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단한 고흥주민들, "큰 돈" 유혹 물리쳤습니다

전남 고흥, 군의회 반대로 핵발전소 유치 사실상 무산

등록 2011.02.08 14:32수정 2011.02.08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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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흥사람들은 핵발전소 건설의 위협으로 부터 청정지역 고흥을 지켜냈습니다. ⓒ 송성영


2월 7일, 전남 고흥군의회에서 핵발전소 유치 반대 입장을 밝혔습니다. 원전 유치 신청을 위해서는 군의회 동의가 필수 조건이기 때문에 고흥군의 핵발전소 유치는 사실상 무산된 셈입니다.

이 모든 것이 추운 날씨에 매일 같이 반대 운동을 펼쳐온 고흥시민사회단체 여러분의 노고 덕분입니다. 또한, 핵발전소 건설 조건으로 내건 사탕발림 지원금에 고흥군민들이 현혹되지 않고 자손 대대로 물려줄 '아름다운 청정 고흥'을 선택한 덕분입니다.

고흥군 초입에 이런 문구가 내걸려 있습니다. '고흥이 아름다운 것은 당신이 아름답기 때문입니다.' 몇 번을 봐도 고흥에 이처럼 아름다운 문구가 또 어디에 있는가 싶습니다. 문구처럼 고흥 사람들은 아름다웠습니다.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의 지원금 몇 푼에 팔리지 않고 아름다운 청정 고흥을 지켜냈기 때문입니다.

고흥은 부르기 좋게 말하는 그냥 청정지역이 아닙니다. 고흥은 새터를 찾아 3년 가까이 전국을 헤맨 내가 알고 있는, 한반도에서 그리 많지 않은 때묻지 않은 숨겨진 보석 같은 곳입니다. 경치 좋은 다른 지역의 해변과는 달리 고흥의 해변 도로를 달리다 보면 그 흔한 모텔이며 유흥업소 따위를 찾아보기 힘들 것입니다. 시시때때로 매연을 뿜어내는 공장 굴뚝 또한 찾아볼 수 없습니다.

산업도시들이 대체로 그렇듯이 물질이 넘쳐나면 땅값도 비싸지고 인심 또한 황폐화 되어 갑니다. 하지만 농짓값 저렴한 청정 고흥의 인심은 후덕합니다. 인구의 반수 이상이 농어민이듯 고흥은 자연에 의지해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아낌없이 내주는 자연, 거기에 의지해 살아가다 보면 인심이 후덕해기 마련인가 봅니다. 대도시에 비해 물질적으로 누릴 만한 것이 뒤떨어져 있지만 하나를 받으면 둘을 베풀 줄 아는 사람들이 바로 고흥 사람들입니다. 적어도 내가 알고 지내는 대부분의 고흥사람들이 그렇습니다.

국민의 눈과 귀 현혹하는 홍보전에 맞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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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발전소 위협에서 부터 고흥을 지켜낸 것은 이 때묻지 않은 아름다운 자연이라고 할수 있습니다. 핵만능주의자들 역시 자손대대로 이 자연을 누리게 될 것입니다. ⓒ 송성영



고흥 새터에 정착한지 불과 1년 만에 우리 집 주변에 살겠다며 땅을 구입한 사람이 벌써 셋이나 됩니다. 청정 고흥에 홀딱 반했기 때문입니다. 그분들이 집을 짓고 생활하게 되면 대도시에서 보다 소비를 덜하고 에너지를 덜 쓰게 될 것입니다.

그분들과 더불어 인심 후덕한 고흥에서 논밭을 일구고 바다에 나가 고기를 잡아가며 청정 고흥을 노래하고 싶었습니다. 귀농자들에게 청정 고흥을 널리 알리고 싶었습니다. 아름다운 고흥을 세상 사람들에게 널리 전하는 글을 쓰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고흥에 정착한 지 1년도 채 안된 지난해 11월, '핵발전소유치신청지역 고흥'이라는 문구가 눈앞을 딱 가로막았습니다. 캄캄했습니다. 청정 고흥을 노래하는 일을 뒤로 미루고 핵발전소 만능주의자들과 맞서야 했습니다. 

핵발전소 건설과 맞서다 보니 얼토당토않게 핵을 녹색으로 바라보는 이명박 정권을 만났고 핵발전소 건설을 위해 국민들의 눈과 귀를 현혹하는 홍보전을 펼치는 한수원을 만났고 그 한수원보다 더 충실하게 '핵발전소 르네상스'를 부르짖는 보수 언론들을 만났습니다.

그 과정을 통해 핵발전소 건설의 실체를 엿볼 수 있었습니다. 도시에서는 핵에너지만 공급 받으면 그만이라 생각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핵발전소 건설에 대한 실상을 알게 되면서 얼마나 많은 것들이 파괴되어 가고 있는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영광핵발전소 주변 지역이 그렇듯이 핵발전소는 그 위험성은 둘째 치고라도 자연환경은 물론 인심마저 황폐화시키기 때문입니다.

한수원은 <오마이뉴스>에 이런 사실을 보도한 내 기사에 사실과 다르다며 '법적 조치'를 운운해 가며 무지막지하게 반박해 왔습니다. 한수원의 반박은 치졸하기 이를 데 없었습니다. '핵발전소 비판 기사에 대한 재갈 물리기식'에 불과했습니다.

