상황에 대하여 사과할 마음은 없다."

- 자이언츠 팬들 중 일부는 "과연 지금까지 자이언츠가 팬들에게 해준 것이 무엇이냐"라며 "차라리 이승엽 홈런이나 선사하지 그랬느냐"라고 하는 팬들도 있다.
"물론, 팬들이 반대를 할 수도 있다. 관중들 입장에서는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또한, 흥미를 위해서는 승부를 펼치는 것이 맞다. 그러나 감독은 팀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이승엽 선수의 기록이 우리 팀을 살릴 수는 없다. 우리 팀을 먼저 생각해야 하기에 후회한 적은 없다.

사실 사직구장에서 그런 일이 생겨서 마음 한구석으로는 안 좋다. 그리고 내년 되면, 또 이런 일이 생길 수도 있다. 하지만, 감독은 그 진행상황을 볼뿐이다. 이것을 이해 못한다면, 모든 감독들이 힘들어 지지 않겠느냐."

- 이것이 승리만을 위한 성적 지상주의의 연장선은 아닌가?
"성적지상주의에 대하여 고민을 많이 한다. 물론 동감하는 부분도 있다. 하지만, 팀 승리가 당연히 먼저인 것도 사실이다. 구단은 투자한 만큼 회수하려는 것이 당연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성적지상주의가 계속되면, 야구 판이 어려워진다는 것도 많은 부분 공감하고 있다. 하지만, '너는 희생해도 나는 안한다, 나는 살고, 너는 죽더라도 프로야구는 살아야한다'라는 생각이 프로야구에 있다. 이것은 모순이다.

고의사구나 경기초반 보내기번트는 메이저리그에서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 그렇기에 팬들도 많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도 그러고 싶다. 그러나 나도 경기초반 번트를 지시할 때가 있다. 상대편 투수가 너무 강하면, 선취득점을 위해 번트를 지시할 때가 있다. 메이저리그도 월드시리즈와 같은 중요한 경기에서는 투수들이 혹사하는 경우도 있다. 이기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국내에서는 시즌 초중반 나오는 것이 문제이다.

국내 야구 판에도 불문율이 있어야한다. 고의사구나 경기초반 보내기번트, 투수 혹사 등에 대한 불문율 말이다. 그렇지만, 구단에서 용납하지 않을 때가 많다. 구단에서 이기는 경기를 원하기 때문에 할 수 없이 2회에 번트를 하는 것이다. 구단인식이 먼저 바뀌어야 한다. 성적지상주의보다는 팬들을 위한 경기가 펼쳐지길 나도 바란다."

-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팬들에게 좋은 성적과 시원하고, 후련한 야구를 선사를 하여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것에 대하여 죄송스럽게 생각한다. 팬들을 위해서는 진짜 좋은 성적을 내는 수밖에 없는데 다소 섭섭하더라도 격려를 해주었으면 좋겠다. 내년에는 많은 팬들이 야구장에 와서 칭찬과 질책을 다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2003-09-30 15:39 ⓒ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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