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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아반 담임 맡은 '해병대 출신' 선생님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영화] 미셸 파이퍼 주연의 <위험한 아이들>

24.05.14 11:03최종업데이트24.05.14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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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89년에 개봉한 피터 위어 감독의 <죽은 시인의 사회>는 1990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4개 부문 후보에 올라 각본상을 수상했던 학원영화의 대표적인 명작이다. 키팅 선생님을 연기한 고 로빈 윌리엄스의 친근하면서도 진중한 연기는 많은 관객들을 감동시켰고 특히 "Oh Captain, My Captain"이라는 명대사로 대표되는 <죽은 시인의 사회> 마지막 장면은 영화 역사상 가장 울림이 큰 엔딩 중 하나로 꼽힌다. 

<죽은 시인의 사회>는 미국에 위치한 입시명문학교 웰튼 아카데미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물론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학교다). 명문가 자제들이 주로 다니는 웰튼 아카데미는 어린 시절부터 '공부가 인생의 전부'라고 교육 받은 학생들이 아이비리그로 가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곳이다. 학생들에게 공부보다 의미 있는 것이 있다고 가르치는 키팅 선생님도 영국의 명문 케임브리지 대학교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엘리트 출신이다.

하지만 명문가 학생들만 다니는 사립학교와 영국 유학파 출신의 선생님이 있다면 대학진학이 아닌 졸업이 목표인 문제아반이 있는 학교와 정교사 자격증 취득이 목표인 초보 선생님도 있기 마련이다. 1995년 존 N. 스미스 감독이 연출하고 미셸 파이퍼가 주연을 맡은 영화 <위험한 아이들>은 할렘가 고등학교 문제아반의 담임으로 부임한 해병대 출신 선생님과 아이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1995년에 개봉한 <위험한 아이들>은 제작비의 7배가 훌쩍 넘는 흥행성적을 기록했다. ⓒ 월트디즈니

 
연기와 미모 겸비한 1990년대 스타배우

1958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태어난 파이퍼는 미스 오렌지 카운티와 미스 캘리포니아 우승자 출신으로 언론인을 꿈꾸다가 연기로 진로를 바꿔 1978년 배우로 데뷔했다. 1982년 뮤지컬 영화 <그리스2>에 출연한 파이퍼는 1984년 브라이언 드 팔마 감독의 <스카페이스>에서 엘비라 핸콕을 연기하면서 본격적으로 주목을 받았다. 미인대회 출신 파이퍼는 1980년대까지 주로 미모가 돋보이는 캐릭터를 많이 맡았다.

파이퍼는 1989년 제프 브리지스, 보 브리지스 형제와 <사랑의 행로>에 출연해 골든글로브와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을 비롯해 5개 영화제의 여우주연상을 휩쓸며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1992년에는 팀 버튼 감독의 <배트맨 리턴즈>에서 캣우먼 역을 맡아 섹시한 매력을 발산했다(캣우먼은 2004년 영화 <캣우먼>에선 할 베리, 2012년 <다크 나이트 라이즈>에선 앤 해서웨이가 연기했던 <배트맨>의 대표적인 인기 캐릭터다).

1994년 잭 니콜슨과 스릴러 영화 <울프>, 같은 해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순수의 시대>에 출연한 파이퍼는 1995년 <위험한 아이들>에 출연했다. <위험한 아이들>에서 문제아반의 담임을 맡은 영어 교사 루앤 존슨을 연기한 파이퍼는 독특한 교육방식으로 아이들을 감화시키는 좋은 연기를 선보였다. 2300만 달러의 많지 않은 제작비로 만든 <위험한 아이들>은 1억7900만 달러의 흥행성적을 기록했다(박스오피스 모조 기준).

1997년 할리우드의 떠오르는 섹시스타 조지 클루니와 <어느 멋진 날>에 출연해 로맨틱 코미디에 도전한 파이퍼는 1998년 드림웍스 애니메이션 <이집트 왕자>에서 미디안 부족장 이드로의 딸 십보라의 목소리 연기를 했다. 파이퍼는 2001년 관객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던 가족 드라마 <아이 엠 샘>에서 샘의 변호를 맡은 리타 해리슨 변호사를 연기하며 숀 펜, 다코타 패닝과 뛰어난 연기호흡을 보여줬다. 

2000년대 초반까지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여성배우로 활발하게 활동하던 파이퍼는 <아이 엠 샘>을 끝으로 한 동안 흥행작을 내지 못해 슬럼프에 빠졌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 하지만 파이퍼는 2018년 <앤트맨과 와스프>에서 1대 엔트맨 행크 핌의 아내이자 1대 와스프 재닛 밴 다인을 연기했다. 2019년 디즈니 실사영화 <말레피센트2>에서는 메인빌런 잉그리스 왕비 역을 맡아 안젤리나 졸리에 버금가는 카리스마를 발산했다.

