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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장 기간 비행기 납치 사건에 휘말린 이들의 사연

[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하이재킹 플라이트 601>

24.05.14 10:35최종업데이트24.05.14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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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하이재킹 플라이트 601> 포스터. ⓒ 넷플릭스

 
1973년 콜롬비아 보고타, 칼리행 아에로볼리바르 601편이 출발하려 한다. 원래 탑승해야 할 스튜어디스 에딜마가 아이 셋을 케어하느라 지각하고 만다. 하여 비행기에는 신입 스튜어디스 한 명만 탑승한다. 한편 해고 위기에 처한 에딜마에게 뜻밖의 기회가 찾아온다. 601편이 공중에서 자신을 인민 혁명 전선 반군이라 칭한 젊은 남자 두 명에게 납치된 것이었다. 그들은 총을 들고 있었다.

601편에는 43명의 승객과 기장, 부기장, 스튜어디스 1명이 타고 있었다. 납치범들이 원하는 건 메데인으로 가서 연료를 채우고 쿠바로 가는 것과 엘소코로 감옥의 포로들 즉각 석방, 혁명자금 20만 달러 지급이었다. 기장이 빠르게 사태를 파악한 후 몰래 본사에 연락해 스튜어디스를 추가로 태우고자 한다. 메데인에서 에딜마와 그녀의 절친 바르바라가 탑승한다.

납치범들이 소통하는 건 아에로볼리바르사 매니저 메르테케, 그는 이사회를 압박해 20만 달러를 지급하고자 하는 한편 기자회견으로 정부도 압박하려 한다. 또한 언론에 연락해 601편 안의 상황을 밖에 알리고자 한다. 하지만 납치범들은 쿠바가 아닌 아루바로 선회하고 혁명자금 요청도 40만 달러로 올린다.

그래도 협상을 잘 진행해 여자와 어린이들을 석방시키는데, 대통령이 협상 거부와 군대 투입을 선언하자 납치범들이 승객 한 명을 죽이고 만다. 밖에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니 이제 601편 안에서 해결해야 한다. 과연 이 사건은 어떻게 끝날까?

라틴아메리카 역사상 최장 시간을 기록한 항공기 납치 사건

1968년부터 1973년까지 항공기 납치가 기승을 부렸다. 전 세계에서 348대의 비행기가 납치되었다. 그중 절반 이상 라틴아메리카에서 일어났고 비행기는 공산주의 피난처인 쿠바로 향했다. 콜롬비아에선 17건이 발생했는데 그중 라틴아메리카 역사상 최장 시간을 기록한 사건이 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하이재킹 플라이트 601>이 바로 그 사건을 모티브로 했다.

주지했듯 라틴아메리카뿐만 아니라 역사상 비행기 납치 사건은 수없이 일어났다. 납치범들은 거의 항상 정부에 요구를 했고 실랑이를 벌였다. 그 자체로 드라마틱한 요소가 다분해 많은 실화가 영화화되었고 오리지널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장르도 다양해서 액션, 스릴러, 드라마, 블랙코미디까지 나왔다.

<하이재킹 플라이트 601>은 블랙코미디 장르다. 남녀 차별, 인종 차별, 계층 차별, 빈부 차별, 사내 비리 등 당대 존재했던(지금도 존재하는) 가지각색의 사회 문제들을 풍자하고 있다. 심각하고 급박한 와중에 툭툭 튀어나오는 코미디적 요소들이 위화감 없이 극에 잘 어우러지고 있다.

급박한 상황에 처한 이들의 사연과 신념
 

넷플릭스 시리즈 <하이재킹 플라이트 601> 스틸 이미지 ⓒ Netflix

 
작품은 아이 셋을 키우는 싱글맘 스튜어디스 에딜마를 주인공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두 비행기 납치범, 본사 매니저, 기장과 부기장, 또 다른 스튜어디스, 승객 몇몇, 정부 관계자 모두에게 캐릭터성을 부여한다. 급박한 상황에 처했을 때 대처하는 인간군상이라기보다 급박한 상황에서 보여주는 행동을 각각의 사연과 신념 등으로 채웠다.

심지어 납치범들을 포함해 비행기에 있는 모두가 집으로 돌아가야 할 이유가 있다. 방향 설정만 잘하고 원하는 바만 잘 들어주면 오래지 않아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 텐데 꼭 그렇지만도 않은가 보다. 비행기를 책임져야 한다는 기장, 승객을 책임져야 한다는 스튜어디스, 납치범의 얘기를 들어줘야 한다는 본사 매니저, 꿈쩍도 하지 않는 정부 관계자, 와중에 일등석 승객만 일등석쪽 화장실을 이용해야 한다고 우기는 승객.

라틴아메리카 역사상 최장 시간을 기록한 하이재킹 사건이랄 만하다. 그렇지만 한편으론 영상화되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춘 사건이라 하겠다. 큰 얼개는 실화에서 가져오되 상상력을 동원해 충분히 납득할 만한 이야기를 지어낼 수 있으니 말이다. <하이재킹 플라이트 601>를 드라마 시리즈로 만든 건 참으로 잘한 선택이다. 충분히 즐기고 씹고 맛볼 수 있었다.

온갖 차별, 폭력, 비리로 얼룩진 1970년대 라틴아메리카

주지했듯 1970년대 콜롬비아는 타 라틴아메리카 국가들이 그랬듯 혼란 그 자체였다. 정부, 좌익 게릴라, 우익 민병대, 마약 카르텔까지 이합집산하며 수없이 많은 사상자가 발생하고 그보다 훨씬 더 많은 피난민이 발생했다. 그야말로 나라가 몇 개로 쪼개지다시피 한 것이다. 이 상태가 오래도록 지속되었다. 근대도 아닌 현대가 맞나 싶을 정도다.

와중에 정부에 반하는 좌익 게릴라 세력 중 일부가 최후의 방법이자 확실한 수단으로 비행기를 납치해 정부애 원하는 바를 요구하는 한편 쿠바로 향했다. 그런데 작품 속 두 납치범은 허술하고 도식적인 면이 있다. 납치범이 맞는지 의심스러운 게 아니라, 인민 혁명 전선 소속의 투철한 전사가 맞는지 의심스러운 것이다.

원주민을 차별하고 여성을 차별하고 빈자를 차별하고 정부, 기업, 일상 할 것 없이 비리가 만연해 있으며 도처에서 폭력과 협박을 일삼는 나라에서 어떻게 삶을 영위할 수 있을까. 에딜마와 함께 해맑게 비행기에 탑승했던 원주민 여성 바르바나가 모든 게 끝난 후 에딜마에게 한 말이 인상 깊다. 비행기에서 죽고 싶었다고, 살아서 돌아오니 오히려 더 혼란스럽고 불안정하다고.

당대 콜롬비아에서 원주민 여성으로 살아가는 게 얼마나 힘들었을지 조금이나마 짐작이 가는 대목이다. 그녀에겐 하이재킹 사건이 자신의 삶보다 덜 위험한 대신 더 재밌었을 테니까 말이다. 그러니 이런 시선, 저런 시선으로 봐도 나름의 재미와 의미가 있는 작품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singenv.tistory.com과 contents.premium.naver.com/singenv/themovie에도 실립니다.
하이재킹플라이트601 비행기납치사건 인민혁명전선 차별 폭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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