아니러니 하게도 그들의 반박을 통해 핵발전소 만능주의자들이 핵발전소 건설을 위해 얼마나 황당한 홍보전을 펼쳐가며 혹세무민하고 있는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관련 기사 '원전 이후 영광 어획고 4배 증가?' '원전사고' 없다는 한수원 이건 왜 감추나요?')

보다 안전한 재생 에너지 늘려나갈 방안 마련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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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흥만 갈대숲. 고흥은 한반도에서 드물게 숨겨진 보석같은 곳입니다. ⓒ 송성영


하지만 고흥 사람들에게는 그 '혹세무민 홍보전'이 통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지금 이대로 조금 덜 먹고 살더라도 뱃속 편하게 핵발전소의 위협이 없는 청정지역을 자손대대로 물려주는 소박한 삶을 선택했습니다. 이것이야말로 아름다운 선택이 아니겠습니까?

고흥사람들이 청정 고흥을 지켜 낸 것은 대한민국의 청정지역을 지킨 것입니다. 그 덕분에 핵발전소 반대를 지역이기주의로 몰아붙이고 있는 핵발전소만능주의자들조차도 이 청정지역을 자손대대로 누리게 될 것입니다.

'4대강 죽이기'를 '4대강 살리기'로 위험천만한 '핵'을 '녹색'으로 바꿔치기 하고 있는 핵 만능주의자들은 핵발전소 반대를 지역이기주의로 몰아가고 있습니다. 만약 고흥사람들이 핵 만능주의자들이 말하는 지역 발전에 큰 보탬이 되는 지원금에 현혹되어 핵발전소를 선택했다면 이것이야 말로 지역이기주의가 아니겠습니까? 자손들은 전혀 생각지 않고 자신들만의 이익을 위한 선택이 되었을 것이니까요.

필요이상으로 에너지를 써 가며 많이 벌고 많이 소비하다보면 핵 만능주의자들의 주장에 먹혀들어 핵발전소는 늘어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핵발전소 반대 투쟁을 했던 분들도 마찬가지겠지만 이번 핵발전소 싸움을 통해 얻은 가장 큰 수확은 새삼스럽게도 자연의 위대한 존재감이었습니다. 자연환경을 지켜내기 위해서는 '좀 더 덜 소유하고 좀 더 느리게 살자' 였습니다.

세상이 돌아가려면 당연히 에너지는 필요합니다. 원시문명으로 돌아갈 수는 없습니다. 물질 문명이 극에 치닫게 될수록 에너지 고갈 문제는 심각해집니다. 거기에 따른 충당할 에너지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있습니다.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당장 눈앞에 보이는 손쉬운 수를 선택하다 보면 악수를 두기 마련입니다. 바둑판처럼 세상의 이치도 마찬가지입니다. 세상에 다툼이 일어나고 세상 사람들이 고통을 받게 되는 것은 당장 눈앞에 보이는 이익에 현혹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다보면 돌이킬 수 없는 악수를 두게 되는 것입니다. 핵발전소 건설 또한 마찬가지라고 봅니다.

위험천만한 핵발전소보다 느리지만 보다 안전한 재생 에너지를 늘려나갈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합니다. 느리게 살다보면 삶의 여유도 생깁니다. 그 여유로움 속에서 좀 더 덜 소유하다보면 에너지를 덜 소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다 보면 핵발전소 건설도 더 이상 필요치 않게 될 것입니다. 자손대대로 물려줄 청정지역이 더 이상 위협 받지 않게 될 것입니다.

핵발전소만능주의자들은 '핵발전소 르네상스'를 부르짖고 있습니다. 그들의 장단에 맞춰 에너지를 필요 이상으로 펑펑 써대면 그 만큼 핵발전소가 늘어나고 핵쓰레기가 늘어날 것입니다. 그만큼  대한민국의 위험지대가 늘어나고 그만큼 대한민국의 자연환경이, 사람들의 인심이 황폐화 됩니다.

그 핵발전소를 자손대대로 짊어지게 할 것인가, 아니면 조금 덜 먹고 덜 써가며 평생 누릴 수 있는 청정지역을 자손대대로 물려줄 것인가, 어느 쪽을 선택하겠습니까? 고흥사람들은 두 번째를 선택했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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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흥만 노을. 주변 자연환경 뿐만 아니라 사람의 인심마저 황폐화 시키는 핵발전소를 자손대대로 짊어지게 할 것인가, 아니면 조금 덜 먹고 덜 써가며 여유롭게 평생 누릴 수 있는 청정지역을 자손대대로 물려줄 것인가? 에서 고흥사람들은 두 번째를 선택했던 것입니다. ⓒ 송성영

#핵발전소 건설반대 #청정고흥 #자연과 인심 #아름다운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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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살리고 사람을 살릴수 있을 것이라 믿고 있는 적게 벌어 적게 먹고 행복할 수 있는 길을 평생 화두로 삼고 있음. 수필집 '거봐,비우니까 채워지잖아' '촌놈, 쉼표를 찍다' '모두가 기적 같은 일' 인도여행기 '끈 풀린 개처럼 혼자서 가라' '여행자는 눈물을 흘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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