OST와의 '윈윈' 보여준 대표적인 영화 
 

미셸 파이퍼가 연기한 루앤 선생은 해병대 출신의 영어교사로 문제아들에게 친근하게 접근했다. ⓒ 월트디즈니

 
영화의 인기 때문에 OST가 덩달아 사랑 받는 경우도 있지만 OST의 인기로 인해 영화가 더욱 주목을 받는 경우도 있다. <위험한 아이들>의 주제가는 힙합가수 고 쿨리오가 만들었는데 그가 부른 < Gangsta's Paradise >는 영화의 도입부와 후반부에  나오면서 많은 사랑을 받았다. 실제로 < Gangsta's Paradise >는 발매 당시 빌보드 차트 3주 연속 1위를 차지했고 1995년 빌보드 연말차트에선 힙합음악으론 최초로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위험한 아이들>은 대학진학보단 졸업이 목표인 캘리포니아 북부의 한 고등학교 문제아반에 루앤 존슨(미셸 파이퍼 분)이라는 신입교사가 담임으로 부임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들을 그린 영화다. 애초에 선생님에 대한 존중과 예의라고는 찾을 수 없는 학생들은 루앤에게 심한 장난을 치는 것도 모자라 성희롱까지 하면서 모욕을 준다. 하지만 루앤은 오랜 군복무 경험을 바탕으로 가라데를 활용해 학생들의 관심을 끄는데 성공한다.

영화 중반 학급의 대장 격인 에밀리오(웨이드 도밍게스 분)와 자존심이 강한 라울(레놀리 산티아고 분)이 사소한 말타툼 끝에 주먹다짐을 한다. 이 때 루앤은 라울과 에밀리오의 집에 가정방문을 한다. 루앤은 당연히 아들을 혼내러 왔을 거라 생각한 라울의 부모에게 "라울은 잘못한 게 없어요. 자신을 방어한 것뿐이에요. 저는 라울이 제 반에 있어서 얼마나 기쁜지 말씀을 드리러 온 겁니다"라고 말하며 라울과 부모, 그리고 관객들을 감동시킨다.

<위험한 아이들>의 루앤 선생과 <죽은 시인의 사회>의 키팅 선생은 모두 영어교사라는 공통점이 있고 시를 중심으로 교육을 한다. 물론 교과서에 적힌 시의 일반적인 감상법을 무시하고 독창적으로 시를 읽는 능력을 키우라는 키팅 선생과 달리 루앤 선생은 시인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의미를 알아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가르친다. 물론 두 선생은 모두 성장기 청소년들의 정서에 시가 얼마나 중요한지 강조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물론 <위험한 아이들>의 서사와 완성도, 그리고 결말은 학원물의 걸작으로 꼽히는 <죽은 시인의 사회>와 비교하긴 무리다. 하지만 그렇게 문제만 일으키던 학생들이 학교를 떠나려는 루앤을 붙잡으면서 "선생님은 우리의 빛이에요"라고 말하는 장면은 루앤과 관객들을 울컥하게 만들기 충분했다. <위험한 아이들>이 그저 '주제가만 좋았던 영화'였다면 세계적으로 제작비의 8배에 가까운 흥행성적을 올리진 못했을 것이다.

학급 분위기 좌지우지하는 실세
 

웨이드 도밍게즈가 연기한 에밀리오는 학급분위기를 주도하는 리더 같은 학생이다. ⓒ 월트디즈니

 
독일 출신 배우로 1983년 <스트리머>로 베니스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던 조지 던자는 1991년 <사랑의 기쁨>에서 리오, 1992년 <원초적 본능>에서 거스 형사를 연기한 배우로 유명하다. <위험한 아이들>에서는 루앤의 친구 할 선생 역을 맡았다. 할 선생은 주로 루앤이 고민이 있을 때마다 상담을 해주는데 언제나 루앤의 고민을 잘 들어주면서도 현실적인 조언 또한 아끼지 않는다.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로버트 숀 레너드가 연기했던 닐 페리가 있었다면 <위험한 아이들>에서는 웨이드 도밍게즈가 연기한 에밀리오가 비극의 중심에 있었다. 에밀리오는 단순한 문제아처럼 보이지만 머리도 좋고 학습 이해도도 뛰어나며 여자친구를 향한 순정 또한 애틋하다. 하지만 에밀리오는 자신의 위험을 알리러 교장실을 찾았다가 노크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문전박대를 당하고 결국 여자친구의 전 남친에게 살해 당한다.

브러클린 해리스가 연기한 흑인 여학생 켈리는 학생들 중에서도 유난히 우수한 학업능력을 뽐낸다. 가수 밥 딜런의 가사와 시인 토마스 딜런이 쓴 시의 공통점을 찾으라는 루앤 선생의 과제에서도 우수한 성적을 거둔다(하지만 루앤의 저녁식사 초대는 아르바이트 때문에 참석하지 못했다). 임신을 하게 된 켈리는 임신교육프로그램을 진행하는 학교로 전학을 가지만 학교를 떠나려는 루앤을 붙잡기 위해 제적 하루를 남기고 학교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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